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마음 뒤로 숨다 - 나만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심리 공감 비블리오테라피
임옥순 지음 / 행복플러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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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은 대체로 정서와 감정이 독특하게 발달한 까닭에,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철 같은 마인드로 각종 곤경과 도전을 씩씩하게 이겨 나가는 것도 물론 좋지만, 상처는 대개 적절한 방법으로 제때 어루만져 주는 것이 좋으며, 혼자 힘으로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겠습니다. 책은 독자에게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지만 동시에 은은한 가르침으로 마음의 상처를 낫우기도 하는데 좋은 책 읽고 다시 마음의 의기를 회복한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비블리오테라피의 대가가 쓰신 이 책에는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힐링이 될 만한 좋은 말씀이 많은 데다 내담자들의 사례도 풍부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명절이 다가오니 전통음식이 당기는 이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모시송편이라고 하면 꼭 추석에만 먹는 게 아니라 고유의 형태와 맛을 내어 수시로 만드는 지방(p176)이 있습니다. p58을 보면 미국으로부터 간만에 귀국한 따님(저자분)을 위해 어머님께서 만들어 준 모시송편 이야기가 나옵니다. 묘사가 맛깔나서 해당 음식을 먹지 않아도 뭔가 배가 불러 오는 달달하고 푸짐한 느낌(공감각?)이 들었는데요. 저자께서 이 모시송편 이아길 꺼낸 이유는 음식 이슈를 상기하기 위함이 아니라 좀 다른 의도였습니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남들이 예사롭게 지나치거나 따뜻한 감정만 느낄 법한 대상, 사건을 통해서도 과거의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저릿해지곤 합니다. 억압된 감정, 상처... 이런 것들이 "중간대상"을 통해 기어이 살아나고 마는 것입니다. 불안발작(anxiety fit), 예기불안(expectation anxiety), 불안정애착(insecure attachment)...용어가 별스러운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이런 증상을 (알고보면) 끊임없이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고안되고, 또 치유의 단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많은 산모, 아기 엄마들은 우울증을 겪곤 하는데 그만큼 출산이나 육아가 주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를 무난하게 넘어가는 분들은 운이 좋거나 평소에 정신 건강을 잘 관리해서이겠습니다. 한편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기도 그 영향을 받고 반드시 낌새를 채게 마련입니다. 이때 충분한 배려를 받지 못했거나 그랬다고 여기는 아기는 상처를 받고,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도 채 상처를 낫우지 못한 채 꽁꽁 싸매고 숨기다가 더 크게 도지도록 방치했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내담자를 여러 번 겪었는데, 처음에는 자신이 이런 상처가 있다는 자체를 타인에게나 자신에게나 부인하려다 이내 그 분노(유년기에 제대로 케어받지 못했다는)가 폭발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노는 정말 위험할 수 있으니 저자의 조언대로 적시에 치유를 받아야만 합니다. 

저자께서는 중간중간 위트도 표현하시는데 예를 들면 이별의 정한(情恨. p87) 같은 용어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누군가와 비자발적으로 헤어진다는 건 고통스러운 체험이지만 그렇다고 국어 자습서에나 나올 법한 이별의 정한이라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란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므로, 책을 읽으면서 이게 내 말이구나 싶다면 즉시 나의 증상을 현실로 인정하고 치료를 시도해야 하겠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복잡한 감정 이야기는 p105에도 나옵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는 해당 학문에 대해 아무 조예가 없어도 개념 정의를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많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예가 많습니다. 전이(轉移. transference)란, 프로이트에 의하면 "과거의 상황에 느꼈던 특정한 감정, 혹은 날 때부터 무의식에 새겨진 정서를 현재의 다른 대상에서 다시 체험하는 것"이라 합니다(출처: 한국어 위키피디아 해당 항목). 그러나 이 책 중에서 저자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옮겨붙이려는 시도"의 뜻으로 쓰기도 합니다(p130). 한때 동창찾기 사이트로 유명했던 모 브랜드 이름도 등장해서 잠시 예전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이 책에는 그만큼 삶에 대한 저자의 여유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대목이 많습니다. p216을 보면 봉숭아의 영문명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물론 유머이겠습니다. 

p195에서 저자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키다리 아저씨(이기적인 거인)>를 인용하며,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 사는 외로운 존재들의 위험성과 불쌍한 처지를 지적합니다. 이는 자신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이 빚은 결과이며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는 다양한 종류의 강박으로 발현되며, 헛되이 남들 앞에 존재를 과시하려 든다거나, 특정한 사상을 자기 멋대로 왜곡하여 마치 자신이그 분야에서 최고 권위라도 가진 양 헛된 망상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드는 등 여러 병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처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먼저 포착하여 어떻게든 해결해야, 자신이나 남에게 폐가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 독서였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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