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살아남기 - 나는 박봉에도 대출 없이 기부하며 미래를 꿈꾸며 산다
김수연 지음 / 이비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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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기가 좀 시들하지만 한때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공무원 시험에만 몰려 우려를 빚은 적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은 인기 직종이며, 그런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막상 자리에 임해 보니 기대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 실망하는 이들도 있고 심지어 전직 퇴직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 책 저자 김수연님은 웹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의 꿈을 뒤로 하고 안정성에 끌려 9급 2년 공부하고 바로 합격한 분이며, 초고속으로 6급까지 승진한, 많은 공시생이나 저연차 공무원분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케이스입니다.  

칼출 칼퇴는 ㅎㅎ 모든 직장인이 꿈꾸지만 함부로 실천에 옮길 수는 없는 과감한(무모한?) 행동입니다. p32를 보면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말이 나오네요. 민원인은 관공서가 9시에 연다고 하면 그 시각에 맞춰 방문합니다. 그런데 공무원이 정각 9시에 출근한다면 아마도 그 민원인(들)은 자기 일을 제 시간에 끝내기 어렵겠습니다. 이 일은, 미리 와서 업무를 준비하던 다른 동료 공무원의 몫이 될 수 있는데, 내가 칼출만 고집하면 그 동료 공무원이 피해를 보는 셈 아니겠습니까. 이는 공무원뿐 아니라, 접객 요소가 있는 어떤 직장(은행 등 금융기관)에라도 통하는 이치이며, 나아가 업무 분장(分掌)이라는 게 있는 모든 조직, 직장에 두루 적용될 사리(事理)입니다. 저자는 직장 분위기를 잘 살피고, 물 흐르듯 가자고 제안합니다. 

책표지와 앞날개에도 나오듯 저자는 시장 수행비서까지 거쳐본 경력입니다. 그런데 수행비서로 발탁되기 전에는 같은 직원 신분이다가 이제 처지가 다르게 되었으니 상대하기가 약간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p71에 자신이 수행비서가 되고 난 후 어떤 요령으로 다른 직원들을 대했는지 상세한 회고담, 관련된 팁들이 나옵니다. 때로는 직원들의 요청을 칼 같이 거절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러고 그냥 방치하면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릴 수 있습니다. 메신저나 쪽지 등의 방법으로 더 오해가 쌓이지 않게 풀라고 조언하는데 직장 생활하는 이들이 염두에 두면 좋을 방법입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나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인사이동 때 꼬박꼬박 화분을 챙긴다든가 이런 형식적인 수고는 차라리 하지 말라고 합니다. 대신, 챙겨야 할 하람에게는 진심을 담아서 대하라고 조언하네요. 이 말이 100% 진리까진 아니라고 해도 한 번 정도 우리가 곰곰 생각할 필요는 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이라서 그냥 해야 한다... 아마도 사기업과 관공서가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사기업이라고 해도 제대로된 시스템이 돌아가는 곳이라는 전제가 깔리지만 말입니다. MZ세대라고 해도 "공무원 사무실이 터가 안 좋은지(p125)" 아무리 뚜렷한 주관을 가진 이도 공무원만 되고 나면 좀비로 변하는 딱한 풍조를 저자는 꼬집습니다. 과연 이 사업이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을 위해 꼭 예산을 소모해 가며 시행되어야 하는지 검토하는 건 공무원의 사명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p165)." 이 말은, 설령 팀장 등 위에서 시키는 방향에 강한 반대 의사가 있더라도, 최대한 상사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돌려서 말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p165에 이렇게 듣고 이렇게 읽으시라는 뚯으로 여러 표현의 사례가 나옵니다. 이 역시 사기업에서도 두루 쓰일 만함 요령이며, 어느 공부보다도 사람 사이에서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며 잘 처신하는 게 어렵다는 게 여기서도 증명이 됩니다.  

아주 미묘한 관계가, 공무원과 용역사(用役社) 사이의 관계입니다. 공무원은, 당연히 만능의 존재가 아니니 자체적으로 모든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없고 비용이 보다 적게 들면 외부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용역사를 동료로 대하려면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p184)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특히 예산 같은 건 해당 사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다 게시되어 있으므로 어설프게 거짓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가장 한심한 사람들이, 거짓말이나 속임수를 사회 생활의 윤활유 정도로 여기고 저차원의 술수를 대단한 기술 정도로 뿌듯하게 착각하는 이들입니다. 

공무원 생활의 다양한 애환에 대해 엿보며 공감하고, 만만치 않은 인생사의 여러 단면이 공무원 사회라고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던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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