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평생 사랑할 너에게
김새벽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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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사랑이고 그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증오(p59)로 바뀔 수도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정반대로 이 감정을 투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친 듯 미워해 본 적이 있겠으며 그 계기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그보다 전에 내가 미워했던 그 누군가가 했던 짓을 지금 똑같이 하고 있다면? 아마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사랑하던 사람에게마저 만정이 떨어져 내 미움의 대열에 합류하기. 다른 하나는 거꾸로, 이전의 미움조차 이제 이해(사랑까지는 턱도없겠으나)되는 감정으로 바뀌기. 저자는 후자에 속합니다. 내 마음에서 미움의 감정이 사라지면 그 사라진 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의 힘이라는 게 이처럼 강력하기에 그 지독했던 미움의 감정에 이해의 첫발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나 상황이야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이 책 p46에서의 배경은... 책 전체를 읽어 보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이때, 사랑하는 마음, 아무리 무조건적으로 향하던 마음이라 해도, 마음은 계산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 마음을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척하는 너도 이기적이지만, 이런 계산을 하는 나 자신도 무척 이기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독자가 보기에, 과연 이런 것도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오히려, 너를 당황시키지 않으려는, 끝까지 이타적인 마음이 느껴져 더 안타깝고 안쓰럽지 않습니까? 이런 대책없는 일방적인 사랑을 똑같은 이기심의 레벨로 애써 포장하여 상대가 이기적임을 가려 주려는 마음이 느껴져 독자의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무엇이 특별하고 무엇이 흔한 걸까? 저자는 특별함이라는 걸 길꽃(p71)에서 찾습니다. 크고 예쁘고 특별한 건 꽃집에서 쉽게 살 수 있기에 이미 특별한 게 아니다(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길가에 핀 꽃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기에, 자신만의 사연을 혼자 힘으로 꽃피운 아이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귀하다는 것이며, 사실 이 꽃을 그 침침한 구석에서 발견을 해 낸 저자의 안목과 사연, 그에 투영한 감정이 더 특별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흔해서 더 특별하다는 역설인데, 이걸 이렇게 있는 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니까 과연 사랑하는 사이가 맞긴 한가 봅니다. 만약 사랑의 농도가 덜하다면 '뭔 헛소리?'라며 콧방귀를 뀌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과연 숨결 하나도 특별합니다. 

오랜 동안 사랑하며 같이 살아 온 부부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놀랄 만큼 서로 닮습니다. p91에서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점점 닮아간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 보면 사실 두 사람이 그리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이에게서 (전에는 없던) 나의 감정 표현이라든가 개성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나의 빈 곳을 상대의 장점으로 채워가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나도 그만큼 뿌듯해지고, 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려 드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무도 곁에 없고 그만 있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있어 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확인, 증명(p118)이 가능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곁에서 누가 둘의 하나됨을 방해하는 중일 수도 있겠으나, 커플은 이런 도피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더 사랑을 굳건히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 치는 남자(p131)가 좋다고 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서투른 소리가 듣기 싫었을까요? 그녀는 나가 버리고 나 혼자 뜯던 현은 뚝 끊어져 버립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잦은 위기를 겪지만, 때로 통 조율도 해 가면서 그렇게그렇게 항해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랑은 때로 평생을 지속하나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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