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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기념 동요그림집
윤석중 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평점 :
어려서부터 우리가 불러 오던 아름다운 동요들. 그저 목청껏 불러 스트레스 해소만 도와 줬던 게 아니라, 평화로운 곡조와 차분한 노랫말 들이 우리의 심성을 착하게 지켜 준 고마움도 매우 큽니다. 그래서 아무리 나이가 든 후라 해도, 어려서 부르던 그 노래들을 힘차게 부르면, 그 시절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며 순수했던 처음의 뜻도 다시 새겨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즐겨 부르던 노래인데도 정작 그 작사 작곡을 하신 선생님들은 누구셨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죠. <어머님 은혜>는 윤춘병 작시, 박재훈 작곡이라고 p45에 나옵니다. "높고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님 은혜를 모르는 건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고 해야겠죠. 어찌 하늘 따위에 비기겠습니까. 우리 모두 말로만 이러지 말고 오늘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반드시 효도합시다. 지금 당장 폰을 열고 안부 전화 드립시다. 그런데 책에 의하면 이 노래가 무려 1948년에 나왔다니 그 점도 놀랍습니다.
요즘도 이 노래가 교과서에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라는 가사의 노래를 어려서 불렀던 기억이 일정 연령층 이상에게는 있을 수 있습니다. 곡조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사도 우리말 특유의 음운적 묘미와 리듬이 잘 드러난, 어린이들이 입으로 따라부르기에 참 좋은 명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윤극영 곡 윤석중 시, <어린이날 노래>가 나오는데 이 두 분은 아동문학, 동요 창작에 있어서 거대한 산과도 같은 분들이죠. 이 곡 역시 1948년 발표라고 합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일찍부터 어린이 운동을 펴셨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해방 직후의 끝없는 희망과 폭발적인 환희가 이렇게도 표현된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청마 유치환 선생은 경남 통영이 낳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가였습니다. p67에는 <메아리>라는 노래가 소개되는데, 이분이 작사하셨고 곡은 김대현 선생이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식목 사업이 한창 진행된 후라서 가사에 나오듯이 "벌거숭이 붉은 산"이 없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김동인의 <붉은 산>이라는 작품이 있었을 만큼 한국의 녹화 상태가 매우 나빴습니다(물론 기후 온난화 때문에 최근에 산불 피해가 잦긴 했지만 녹화가 다시 완성된 한참 후의 일이죠). 더군다나 1953년이면 한국전쟁 직후이니 얼마나 상태가 나빴겠습니까. 나무가 없는 산에는 메아리도 없고 인간의 호소를 받아줄 자연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매우 심각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금강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이지만 지금은 분단 때문에 찾아가볼 수가 없습니다. 동요 <금강산>도 1953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일만 이천봉이라는 그 특유의 구조도 신비로우며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모습이 그렇게나 절경이라는데 온 겨레를 넘어 세계 사람들의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게 1953년, 한국전 직후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물론 전쟁 전에도 금강산은 38선 이북이었으며 왕래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동요도 소개됩니다. 1984년에 발표된 <노을>은 가사도 그렇고 곡조도 전형적인 한국 동요풍입니다. 오히려 1950년대에 만들어진 곡들이 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노을>은 MBC 제1회 창작동요제 대상을 받았을 만큼 명곡입니다. <올챙이와 개구리(이른바 개구리 송)> 같은, 현대의 히트 동요(?)도 포함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p116 이하에는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의 해설이 실렸습니다. 이 글이 대단히 유익하며, 책에서 어떤 교훈이나 정보를 찾으려는 분들은 이 멋진 평론 한 편만으로도 건질 걸 다 건졌다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 책에는 작품 하나하나에마다 멋진 그림 한 폭이 함께 실려 마치 시화전(詩畵殿)을 보는 듯합니다. 책은 이처럼 꼭 활자를 통해 지식만 얻는 게 아니라 예쁜 추억의 기념품 노릇도 하는 것입니다. 시대별 구분 편제라서 노래로 돌아보는 현대사 노릇도 겸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