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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ㅣ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평점 :
이 소설은 3년 전에 발표된 김하연 작가님 作 <시간을 건너는 집>의 2편입니다. 누군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 나타나 내 소원을 들어 준다는 건 무척 매혹적인 제안입니다. 물론 많은 제약 조건이 따르지만(서양 동화에서도, "소원은 신중하게 빌 것![Be careful what you wish for]"을 언제나 강조하죠), 무슨 횡재까지를 기대한 게 아니라(p31), 이를 통해 나는 누구이며 내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린 주인공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더욱 성숙해지는 과정이 감동적인 1편이었죠. 당시 제가 남긴 리뷰도 있습니다.
세계관은 그대로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아닌 이 2편에서는 친구들에 비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신민아가 새로운 주인공입니다. 소셜 믹스라고 해서, 고급 아파트 옆에도 정책적으로 임대동을 두어 계층 간 위화감을 감소시켜 보자는 게 이 정책의 취지인데 현실에서는 이 소설에 나오는 대로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p89를 보면, 친구 최아영 엄마가 민아한테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대목도 있습니다(물론 민아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p93, 아영이도 실토를 하네요). 구김없이 성장해야 할 나이의 민아이지만 이런 사정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1권에서처럼 갑자기 어떤 이상한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신비로운 미소를 보이며 민아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넵니다. "널 안단다. 네가 이 집의 첫번째 멤버거든.(p12)" 1권에서의 바로 그 할머니이신지 대사도 똑같네요. 1권에 나왔었던 이수의 이름이 p130에 잠시 언급됩니다.
흰 운동화를 각각의 이유에서 신게 된 다른 두 "멤버"가 이상한 집에 모이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정아린, 최무견이 나중에 합류합니다. 파란머리 소년 최무견은 원래 여기 낄 멤버가 아니었으나 우연히 흰 운동화를 신게 되어 아린과 민아와 같은 배, 아니 같은 집에서 운명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규칙은 1권에서와 대개 같습니다. 할머니도 그렇고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도 그렇고 어떤... 절대자 같은 초월적 존재일까요? p82에는 이 시리즈 처음으로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 두 분도 뚜렷한 한계가 있고 주어진 룰에 따라 일만 할 뿐 그 근본 원리를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이 집은 그저 요행수 같은 소원 성취를 위한 곳이 아닙니다. p27에서 할머니가 말씀하시듯, 세상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고 어쩌면 버림받다시피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집이죠. 남이 잃어버린 운동화를 우연히 주운 무견이라고 해도 그렇게 이 운동화를 신게 되었다는 게 벌써 우연만은 아니라는 게 할머니의 생각입니다. 새로운 기회(another chance)라는 게, 설령 어떤 큰 실수를 한 아이에게라고 해도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는 할머니의 주장을 듣고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네요. 민아, 아린이한테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고, 아마 인성이 좋지 않아 보이는 저 파란머리 무견이한테 주로 해당되는 사항이겠습니다. p104를 보면 무견이 아빠가 누군인지 나오는데 그 직업이 참 아이러니입니다.
민아는 한부모 가정의 혜택으로 간신히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았으나 소외감을 느끼는 건 이사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에만 살면 괜찮겠거니 싶어도 그게 그렇지가 않죠. o오동에는 안o에서도 알아 주는 일류 학원들이 있다고 나오는데(p8), 동네 사는 독자로서 그런 얘기는 진심 처음 듣습니다. 혹시 민아가 고o동하고 착각한 건 아닐까요?ㅋ 좋은 학원 가려면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충고를 덧붙이며... 뭐 여튼 민아와는 달리 정아린은 정반대 환경, 강남구 청담동 사는 축복 받은 인생입니다(학군 때문에 급하게 이사 옴). 변호사 아빠(정상규씨)의 DNA를 물려받아 공부를 잘했으나 어느새 중압감 때문에 정신이 영 망가지고 말았습니다(공황장애. p59). 딸을 너무 몰아붙인 아빠 잘못이 적지 않아요. p52를 보면 친구(?) 황변호사도 좀 악질입니다.
p118을 보면, 역시 사람은 do the right thing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으나 이렇게 하면 내 신상에 이롭지 않다 싶어 좋지 못한 길로 빠지는 것이고, 무견이는 이미 몇 번 실수를 했습니다(119를 보니 그런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더군요!). 그러나 p118에서 무견이는 비로소 바른 결정을 내렸으며 설령 이것 때문에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날렸지만(과연?), 앞으로 별 후회가 없을 겁니다. 아빠의 피가 무견이한테 과연 흐른다면 얘도 착한 애일 테니 말입니다.
1권에서도 그랬고 아무리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집이라고 해도 규칙이라는 게 있으며, 할머니나 미키마우스 아저씨라고 해도 이 규칙을 함부로 깨지 못합니다. 그 중 하나가 죽은(죽어가는) 사람 못 살리는 것이고(민아 관련) 이 2권에서는 무견이가 다른 규칙을 이미 어겼습니다. 그러나 과연 피도 눈물도 없이 규칙이 최우선으로만 내세워져야 할까요? 고객과 수임인으로 밖에서 연이 생긴 정oo씨와 신설희씨(p121)의 자녀들이 "그 집" 안에서 그런 연이 또 생기다니 세상이 참 좁은 걸까요? 그게 우리 눈에는 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을 건너는 어떤 섭리를 놓고 보면 다 필연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응보가 반드시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이니.
*출판사에서 제공한 청소년용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