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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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길지도 못한 백 년 인생을 사는 목적은 권력도, 돈도, 쾌락 추구도 아닙니다. 물론 이런 목표들도 중요합니다만, 그 모든 건 결국은 마음이 평안해지고 진정한 행복을 얻고 도달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만약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말초적 쾌락을 한껏 누려도, 테살리아의 에뤼식톤처럼 목이 끝없이 타들어가고 배가 채워질 날이 없다면 그 모든 호사가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두 분 저자 리처드 라이더, 데이비드 샤피로는 이미 여러 감동적인 교훈과 효과적인 지침을 담은 베스트셀러로 국내 독자들도 잘 아는 분들입니다. 특히 데이비드 샤피로는 "가방 다시 꾸리기"라는 캠페인으로 미국에서 명성을 얻기도 했는데, 이 책의 영어 원제도 같은 구절입니다. 이 책은 원래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2011년에 한국 독자들을 만났었고, 이번에 출판사를 달리하여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역자는 김정홍씨, 대체로 원래 텍스트 그대로입니다. 원서 초판은 무려 30년 전에 출판되었더랬습니다. 

물론 비유적인 의미에서겠습니다만 이 책은 원제가 "가방 다시 꾸리기"이며 그에 걸맞게(?), 예를 들어 p74 같은 곳을 보면 "여행 체크리스트"가 제시됩니다. 여행 자주 다니는 이들은 알겠지만 여권, 지도, 여행자 수표, 티켓, 손가방, 세면도구 등이 길을 떠나기 전에 챙겨야 할 필수 품목들입니다. 그 중에는 재미있게도 "모험 정신, 여행 동반자" 같은 것들도 포함됩니다.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지만 여기서 여행이라 함은 푸켓, 보라카이 등으로 떠나는 그런 물리적인 체험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우리들의 채비를 지적하려는 저자의 비유입니다.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떠나는 여행은 보람도 가득하고 사고도 적듯이, 우리네 인생도 철저하게 점검하고 도중에 리패킹도 야무지게 하면 성과도 많고 곤란함도 적게 겪습니다. 

가방을 푼다(p110)는 건 여행을 도중에 (무슨 이유에서건) 중단함을 뜻합니다. 좌절, 좌초, 패배, 탈진, 번아웃... 웬만한 정력을 갖춘 사람 아니고서는 한두 번의 "가방 풂" 없이 당초의 여정을 내내 지속하기가 힘듭니다. 가방이 풀어질 때는 억지로 행군을 이어갈 수 없고 일단은 멈춰야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저자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들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좀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 정말 기대할 수 있는가? 여태 같이 지내 왔던 사람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남은 여정을 다닐 수 있겠는가? 자, 이제 가방을 다시 꾸리려면, 일시적인 비난, 지인들과의 단절, 수입 감소 등을 정말로 감내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날카롭게 질문들을 던집니다. 

리패킹이란 그런 작업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단 멈추었을 때, 다시는 무기력하게 넘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무장하고 기어를 단단히 감는 재도약 재기에의 각오를 쟁여 넣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가방을 다시 쌀 때에, 전에는 공간을 잔뜩 차지하고 있었지만 다시 보니 별 필요도 없었던 그런 것들, 이것들을 기방에서 탈탈 털어내어 내 어깨를 가볍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 교훈을 전달하며 어느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그 화가는 순간 떠오른 착상대로 아, 이러이러한 것들이 나한테는 원래 필요가 없었음을 확신하고, 아무 미련없이 폐기했다는 것입니다. 그 화가는 이후 대중적으로 더 성공했고, 예술적 성취도 더 크게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한우물만 파는 집념과 헌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이란 다양한 체험과 상황에 두루 적용될 수 있게, 어떤 다목적을 지향하고 또 기능할 수 있는 것이라야 당사자 본인의 삶이 일단 편해집니다.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의 구축을 위해 어떠어떠한 요소가 필요할지, 저자들은 p160에서 하나의 공식을 제안합니다. 재능과 열정과 환경이 두루 더해지고, 이에 꿈이라는 촉매제가 제대로 곱해지면, 이런 효과적이면서도 뿌듯한 감정을 샘솟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히트 자계서가 책 안에 고유한 포뮬러 하나씩을 담아서 대중적으로 성공했는데, 이 책은 말하자면 (talents + passions + environment) x vision이라는 새 공식을 만든 셈입니다.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은 원서에서 Lifestyle Rich in Purpose이란 용어로 제시되었습니다. 

p224에서 저자들이 인용하는 경영 컨설턴트 톰 디스(Thomas Thiss)라는 분도 이미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이름난 저자입니다. 그는 어린 손녀에게 우유를 먹일 때,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을 때, 그가 여태 느껴 온 어떤 경제적 성공이나 명성이 가져다 준 쾌감 못지 않게, 어쩌면 진정한 마음과 영혼의 안식을 얻었다고 겸허하게 술회합니다. 인생이란 원래가 이런 것입니다. 때로는 거센 풍랑 때문에 전진이 방해되어도, 결국 단호한 결심과 순리를 좇는 명철한 이성을 갖춘 자가 제 항구에 안착하고야 마는... 우리 모두 무엇이 우리 인생에서 본질인지, 가장 회복력 높은 타임아웃(p276)을 통해 나 자신의 진로를 재점검하는 지혜와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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