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사춘기 수업 - 방황하는 내 아이 속마음 읽기
정철모.채혜경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1월
평점 :
"부모에게는 당황스럽겠지만 반항이나 양가성은 자립을 위해 필요한 발달상의 통과점이다(p23)." 참 의미심장한 구절입니다. 그래서 사춘기는 아이에게 위험하기도 하지만, 평생 귀여운 아이로 부모 곁에 머물 수 없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겪어야 하며 그래야먄 온전한 사람이 됩니다. 책에서는 모든 이상행동이 치료대상인 건 아니고, 자폐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그저 사춘기라서 보이는 증상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설명은 과연 이 분야 전문가다운 친절하고 적확한 설명이며, 한편으로 자폐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사춘기 증상까지 같이 받아내고 다뤄야 하는 그 부모님들이 얼마나 어려움이 크실까 하는 생각도 새삼 듭니다.
책에서는 꼭 또래가 아니어도, 친구를 하나 두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인 한 아이가 나오는데 당연히 이런 아이는 교우관계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동네 모형가게에 다니면서 단골 손님들과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 손님들도 순전히 같은 취미로 모인 이들이니 괜히 어떤 병을 문제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다. 다만 이는 일본의 사례라서 그렇고, 우리 같으면 순전히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조차 취미 외적인 이슈, 사회적 지위라든가 재산 같은 걸 공연히 문제 삼는 못된 이들이 있고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는 점 언급하고 싶고, 다만 친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주위에 부모뿐이고 다른 친구(관계)를 못 만든 아이는 이걸로 평생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이 방식은 우리들 일반인들이 스몰스텝 위주로 잘게 쪼개어 난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p33에서는 다소 의외랄까, 탑다운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아니 소소하고 작은 걸 아직 못하는데 더 상위단계 방법을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무엇보다 ABA에 안 어울리지 않나 싶지만 저자는 그게 바로 우리들 비전문가의 오해라고 지적합니다. 아이에 따라서 특정 애로가 아주 안 넘어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단계 때문에 계속 거기 머물 수는 없습니다. 스몰스텝에서 살살 위로 높여나가는(p33. 높혀나가는 x) 방식을 바텀업이라 부른다면, 탑다운은 지금 당장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마치 편법처럼 시원시원하게 가능한 단계부터 먼저 싹싹 찾아 목표, 목표부터 일단 달성하고 보는 방식입니다. 권위자의 가르침을, 나의 상식보다 앞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꼭 사춘기가 아니라 해도 자기 통제의 힘을 키우는 단계가 특히 청소년에게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p40에는 네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첫째 강화를 받지 않아도 기다린다입니다. 강화는 심리학 개념이고 일정한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걸 가리키죠. 이게 사실 성숙한 인간이 되고 안 되고의 결정적 갈림길인 것 같습니다. 미숙한 인간은 장기적으로 보아 A가 분명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보상이 필요해요!"라면서 당장 무슨 대가가 주어지길 기다리고, 떼를 씁니다. 이 단계가 지독하게 안 넘어지는 유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는 유형은 머리가 딱히 좋다거나 하기보다, 순간의 유혹과 편해지고 싶은 충동을 이기느냐 아니냐에 더 크게 의존합니다. 이 고비를 못 넘는 유형은 커서도 공무원 시험이건 한능검이건 토익이건 절대 통과를 못하고 평생 그렇게 삽니다.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 같습니다.
아이와 행동계약서를 작성하고 이것이 남 좋으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며, 약속을 지키는 인간이 얼마나 품위 있고 멋진 인간인지 스스로에게 확신을 시키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책에서는 가르칩니다. 또 잘못이 있으면 엄마아빠한테 매를 맞아서 고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기 스스로 수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 단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미숙하고 어리석은 반 범죄자로 사느냐 조직에서 회사에서 존중 받는 사회인이 되느냐가 갈린다는 점을 깨닫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