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DELE B2 - BONA 쌤의 출제 포인트를 짚어 주는 종합서 한 권으로 끝내는 DELE
BONA 외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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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능력검정시험으로 DELF가 있듯이 스페인어 공인 시험으로는 이 DELE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B2 등급은 아마 스페인어로 자격을 따려는 이들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응시하는 레벨이겠습니다. 마스터 등급이라면 등급 취득 자체만을 위해 어떤 코스를 밟아 단기간에 도달하기에는 무척 어렵겠습니다만 B2라면 잘 짜여진, 또 출제 경향을 잘 파악한 교재나 강좌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교재도 무척 두껍고, 두꺼운 만큼 현행 B2 시험에 나올 만한 사항은 이 한 권에 다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교재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독해, 듣기, 작문, 회화의 네 영역을 공략하는 챕터 1이 있고, 챕터 2에서는 모의고사 2회분을 담았습니다. 각 영역은 prueba, 즉 테스트, 문제로 불리며, 각 영역은 tarea, 즉 과제, 학습 여러 단위로 이뤄졌습니다. 각 영역이 끝날 때마다 연습문제가 딸려오며, 정답과 해설은 문제 세트 바로 뒤에 이어집니다. tarea는 처음에 유형 해설을 해 주고 전략을 제시한다면, ejercicios가 뒤에 이어져 실전 문제 유형을 풀게 합니다. 또 연습문제(ejercicios)에 나온 새 단어를 바로 다음 페이지에 모두 모아서 따로 학습하게 돕습니다. 아무래도 이 시험을 처음 치는 이들은 모든 것이 낯선 만큼, 연습문제 지문과 선지들을 바로 다음 페이지에 한국어로 다 번역해 두었습니다. 틀린 문제가 있다면, 이 번역을 보고 왜 내가 틀렸는지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독해 지문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될 만한 여러 현상들을 분석적으로 다룬 아티클들이 많습니다. 델프나 DELE 모두 이런 경향이 있는데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사회과학이 발달한 나라들인 만큼 이런 종류의 지문이 즐겨 출제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p49에서 보듯 여러 가상의 인물들(주로 대학생)이 등장하여 자신의 학업 포부나 계획, 때로는 개인 취향을 밝히는 지문도 있는데 이는 아이엘츠나 토플 등 영어시험이나 타 외국어 능력검정시험에도 두루 즐겨 출제되는 유형이겠습니다. 

해설도 꽤 자세한 편이라서 왜 이 선지가 답이 되는지, 출제 의도가 무엇인데 이게 답이 되어야 했는지 딱딱 짚어서 알려 줍니다. 다시 말하지만 해설이 참 자세한 편입니다. 토익이나 텝스(영어) 해설책도 설령 고득점 타겟 교재라고 해도 이렇게 독자를 납득시켜 가며 출제 의도를 밝히는 태도를 드물게 본 듯해서 제 개인적으로는 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해설에는 그 문항에 대한 설명만 있는 게 아니라 "함정피하기"라고 해서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나올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구체적인 전략이 나옵니다. 기본 문법은 타 코스나 교재를 통해 좀 배워 놓아야, 이 해설 파트에서 무슨 지적을 하는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p127을 보면, "tan+형용사의 동등비교라면 답이 보기 b의 como가 되지만, mas와 menos는 반드시 que와 연결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건 사실 중2 수준의 영문법만 잘 이해해도 아무 문제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como는 영어의 동등비교 전치사 as와 거의 같습니다. 또 mas는 영어의 more과 비슷하고, menos는 사실 어근이 우리가 아는 minus입니다. 그러니 뜻이 영어의 less와 같지 않겠습니까. que는 이때 영어의 than과 같으므로 당연히 우등(열등) 비교에 쓰이는 전치사입니다. 

듣기 지문은 사람들의 대화 형식이 아무래도 자주 출제되는데 모든 어학시험 듣기 영역에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는 영어나 불어와 달리 모음이 아, 에, 이, 오, 우처럼 딱딱 떨어지는 편이고 강세도 고정강세(페널티마에 떨어짐. 일부 단어들 예외)이므로 한국인들 귀에 비교적 잘 들어옵니다. 따라서 단어 학습만 철저하게 해 놓아도 어느 정도는 다 알아들으며 듣기 난이도가 타 외국어와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p191의 privilegio(특권, 특허), ruta(길), tolerar(인내하다), p275의 obstaculo(방해) 등은 영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으므로 그리 어렵게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작문 영역도 대단히 내용이 알찹니다. 문제 유형은 예를 들어 p314를 보면 자료를 주고 해당 문제의 원인을 짚은 후 그 대책을 논하게 하는 게 있는데 물론 스페인어로 논리정연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한국어로 옮긴 후, 무엇에 중점을 두어 답을 써야 하는지 포인트를 딱딱 짚어 주는 게 좋았습니다. 이게 템플릿 노릇을 일일이 할 수도 있고, 모범 답안을 따라쓰기만 해 봐도 실전 감각이 꽤 늘어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회화 영역은 (쉽게 말해) 말하기 영역입니다. p367 같은 곳을 보면 감독관 앞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3, 4분 정도 이야기하게 하며 이것이 수험생의 과제(tarea)입니다. 또 감독관과 2, 3분 정도 대화를 나누게 하기도 합니다. 어학 교재 중 말하기 파트를 연습시키는 교재가 보통 그러듯이, 이 책도 실전 DELE 기출을 철저히 분석한 후 일종의 템플릿을 제시합니다. 템플릿(으로 볼 수 있는 컨텐츠)의 양이 넘치면 넘쳤지 모자라지는 않은 게 이 교재의 특징입니다. 

교재의 두꺼운 볼륨에 너무 압도될 게 아니라 그만큼 내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시험 준비를 알차게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교재 컨텐츠가 풍성한 건 분명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겠으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만족이었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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