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과학 - 빅뱅에서 미래까지, 천문학에서 생명공학까지 한 권으로 끝내기
이준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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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의 과학 교육은 좀 딱딱한 형식을 유지하며, 지나치게 문제 풀이 위주라는 점이 지적됩니다. 본래 과학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며, 의문이 탐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때 학생의 과학적 사고가 자리잡고 향상됩니다. 그래서 과학책은 이런저런 의문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제기해야 하고, 타당한 해답을 수학적, 과학적 근거를 대며 제시해야 합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성인 독자 입장에서도 과학에 대한 흥미가 절로 생기며, 당장은 큰 현실적 이익이 생기지 않는 자연과학 분야에 왜 거액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은 바른 길로만 들어서면 누구 입장에서도 재미있습니다. 

서두에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가 있는데 이 책은 "빅 히스토리"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이기도 합니다. 책 전반은 우리 지구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췄는지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오늘날 우리 인간의 까마득한 조상이라 할 단세포생명체도, 지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엄청난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등장했고, 그로부터 진핵세포를 지닌 다세포 생물이 나오기까지는 또 긴 시간이 흘러야 가능했습니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이들 생명체가 지극히 미미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 오래 전 인간들도 이와 다를 바 없었음을 자각한다면 새삼 겸손한 마음이 생깁니다. 

네 발로 기어다니는 귀여운(p121) 동물 키노돈트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 동물의 매우 중요한 특징 하나를 댑니다. 그것은 허파까지만 갈비뼈가 덮고 있으며, 배 아래부터는 갈비뼈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화석으로 발견된 동물들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오늘날 포유류의 갈비뼈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게 바로 저 키노돈트입니다. 저자는 이 특징이 중요한 이유로, 이렇게 갈비뼈가 자리잡혀야만 복식호흡이 가능하다는 점을 듭니다. 복식호흡이 왜 그렇게 중요해졌을까요? 페름기 대멸종 당시 산소가 부족해져, 숨을 깊이 들이쉬어야만 생존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핵전쟁 후 지구가 더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대에 획득형질 유전이 대단히 어려울 뿐 어떻게어떻게 해서 운 좋은 돌연변이 개체가 나타나 또 그에 맞게 생존하고 번성할 것입니다. 단 그들이 우리 현생 인류와는 매우매우 다른 모습을 가질 뿐이겠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간의 직접 조상 중 하나이긴 하나 아무래도 현생 인류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200만년 전에서야 호모 에렉투스, 직립 보행 원인이 나타나 우리들과 꽤 닮은 외관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안타깝지만 왜 200만년 전에서야 호모 에렉투스 같은 생명체가 등장한 걸까요? 그 외에도 오늘날까지 유전자를 남길 만한 생명체 후보들은 매우 많았는데 말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다소 놀라울 만큼 유전자 구성이 단순한 편이라고 합니다. 단일 조상에 의해 한순간에 후손이 퍼져서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후 조건의 급속한 변화, 화산 폭발과 소행성 충돌 때문에 초래된 환경 급변에 그나마 가장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게 호모 에렉투스 그들이었기 때문이겠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그만큼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이처럼 우아한 생활을 누리는 것입니다. 

포유류는 특이하게도 그 어미가 오랜 동안 품 안에서 길러야 성체로 온전히 자라나는 동물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은 유독 성장과정이 길게 잡힌 후에야 어른 취급을 받게 되니 특이합니다. 만약 진화의 원리가 그저 약육강식, 적자생존으로만 채워진다면, 엄마 보호를 오래 받아야만 살아남는 동물들은 진즉에 도태되었을 것입니다. 현실은 오히려, 가장 피보호 기간이 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었으니 역설적입니다. p217에서는 차츰 기후가 온화해짐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보다는 정주해서 사는 삶을 선택했으며, 비로소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비바람도 피하고 안정적으로 모유 수유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짚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굴 안에 둥지를 마련하는 등 뭔가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기간이겠습니다. 

초기 SF 작가들이 사실은 그리 구체적으로 예측한 바는 아니지만 우리 시대 들어 가장 두드러진 발전상은 바로 인터넷입니다. 처음(1990년대 중반)에 한국 정부에서는 이를 "정보 고속도로"로 파악하여 그 인프라 건설에 열심이었지만, 이제 인터넷은 그저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 생존, 소통, 산업 발전 등 모든 면에 필수 파트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정치가 또 바뀌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 p289에 보면 2016년 아이슬란드에서 일어난 정치 혁명 현상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당이 큰 세력을 얻기도 했는데, 이제 대의제민주주의라는 여러 나라 헌법의 필수 기초원리도 그 타당성이 종전처럼 유지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은 인간이 그 생존을 위해 발전시켜 온 지식과 지혜의 총화입니다. 과학의 발전사는 곧 인류가 오늘날의 번영과 자존을 키워 온 자랑스러운 자취이기도 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인 과학 역사, 또 빅 히스토리를 담은 인문서로도 읽혀서 보람 가득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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