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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선 넘은 거야 ㅣ 쓰면서 치유하는 심리워크북
샤론 마틴 지음, 양소하 옮김 / 에디토리 / 2023년 11월
평점 :
"마음에 내키지 않은 사람이, 일이, 나를 끌고 갈 때, 그땐 몸을 멈추고 마음에게 물어봐. '나 괜찮아?'라고(p77)" 우리는 회사에서 사회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상황에 끌려가는 일이 무척 잦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 우리는 "뭐,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잖아?"라며 억지로 맞추려들 듭니다. 그러나 나의 감정을 부인하며 상황에 과잉적응하는 게 과연 언제나 현명한 선택일까요? 결국 상처 입은 나의 마음은 그 작은 아픔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 큰 탈이 나고 맙니다. 저자는 "좋은 것과 나쁜 걸 처음에 나누지 말라"고도 합니다. 며칠 전에 읽은 김세중 著 <무소유>에서 읽은, 성철스님이 했던 말씀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연극 무대 위에서 배우 없이는 역할이라는 게 존재하지 못하듯,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읺기 때문에 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p111)." 셰익스피어의 <좋으실 대로>의 어느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무 해석이라는 게 없이 그저 대본만 암기하여 목청만 높여 떠든다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지 않을 것입니다. 해석이란, 혹은 자신만의 관점이란 그렇게나 중요하며, 한 번 사는 세상에서 남의 관점에만 맞춰 살다가 허깨비처럼 가는 인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난 행복의 무게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놓아 버리는(p110)"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뻔히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우리가 사기꾼한테 속는 건, "내 욕심이 사기꾼의 말에 멋지게 포장지를 씌워서(p145)"라고 합니다. 나를 파멸로 몰고가는 건 남의 교묘한 속임수가 아니라 바로 나의 헛된 욕심입니다. 배가 고프면 모든 음식이 다 산해진미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과 가끔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눠 줄 것을 권합니다. 함께 느껴 주는 것만으로도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p150)"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해주고 신경 써서 배려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세상을 그저 내 마음 내키는 대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힘 있는 이들에게 기분을 맞춰 줘야 하고, 이익이 되는 길이면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과감히 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만 살면 어느새 내 삶은 빈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저자는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보고 싶은 게 인생이잖아?(p166)"라고 우리들에게 묻습니다. 이때 지나치게 물욕, 성욕에만 따르면 그 역시도 후회만 가득 남을 삶이 됩니다. 앞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수시로 내게 물으라고 했던 저자의 말씀이 다시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지나치게 조심만 하고 남 눈치만 보면 결국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돼. 기회는 또 오니까.(p213)" 삶에는 이런 대범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하면 곤란하고, 적절히 거리를 두되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비워진 자리를 인정한다면, 너와 나, 서로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될 거야.(p225)" 이런 남을 사랑하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에는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이걸 확인만 해도 벌써 나는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