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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산 패밀리 2 ㅣ 특서 어린이문학 4
박현숙 지음, 길개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9월
평점 :
앞서 1권에서 후반부에 처음 등장했던 "흰 개"는 이름이 "파도"입니다. 참... 이름이라는 게 그렇게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조난자("그 사람")이 자신을 "들개"라고 불러줬다고 그렇게나 설레어하던(2권 p19도 참조. 뭐 그건, 누가 봐도 설렘의 감정입니다. 박현숙 작가는 이런 기술이 탁월하죠) 얼룩이를 다시 떠올려 보면... 아무튼 파도는 이 2권에서도 말이 참 많은데, 다만 그 안에는 중요한 정보가 들었습니다.
여튼 파도가 알려 준 엄청난 정보를 듣고 얼룩이와 바다는 고민에 빠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기들끼리 이럴 게 아니라, 대장이 괜히 대장인가요, 대장한테 빨리 가서 상의를 해야 하지 않겠나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파도도 익히 알고 있는 "전설의 검은 개"가 바로 대장이라는 건 1권에서도 나왔고(그러나, 스포라서 이 후기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p65, p76, p166 참조) 이 2권 처음에 파도가 드디어 대장을 만나(p8) 그 실물을 보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좀 뒤 p61도 참조). 또 1권 마지막에 바다가 얼룩이더러 너의 자질에 걸맞은 새 이름을 가지라며 "용감이"라고 새로 불러 주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2권 p49, p129에서, 대장 입에서도 처음으로 용감이라는 호칭이 나옵니다.
대장은 여러 번 팸원(?)들을 감동시킵니다. 멋있는 외모로 한 번(은 아니고), 고깃덩이를 능력 좋게 아지트로 가져와서 한 번(우리들은 마트에서 고기 사올 때 봉투가 안 터지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2권 p21), 갑자기 사라졌다가 모두의 걱정을 달래며 컴백해서 또 한 번... 야마오카 소하치도 말했듯이 보스는 이처럼 부하들을 진정으로 반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대장을 무척 따르던 바다는 1권에서도 아팠고 이 2권 p120에서 죽습니다. 너무 슬펐네요. 불쌍한 바다ㅠ
역시 대장은 보통 짬(?)이 아닌 게, 들개에도 진정한 자격 같은 게 있다고 그 지론을 설파합니다(p54, p99). 요지는 사람들에게 넘어갈 여지가 있으면 그는 아직 진정한 들개가 아니라는 건데(번개 같은 애들), 이렇게 믿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람들에 대해 그리 극단적인 적대 스탠스를 갖지 않으니 그것도 좀 신기합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개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직 주인을 온전히 믿지 못하면 그는 완벽한 개가 아니다, 아직도 절반은 늑대(p158)라고 봐야 한다, 혹은 사람이, 이렇게 완벽한(완벽해진) 개한테 그에 합당한 보답을 못 주고, 뒤통수나 치고 유기(나아가 포식)나 한다면 그 역시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논리는 (독자인 제 생각으로) 이렇게도 연결됩니다.
1권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조난자- 나중에 헬기로 구조되었다는-가 얼룩이한테 자기는 입이 터져서 못 먹는다며 햇반 도로 가져가라는 씬), 2권에서도 유난히 친절한 붕어빵집 아줌마가 얼룩이한테 말을 걸고 얼룩이도 뭐라고 대꾸를 하는 듯한 장면이 p78 같은 데 있죠. 이 이야기 속에서 희한하게도 개들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데 사람은 개의 말을 못 알아듣습니다. 얼룩이도 그런 취지로 제스처를 취한다는 거지 저 말을 아줌마가 일일이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p98에서 대장, 얼룩이, 바다, 미소는 드디어 번개를 다시 만납니다. 얼룩이가, 번개더러 그날 조난자에게 먹을 걸 갖다 준 건 대장이 아니라 미소였다고 오해를 풀라고 합니다. 미소가 그를 도와 준 건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였는데 저는 1권에서 그 대목을 읽고 노예로 끌려가던 벤 허가 어느 젊은 목수(...)에게 물을 얻어 마시고 죽다가 살아나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벤 허는 훨씬 나중에 은혜를 갚으려고, 형장으로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그 목수에게 물을 건네지만 실패합니다. 그 목수는 하늘이 미리 정한 섭리에 의해 그 형장에서 죽어야 했기 때문이었죠. 벤 허는 유대 귀족 출신이었지만 (알고보니) 그 목수는 벤 허 따위가 함부로 호의를 베풀 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충분히 경험이 많고 지능이 높아도 남에게 속을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그렇게 활개치는 건, 여튼 자녀에 대한 위험이 거론될 때 사람들은 고작 1%의 가능성이라도 순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도 "침을 질질 흘리는 누런 개"의 말에 속을 정도는 아니었으나(p135) 번개가 너무 걱정되어서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p110에서 침질질이 구라를 쳤지만 p140에서 파도는 멀쩡하게 잘 다닌다는 것도 밝혀집니다.
침질질 이놈은 정말 악질인 게, 대장한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마지막까지 속임수를 시도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대장은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습니다. 침질질 이놈은 제가 길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대갈통을 걷어차기라도 해서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아야 하겠네요. 대장은 역시 믿는 구석이 있었고, 그는 바로 ooo oo o였습니다(스포). 이제 청계산 패밀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며 새 식구 뭉치도 상처를 닫고 건강히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람들은 제발, 법에 따라 반려동물과 이별을 해도 해야겠으며 제발 산 같은 데 유기하지 맙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