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속담 2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1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빵빵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습니다. 어린이들이 책 볼 때 의무감이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보는 경우는 (제 주변에서라면) 이 빵빵 시리즈가 거의 유일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여태 초성퀴즈, 영단어, 수수께끼 등 세 권을 리뷰했었는데,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열 권이 발간되었으며 이 신간까지 포함 모두 열한 권입니다. 그만큼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뜻이겠으며 그 비결이라면 아마 개성적이고 독특한 그림체와 귀여운 캐릭터, 몰입감 있는 스토리, 작품 안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교육 목표, 별 부담 없는 분량, 깔끔한 편집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 갈 데 소 간다." 딱히 비하하는 뉘앙스 없이, 누가 하니 누구도 따라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속담입니다. 요즘은 속담 연구가 학자들에 의해 더 많이 이뤄져서, 학부형들이 예전에 몰랐던 낯선 속담들이 교재에 많이 등장합니다. 이 속담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 든 분들이 오히려 잘 모르는(제 주변에서는요) 속담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콘을 닮은 얼굴을 한 민이가 뜨개질 학원에까지 따라왔는데 여길 남자애가 왜 따라왔냐며 타박을 주어도 남녀평등이라며 오불관언입니다. 민이는 몰랐던 적성까지 발견해서 좋고, 다른 여학생들은 잘생긴(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학생을 곁에 두고 구경해서 좋습니다. 

"달 보고 짖는 개."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호들갑부터 떠는 반응을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민이가 어디서 또 헛소문을 듣고 와서 난리를 피우는데, 정작 진짜 행동에 옮겨 파장을 키우는 건 마리입니다. 마리는 시나몬롤빵을 닮은, 빵빵 시리즈 초기부터 활약했던 주연급 캐릭터입니다. 마리가 기어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확인을 하자 초코크림빵을 닮은 담임선생님은 사정을 이야기하며 안심시킵니다. 이 선생님은 초3 때 제 담임선생님을 정말로 닮았네요. 다만 학생한테 아무리 속담 인용이라고 해도 "개"에 비유하는 건 아이한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전달에 유의해야 할 듯합니다. 

우리 속담에는 확실한 리더십 없이 여러 사람이 이 말 저 말 해 대면 목표한 일이 잘 풀리지 않음을 지적하는 게 많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속담이 엉뚱하게도 러시아에서는 "사공"을 "애 쓰는 일꾼"으로 새겨서, 모두가 합심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어려운 일도 해 낸다는 뜻으로 쓴다고 합니다. 아마 실제로 배를 육로로 옮긴 오스만 튀르크의 메메드 2세의 사례에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 책 p108에서 "목수가 많으면 기둥이 기울어진다"는 속담이 소개되는데, 크루아상 별이, 민이, 마리 등이 저마다 이러자 저러자 고집을 부리자 떡볶이 맛이 엉망이 됩니다. 우리 크림빵 담임쌤은 이 대목에서도 속담 실력을 구사하며 아이들을 꼽주...는 건 아니고 잘 훈육합니다. 

세상 일은 모두 뿌린 대로 거두게 마련이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기 마련입니다. 노력도 안 하고서 엉뚱한 요행을 바라서는 결코 안 됩니다. 민이, 마리, 별이 셋은 언제나 붙어다니는데 이 민이가 마리를 좋아하나 봅니다. 마리가 피아노부에 있으니까 자신도 들어가면 안 되냐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전혀 연습이 안 되었던 피아노를 어떻게 갑자기 잘 치겠습니까. 뜨개질이 척척 되니까 피아노도 그려려니 생각했나 본데 뭐 모를 일이긴 하지만 "밤나무에서 은행이 열기를 바라서는 안 되"는 법 아닐까요.  

마리가 꽤 약아서 동생인 그리를 거저 부려먹고서 약속했던 간식도 안 주고 이른바 "먹튀"를 하는 이야기가 p166에 나옵니다. 어르고 뺨 치기, 어르고 등골빼기 등이 이 경우에 쓰인다고 엄마(슈크림빵을 닮은 분인데 겉보기와 달리 아주 용감한 기질이 지난 책들에서 잘 묘사되었습니다)가 자연스럽게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엄마가 이렇게 중립 기어 박고 평론가처럼 굴 게 아니라 나리의 나쁜 습관을 좀 고쳐 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날 저 날 한다"는 속담은 해야 할 일을 바로 해 내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걸 뜻한다고 합니다. 별이와 마리 둘이서만 춘향전을 단막극으로 공연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또 민이가 끼어듭니다. 아마 민이는 이몽룡 역을 기대했겠으나 두 여학생이 민이한테 맡긴 역은 실망스럽게도 방자입니다. 괜히 나섰다가 혹을 되레 붙이게 된 민이,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하던 마리와 더 친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숨막히는(?) 어드벤처, 스펙터클 요소는 잘 안 보이지만 소소한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이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또 시리즈 예전 책들에 비해 교육 포인트(지식)가 엄청 늘어난 점도 눈에 띕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