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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손자병법 - 손자병법에서 찾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지혜
양현승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싸우지 않고 이기는 선택이 가장 고단수(p184)라고 가르쳤던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 투쟁의 연속인 우리네 삶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본 중국 고대 문명의 정수를 담았기에 현대에 들어서도 널리 읽힙니다. 나이 서른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리더들이 읽고 영감을 받았다는 이 고전은 21세기 한국의 조직 어느 직급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교훈과 각성을 줄 수 있는 지혜의 원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현역 육군대령이며 누구보다 병법서를 탐독하고 실전에 응용해 온 경험이 풍부한 입장이라 할 수 있는 분입니다. p92에서 그는 자신이 대대장이었을 때(p92)를 회고하는데, 지금까지도 반성이 되는 부분이 부대원들의 자존감을 챙기기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더 우선시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하긴 여느 회사의 과장들도 마찬가지이지 않겠습니까. 리더는 자신보다 부하들을 우선 챙기는 게 맞고 선공후사하는 자세로 업무와 통솔에 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말이 그렇다는 거고, 현장에서 어느 누구도 이런 이타적인 마인드를 갖지 않습니다. 부하의 공도 내 것으로 가로채려 들고, 아랫사람한테 대접이나 받으려 드는 게 일반적입니다. 리더가 이래서는 안 되며, 내 이익이나 감정을 먼저 챙기는 사람은 이미 자격미달, 탈락입니다. 가장 이타적으로 굴 수 있는 사람이 끝에 가면 가장 이기적으로(?) 실속 챙기기도 가능한 그릇입니다. 작은 걸 내 주고 큰 걸 건지는 셈이죠.
리더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모의고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전이 중요합니다. 기출이 중요하다는 맹목적 판단 하에 딸딸 외우듯이 풀어 냈지만 실전에 어디 그 문제가 그대로 나오겠습니까. 자기 혼자 최선을 다했다고 끝이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은 누구한테도 통하지 않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히딩크의 예를 드는데 이 사람은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 평가전에서 연전연패, 그것도 기본이 5대0인 대패를 하고서 정작 피파월드컵이 열리자 놀라운 성과를 냈습니다. 모든 리더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며 설령 부하 직원들이 내 의도를 이해 못해 일을 그르쳤다(p39)고 해도 그 책임은 오롯이 내가 뒤집어쓴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팀장이 가장 어려운 점은 위에서 지원이 약속되었다가도 갑자기 취소(p101)되거나 아예 위에서 집요하게 작정하고 방해를 하는 경우마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팀장은 자포자기하거나 책임전가, 수수방관하지 않고 부하들을 최대한 챙기고 의욕을 북돋우며 프로젝트를 밀고나가야 합니다. 윗사람 중 자기 책임을 방기한 자가 있으면 나중에 더 윗선에 상신하여 응보를 치르게 하는 건 별개 문제이며, 일단은 자신과 자신의 팀에 맡겨진 일을 똑바로 해 내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내 주장도 내세우고 누구한테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리더는 무작정 매뉴얼대로만 하고서 내 할 일 다했다고 손 놓을 수는 없습니다. 병법서에 화공을 이러이러한 식으로 하라고 나온다(p140)면, 그날의 날씨나 적진의 상황 등 다른 여건은 전혀 고려 안 하고서 무작정 글자대로만 밀고나가면 다 되는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전제 조건들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있게 대처를 하라고 팀장 등 리더가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곧이곧대로인 일만 하는 리더는 차라리 사라지고 부하들만 조직을 채우는 것만도 못합니다. 김영옥 대령님(p132)이 말한 "사고의 유연성"이란, 그만큼 리더의 자질이 고차원적인 데 놓인다는 걸 자신의 영웅적인 일생을 통해 웅변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보통 고전이라고 하면 멋진 말들이 가득한 외적 화려함으로 독자를 압도할 것만 같지만 <손자병법>은 그렇지 않고(p51), 오히려 소박한 느낌이 들 만큼 현실적인, 오로지 현실적인 충고로 가득합니다. 삶이란, 실전이란, 그만큼 어떤 폼 재기 같은 게 아니라 실전의 절박함으로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께서는 작년 카타르 피파월드컵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셨는지 책 곳곳에서 언급하는데, 결론은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자(p207)"라는 것입니다. p221에는 10분 뒤와 10년 뒤를 동시에 챙기라는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경구도 인용됩니다. 인생은 본디 근거리와 원거리를 함께 통찰할 줄 아는 스킬을 구사할 줄 알아야 완주할 수 있는 복잡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책 곳곳에 <손자병법> 한문 원문 구절이 인용되며 저자 고유의 해석과 경험담이 전개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