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속의 사랑 한가득 - 따라하면 십중팔구 대박인생
황보근수 지음, 이인선 삽화 / 행복에너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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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 직장에서 평생을 헌신한 자신의 경력을 다른 회사에서 알아주고 냉큼 모셔가려는 것도 아닙니다. 과연 길이란 게 있을까요? 길이 있다는 게 이 책 저자님의 말씀입니다. 저자는 전자회사, 보험회사에서 봉직하다 55세에 퇴직하여 십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고, 무려 65세에 소고기국밥집을 창업하여 연 매출 10억을 기록하는 성과를 이룬 분입니다. 창업을 준비 중이건, 아니면 잘 안 되어 폐업을 생각 중이건 간에 이 책을 먼저 한번 읽어 보고 결정할 일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사장만 잘한다고 사업이 잘 풀리는 게 아니라 직원들도 그에 맞게 일잘러들이라야 합니다. 반대로 아랫사람은 일을 잘하는데 사장이 시원찮으면 그것도 큰 문제이며, 결국 둘 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p90을 보면 두 분의 조선족 여성을 고용해 최고의 효율을 올린 저자님의 경험담이 나옵니다. 식당 일이라는 게 몸도 재빨라야 하고 근력도 좋아야 하겠으며 순간 판단력도 뛰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 관계 없는 사람한테는 이런 일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나 사장님 입장에서는 같은 돈 주고 쓰는 사람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마 눈에 훤하게 드러나겠지요. 이 책에 담긴 여러 지혜를 두고 저자는 "내 인생의 비단 주머니"라고 표현하시는데, 저 두 분의 직원을 두고 서서가 유비에게 공명을 천거한 고사에 비깁니다. 이처럼,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장의 마음가짐이, 유비가 파촉을 경영하는 마음과 같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시피라는 게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식품, 제약 회사 실험실에서 계속 정밀한 실험을 거듭하는 것과 마찬자기로, 대구 명품 국밥의 독특한 풍미를 배우되 그것과는 또다른 맛이 더해져야 하는데 그것에 성공한 것입니다(p54). 이렇게 레시피를 직접 개발하면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로열티를 아낄 수 있으므로 좋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많이도 해먹네." "아니죠. 걔들도 비용이 이것저것 많이 들고 심지어 망하기도 하는 걸요." 세상에 쉬운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p40을 보면 처음부터 가맹비가 없었다고도 솔직히 말씀하십니다. 

저자께서는 돈 관리와 연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외환위기 때 사기 당해 돈 날리고, 주식에서 날리고, 심지어 집값 상승기를 앞두고 판단을 정반대로 하여 매도했다가 직후에 집값이 치솟는 바람에 또 손해를 봤습니다. 한 직장에서 하나의 업무에 달통한 것과, 목돈 굴려 더 크게 만드는 재주는 이처럼 또 별개인 것입니다. 

p34를 보면 2013년 5월 10일, 드디어 "대빵 포차"라는 저자님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인테리어 업자들도 뭔가 2류 같고(일류는 돈이 없어 못 쓰겠고), 구인도 힘듭니다. 구인이 왜 힘드냐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식당은 체계라는 게 안 잡혔기 때문에(p52) 직원들이 일이 많아 기피하여 힘들다는 겁니다. 참, 세상에 쉬운 일이라는 게 없습니다. 이 난관을 어떻게 저자가 돌파했는지는 책을 직접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가맹이 하고 싶다면 이 책 p194 이하에 주의해야 할 점이 모두 정리되어 나오므로 읽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알아서 일을 척척 잘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이게 직원 복만 앉아서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장부터가 직원들에게 그런 동기를 부여하는 수완, 인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특히 이런 저자님의 독특한 직원 관리법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 직원들이 하나씩 감염까지 되니(p104)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는데, 기어이 위기를 극복해 냅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저자의 지론입니다.  

권리금이 너무 많이 붙으면 대개 중개업자의 농간이 끼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반대로 권리금이 없다, 이건 싼 게 비지떡이라고 그럴 만한 이유가 뭐가 있어도 있어서 그렇다는 거죠. 그러니 자리를 알아 보는 과정이 정말로 신중해야 합니다. 저자께서는 저 대박 신화를 만든 자리를 어떻게 잡았으며(임대인 할머니가 웬 노인네가 장사를 하려 든다며 영 미덥잖아 하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불리한 초기 조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 책을 읽어 보면 하나의 정답(유일한 정답은 아니겠지만)을 우리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가 이 책에서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절대로 이것저것 메뉴에 많이 깔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문점의 시대(p122)이니 말입니다. 아니면 가게 입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권리금, 월세 등으로 다 나갈 돈을 생각하면 언발에 오줌 누기일 뿐입니다. 이 책 저자님도 처음부터 막연히 "음식점"이라고 하지 않고 분명히 소고기국밥집으로 컨셉을 한정해서 잡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소로만 승부를 보이소." 대구 권 사장님의 조언에 그대로 잘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착한가격 지정업소 간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자체로부터 발급 받는지는 책 p142에 잘 나옵니다. 이러면 박리다매 말고는 방법이 없지만 이런 불황, 소비자가 지갑을 잘 안 여는 시대에는 도움이 되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9 시리즈로 가격 장난을 치지 말고 정직하게 승부하라고 합니다. 원래 우리 나라에는 9 붙이기가 잘 없었는데 이것도 외환위기 이후 미국 풍조가 수입된 듯합니다. "그런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속임수에 불과하다(p143)."  

저는 이 책을 읽고, 사장이 물론 돈 한 푼 한 푼 허투루 쓰지 않게 꼼꼼하고 치밀하기도 해야겠지만, 직원들과 손님들과 상생한다는 통 큰 배포로, 사람을 가식 없이 대하고, 이런 뭔가 인간적인 면이 가득한 매력이 음식 메뉴에도 고객 응대에도 배어난 게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누가 나를 인간적으로 대하고 안 하고는 사실 조금만 이야기를 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인간적이고 정직한 사장님이 하는 가게는, 기계적인 상술이 도저히 훙내 못 내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템에도 그런 신뢰가 옮겨가고 맛도 더 붙어서 느껴지지 않을까요. 인망과 인덕이야말로 최고의 상술이요 자산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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