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학살을 넘어 -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
구정은.오애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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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화일보에서 각각 근무했던 구정은, 오애리 두 여성 기자분이 쓴 책입니다. 책 부제에서 보듯,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가 지구촌 주민 모두를 걱정스럽게 하는 요즘입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세계 곳곳으로의 교통과 통신이 긴밀해져, 기존에 있던 오해도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어야 마땅하건만, 그렇기는커녕 없던 싸움마저 터져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대체 세계 곳곳에서 왜 이처럼, 전쟁이란 게 멈추지를 않는 걸까요?  

책은 모두 6부로 이뤄졌습니다. 1부부터 5부까지는 현재 세계인들의 우려가 집중된 다섯 군데의 전장을 집중 분석합니다. 다뤄지는 현장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이며, 마지막 6부에서는 무엇이 증오와 다툼을 부추기는 구조적, 근본적 원인을 짚습니다. 책 서문에도 나오듯이 두 분의 저자께서는 1990년대 대학살과 인종청소(말만으로도 끔찍합니다)가 벌어졌던 구 유고 연방을 함께 찾았었고,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도 방문했었습니다. 현대인들도 이 소름끼치는 역사에 대해 책으로, 다큐로, 또 현지 방문으로 충분히들 배웠고 그 교훈에 대해 깊이 되새길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의 삶은, 세계관은, 도덕성은 어떻게 된 게 성숙할 줄을 모릅니다. 끊임없이 터지고 또 터지는 전쟁이 그의 방증입니다. 아직도 배움과 각성에 부족한 바가 있다면, 전문가들로부터 더 깊은 원인에 대해 배우고 생각을 키워야만 합니다. 

2022년 세계를 놀라게 한 게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야누코비치가 탄핵당하고 국외로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를 유로마이단 혁명이라 부릅니다. 전쟁 8년 전부터 우크라이나에서는 사실 이처럼 위태로운 일이 벌어졌던 건데, 물론 오랜 역사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더 험악한 일들이 발생했었습니다. 책에서 명확히 말하듯이, 설령 구 소련 체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말끔히 청산되지 않은 그 무엇이 있다 해도, 엄연히 국제법적 지위를 갖춘 독립국을 다른 나라가 무단으로 침략하는 건 명백한 불의요 불법입니다. p29에 나오듯 한때 용병대장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리더십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2024년 현재 푸틴은 기세좋게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누르는 등 전리품(크름 반도와 동부 지역)을 차지하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할 모양새입니다. 책에서는 러시아의 무기고가 그리 넉넉한 편은 못 되며, 미국 측이 벌이는 흑해에서의 군사 훈련 진행 양상에 따라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2부 2장에서는 2차 대전 종전 후로 도대체 전쟁이 그칠 날이 없었던 중동의 정세에 대해, 여태 UN에서 내놓은 결의안들을 중심으로 개관합니다. 이 대목만 읽어도, 이 중동이라는 지역이 여태 얼마나 혼란스러웠고 복잡한 원인에 의해 분쟁이 일어났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며칠 전 EU에서 이스라엘을 제재했고, 유엔에서도 이/팔 2국가 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걸 보면 사실 이스라엘의 입지가 국제적으로 그리 단단한 편이 못 됩니다. 그런데 이 책 2-2에서도 우리 독자들이 다시 확인 가능하듯, 이스라엘은 요즘 들어서 국제 정치 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진 게 아니라 그전부터도 폭 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2-3에서는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가 여태 얼마나 놀라운 대외 방첩 활동을 벌였는지 요약됩니다. 2부 말미에는 "잊혀진 내전"이라 불리는 수단 내부의 복잡다단한 전황이 소개되는데 이 역시도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스라엘 문제뿐 아니라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는 지역이 시리아입니다. 시리아 역시 내전 때문에 수십년째 나라가 너무도 피폐해졌는데 본래부터가 다민족 다종교 국가인 한계가 있어서입니다. 시리아 주변에는 레바논,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이 있고 멀리서는 러시아가 그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이 나라에 깊숙이 개입해 왔습니다. 또 몇 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ISIS 역시 시리아에서 갑자기 발호하여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IS는 이상하게도 미국과 유럽의 적들과 자주 싸움이 붙는데, 며칠 전에도 이란에다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ISIS와 덜컥 손을 잡는 건 말도 안 되고 그들 사이엔 그것대로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간극이 놓여 있습니다. 3부 마지막에는 역시 몇 년 전 다소 갑작스럽게 제주도로 온 난민 문제가 언급됩니다. 저자들은 유럽 통합의 이상이었던 솅겐 협약의 기초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예전부터 강대국들의 무덤으로 평판이 난 지역입니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 기질 드센 전사의 후예들... 영국도 소련도 최근의 미국도 이 지역에 개입했으나 매번 실패했습니다. p187에는 이른바 와한 회랑과 듀란드 라인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설명됩니다. 이 미묘한 지정학적 위치를 놓고 은연중에 각축이 시작되는 중이며 중국은 바로 이곳을 통해 자국의 대전략인 일대일로의 키스톤을 놓으려 하며 지난 오천년의 역사에서도 사실 그러했습니다. p192에서도 저자들이 언급하듯 오늘날 탈레반을 이렇게 키워 준 건 1980년대에 미국이 무자헤딘을 뒤에서 밀어 준 부작용입니다. 저자들은 그래서 중국도 섣불리 이 지역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내다봅니다만 사실 모를 일이긴 합니다. 

p260을 보면 네덜란드 정부가 보스니아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보스니아 사태 때 네덜란드 군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쟁범죄를 오히려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국방장관의 사과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식민지를 만들어 수백 년 동안 경영했는데 1940년대 들어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쳐들어와 체제가 붕되었었고 일본이 패망한 후에야 다시 돌아와 인도네시아인들의 독립전쟁을 탄압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네덜란드 국왕이 사과를 했는데 이처럼 한 국가의 정책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다른 나라의 인권, 자존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자국 안에서만 통하는 폐쇄적인 덕목과 닫힌 시야로만 행동하는 국가나 개인은 지구촌 밖에서 바로 단죄를 받기가 십상입니다. 지상에서 더 이상 폭력과 증오가 판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인류애와 보편의 윤리로 내면을 채워야만 하겠습니다. 세계를 누비며 문제의 현장을 발로 뛰어온 자랑스러운 한국 여성 언론인들의 멋진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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