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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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님이 쓴 책들은, 특히 한국의 먼 역사 중에서 과학 관련 토픽을 잘 추출하여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박성래 서울대 교수님이 이런 부문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요즘은 곽재식 저자님 책에서 그런 효용을 얻습니다. 

p48 이하를 보면 정문경(精紋鏡)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학교에서는 "잔무늬거울"이라고 배운 내용입니다. 저자는 이 토픽에서 태양에 사람들이 부여한 주술적인 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천문학은 가장 철저한 물리 지식과, 타고난 모험 정신, 강한 창의력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종사하는 분야이지만 그 출발은 점성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성(星)이라는 글자가 벌써 별을 뜻하죠. 막강한 자연의 힘에 대해 뭔가 이를 해석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종교, 태양 숭배 풍조를 빚고 그 부산물 중 하나가 아마도 정문경이었겠으나 이의 제작이 중단된 건 인간의 호기심 지향이 객관으로 진입하려는 하나의 징후였겠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객관적 관념론인 유학 천착에만 머무른 게 아쉽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금성과 화성은 지구와 비교적 가까이 붙어 있기에 예전부터 새로운 생명체, 혹은 지구로부터의 이주 대안으로 꼽혀 왔던 행성들입니다. 저자도 그런 말씀을 하지만, "별"이라는 단어를 항성과 같은 뜻으로 쓰자면 태양도 (약간 이상하지만) 별에 속하며, 반대로 우리에게 좀 익숙한, 하늘에서 자주 구경할 수 있는(실제 거리가 멀든 가깝든 간에 겉보기로) 천체를 뜻한다면 금성, 화성이야말로 별 중에 별입니다. p117 이하에서 저자는 금성, 화성의 대기 조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금성의 대기는 성분이 희박한 게 아니라, 반대로 너무 진해서(무거워서) 생물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또 그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지구 생명체가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그러한 조건에 알맞게 생명체가 독자적으로 진화하지 못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p144를 보면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찾아 독자에게 들려 줍니다. 영조 임금이 신하들에게 신비로운 천문 지혜를 지닌 어느 노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대목인데, 조선왕조실록은 <삼국유사> 같은 책과 달라서 객관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설화는 직접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기이한 이야기도 영조가 자신이 아는 설화라며 신하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일 뿐입니다. 이런 행적에 구태여 중요성을 두고 기록에 남긴 사관의 태도도 특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세성(歲星)이라며 임금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된 별은 목성입니다. 이어 책에서는 목성의 여러 위성, 특히 타이탄에 대한 재미있는 여러 사실이 소개됩니다. 

우리들도 학교 다닐 때 천상열차분야지도 같은 흥미로운 문화 유산을 교과서에서 본 적 있습니다. 중국에서 유래한 천문도에는 오(吳), 연(燕) 등 중국 특정 지방이 하나하나 대응되었는데 이것이 중국 땅이 천하의 전부라는 대단히 협소한 세계관의 잔재라는 지적을 합니다. 놀랍게도 우리 조상들은 서양 각처에도 독자적인 문명이 자리함을 안 후에는 저런 종래의 시각이 오류라는 걸 깨닫고, 또 조선 땅도 천문에 투영 못 할 바 없음을 깨닫고 "동국분야(東國分野)"라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여 두루 활용했다고 합니다.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p287을 보면 각수(角宿)라 하여 고대 중국인들이 하늘을 볼 때 취했던 프레임들이 소개됩니다. 宿(숙)이라는 글자는 별 관련해서는 "수"라 읽습니다. 영성(靈星)은 간혹 영성(零星)으로도 잘못 기록되었는데 기록이 불충분하여 아직도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점성상으로) 부여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자는 아마도 풍년, 수확 등의 염원을 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개진합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처녀자리의 한 밝은 별을 지목하는데(꼭 그 별이라는 게 아니라), 이 별은 스피카(Spica)라고 불리며 그 뜻은 곡물류의 차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대목은 저자의 독자적인 추측이며 읽는 입장에서 대단히 흥미러웠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우리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이면에 얼마나 복잡하고 신묘한 원리가 깔려 있는지는 관련 학문을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를 통해 마음껏 천상계를 꿈꾸고 사람 사는 바른 도리를 성찰하는 건 인간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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