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마케팅 - 판을 바꾸는 오픈 AI와 슈퍼에이지의 시대가 온다
강정아 지음 / 라온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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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기획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어도 롯데그룹 계열의 광고사입니다. 과거 해태그룹에는 코래드가 있었고 제과 라이벌 롯데가 보유한 곳이 여기인데 직장인들이라면 들어 봤을 이름입니다. 이 책 저자 강정아 대표께서 이 대흥기획 최초의 여성 PD였다고 하며 과연 그 감각이 살아 숨쉬어서인지 좀 색다른, 그리고 폭 넓은 시야가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p62 이하에는 강정아 대표가 분석한 MZ세대의 특징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소비 트렌드는 이 MZ가 이끌어가는 게 현실이므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MZ의 속성과 심리를 모르면 시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잘러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며, 개인의 고유한 루틴을 만드는 데 진심이고, "과정적으로 알차고 부지런한 삶이 바로 갓생"이라며 결과 지상주의에 매몰되지도 않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겪어 본 MZ들도 대부분 이처럼 쿨하고 논리적이며 야무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이런 시크한 소비 패턴과 가치관을 알아야 어떤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유효하게 시장에서 먹힐 듯합니다. 

요즘은 MBTI를 통하지 않고는 젋은 세대와 대화가 통하지를 않습니다. 물론 T니 F니 하는 단색 팩터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의 설명력이 어느 정도이건, 또 과학적 타당성을 갖추었건 무관하게, 젊은 세대들이 이 패러다임에 맞춰 자신의 성향을 규정짓고 소통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MBTI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역시 제품, 브랜드에 그들의 동질감 형성을 정조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p117을 보면 인기브랜드 아베크롬비가 어떻게 해서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여 시장에서 배척되었는지 그 과정이 설명됩니다. 이런 실책을 범하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경험 형성에 각별한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은 그리 합리적이지도 않고 매우 편협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니 개인이 이를 개탄하고 원망해 봐야 어떤 특별한 효과가 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마케터는 객관화한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사이트 파워(p149)를 기르는 데에 각별히 힘 써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저자는 스타벅스의 예를 들며, 카페 공간을 그저 커피를 팔고 마시는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부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가르칩니다. 독자들이 정말 마음에 새겨야 할 지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 구매를 막는 요소일까요? 재구매를 막는 건 첫째 어려운 반품 절차입니다. 그런데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들 중에는 그야말로 진상에 가까운 막무가내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제재하려면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도 불편을 끼치게 됩니다. 쿠팡이나 기타 성공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반품 절차를 편하게 마련한 건, 결국 양질의 고객을 더 끌어들이고, 이들이 앞으로 좋은 입소문을 내어 끌어올 다른 고객들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합니다. 작은 돈 아끼려다가 더 큰 잠재 매상을 놓치지 말라는 취지이겠습니다. 

대략 십 년 전쯤부터 팬을 만들고 그들에게 팔라는 마케팅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p197을 보면 나의 팬덤이 누구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과거에는 마케팅이론에서 그저 타겟 그룹이라고만 했는데 이제는 아예 팬덤이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게, 팬들이 나의(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내가, 브랜드가,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내 기분대로 아무 이야기나 떠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어디까지나 팬들이 진짜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결론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MZ가 중요하다고 해서 시니어를 무시하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합니다. 시니어는 무엇보다 가장 두꺼운 지갑을 보유한, 구매력이 충분한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 하나를 짚습니다. 고객의 나이만 갖고 그 세대 전체가 이렇겠거니 섣부르게 짐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보고 그의 진짜 니즈를 이해하라." 이 역시 깊이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데이터만을 보고 기계적으로 결론을 도출하지 말고 사람의 깊은 심리와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진짜 인사이트가 나온다는 저자의 지론이 특히 강렬하게 다가온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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