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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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을 보면 필자께서는 영화 <인턴>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미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어 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인데도 권위의식 없고, 딸뻘보다 어린 CEO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며 수행하는 인턴사원. 요즘은 사실 은퇴자들이 어디 가서 꼰대질하지 않고 나이 어린 사람들한테도 꼬박꼬박 존대하며 자기 할 일 열심리 합니다. 물론 젊은 시절에도 후졌던 사람은 늙어서라고 뭐 멋진 모습이 나오겠습니까만. 사회가 선진화하다 보니 사람들도 그에 맞게 매너 좋아지고 세련되고 감정보다는 이성을 더 찾아가는 것입니다.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 전에, 자신은 과연 남에게 요구하는 그 덕목을 본인에게 관철하는 중인지를 먼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혜와 지식(p63)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검색 한번 해 보고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얄팍하고 단편적인 지식 몇 점을 갖고 잘난척하는 건 그야말로 우습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보다 근본적인 걸 꿰뚫을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건데... 문제는 정말로 지식도 지혜도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무식해서 아무 가망도 없는 사람이, 대책없이 자기중심적(p67)이기까지 해서 지식 없는 자신에게 지혜는 누가 자동으로 채워 준 것처럼 날뛴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지식을 쌓아 보려고 노력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은, 그 정신에 지혜도 대단히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지혜가 충만한 사람이라면 제 입으로 지혜니 뭐니를 떠들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에서 자기 할 일만 할 뿐입니다. 내가 부족하다 싶으면 조용히 인정(p155)하고, 불평할 시간에 자기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는 이상하게 숫자의 미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아홉수(p47)라는 게 있을 리도 없고, 나이 계산을 무슨 기준으로 하는지도 정해진 게 아닌데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그 구간으로 볼지도 모호합니다. 아홉수를 잘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운수대통하기라도 하나요? 예전에는 질병, 천재지변에 워낙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기에 사방팔방에서 죽음에의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지금이야 어디 그렇겠습니까.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났다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살다 죽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생의 구간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건 좋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에 좋았던 인연이 계속 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못 될 가능성도 큽니다. 아니 뜻대로 안 되기가 훨씬 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처음에야 못 견딜 만큼 아프고 괴롭겠지만, 겪다 보면 그런대로 참을 만합니다. 그래서 필자님도 p135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면역력이 생긴다 같은 말을 하시는 거겠습니다. p138에서 인용된 영문에서 if 조건절의 would는 소망, 희망을 뜻하는 용법이겠습니다. 사랑받고 싶다면, 당신이 먼저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을 갖추라는 것입니다. 남 탓을 할 게 아니라. 

사실 쓰레기 봉투라는 게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조금 욕심을 부리면 북 찢어집니다. 매번 겪으면서도 겪을 때마다 뭘 좀 배우지 못하고 매번 봉투를 찢습니다. 여기서 필자가 끌어내신 교훈은, 내가 스스로 현명하다고 믿는 행동을 너무 고집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냥 남들 따라하는 행동은, 시도해 보고 결과가 안 좋으면 그냥 단념합니다. 그런데 내가 내 나름 애 써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인데 남들이 수용 안 한다? 이럴 때는 내 생각에 애착이 생겨서 계속 고집하는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내 나름의 정의감(p146)까지 붙으면 대책이 없어집니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남들한테도 정의이겠는지, 나한테 뭘 배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한테 가르치려 들지는 않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남 욕하지 말고, 저런 행동을 나는 하지 말아야지 자성이 앞서야 하겠습니다. 

이상하게도 요즘은 나이가 젊은 분들도 난임으로 고생하시곤 합니다. 어려운 시도 끝에 임신에 드디어 성공하셨는데, p206을 보면 이상하게도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마음이 편안하셨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 세상사(世上事)는 우리가 이해 못 할 신비한 일들이 많습니다. 태어날 때 여러 가지로 걱정했는데, 지금은 또래보다 키도 크고 건강해서 너무도 마음이 놓인다고 하시네요. 이런 일은 생판 남이 읽어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네 분의 필자가 아홉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로 본인들의 사는 이야기에서 잔잔한 교훈을 도출하는 책인데, 공감되거나 흐뭇해지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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