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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이탈리아어 첫걸음 -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 달 완성 ㅣ GO! 독학 시리즈
조성윤 지음, Vincenzo Fraterrigo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9월
평점 :
시원스쿨에서 나온 여러 외국어 첫걸음 시리즈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이탈리아어 첫걸음 교재는 올컬러 배색인데다가 일러스트, 사진도 많이 실려서 공부하려는 의욕이 뿜뿜 생깁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광만 봐도, 기본 회화와 문법을 빨리 내 것으로 만들어서 저 나라로 얼렁 놀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몽실몽실 솟아납니다.
재미있게도, 이 교재는 시리즈 다른 책(다른 외국어 교재)과 달리 캐릭터들이 설정되어 등장 인물로 활약합니다. 그래서 각 단원에서 가르치는 문법, 단어, 발음, 구문 패턴에 더 몰입하고 더 기억이 오래 갈 수 있게 돕습니다. 그런데 여러 문법 패러다임이 워낙 이쁘게 편집되어서 구태여 캐릭터들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여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p58에는 라보라레(lavorare) 동사와 fare[파레] 동사가 소개됩니다. lavorare는 그 모습에서도 바로 알 수 있듯이 영어의 labor 같은 것과 어원이 같습니다. b와 v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둘 다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탈리아어 fare 동사는 "하다"라는 뜻인데 라틴어 facio의 후신입니다. 영어의 farewell 같은 데 들어 있는 fare[페어] 하고는 모양만 비슷할 뿐 발음도 어원도 (따라서) 의미("가다"라는 뜻)도 모두 다르니 헷갈리면 안 되겠습니다.
p59에는 이탈리아어 명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를 배웁니다. 영어가 좀 특이한 케이스일 뿐, 불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대부분의 유럽어(힌디어도 마찬가지)는 남, 녀, 중성 등 문법 성별(gender)이 있습니다(영어도 아주 없지는 않죠). 기본적으로 남성은 -o, 여성은 -a로 끝나며, 경우에 따라 새겨야 하는 -e도 있습니다. 또 복수형은, -o와 -e로 끝나는 경우 어미(語尾. ending)가 -i인데, 이로써 왜 다빈치(가문이므로 복수형), 파파라치 등이 그렇게 끝나는지 알 수 있고 남자 연주자에게만 "브라보!"라 외치는지도 이해가 되죠. 사실 a+i=e이므로, -a로 끝나는 명사의 복수 어미가 왜 -e인지도 바로 납득이 됩니다. 라틴어 2형 변화 명사가 복수 1격에서 -i를 취하던 패턴의 유산입니다.(p23도 참조)
이 교재는 문법뿐 아니라, p66 같은 데서 보듯이 회화도 가르칩니다. 이탈리아어는 철자와 발음이 매우 일치하는 편인 언어이기 때문에 따로 원어민의 발음을 들을 게 있을까 싶어도 그게 그렇지가 않죠. 시원스쿨 이탈리아어 조성윤 쌤 홈피에 가서 다운 받을 수 있으므로 꼭 귀로 듣고 따라해 봐야 합니다.
stasera(오늘저녁) 같은 단어도, [스따세라]처럼(발음은 일일이 교재에 한글 표기가 되어 있어요) 읽히는데 네이티브의 발음을 안 들으면 이게 [스타]인지 [스따]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같은 치음(dental)이라도 우리 귀에는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엄연히 다른데 이걸 유럽인들은 구분 못 한다는 게 매번 놀랍습니다.
stanno 역시, 원어민의 발음을 챙겨 들어 봐야 이게 [스딴노]인지 [스따노]인지(즉, 철자 겹자음이 발음상으로도 geminate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는 geminate되는 언어이므로 책에 나오듯이 [스딴노]가 맞습니다. 반면 영어, 불어, 독어 등은 이렇지 않습니다.
p67에 보면 부사 ci로 존재 여부 말하기를 배우는데, 이건 영어의 유도부사 there의 용법과도 닮았습니다. 영어의 there은 be 동사가 반드시 뒤에 따라오는데 이탈리아어의 ci도 비슷합니다. c'è는 ci와 è가 합쳐진 모습입니다. è가 essere(영어의 be 동사와 비슷. 이 교재 p34 참조)의 3인칭 단수 현재형입니다(주어 mela[사과]가 3인칭 단수). sono도 여기서는 essere의 3인칭 복수형이므로 영어의 there is/are 용법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메니코 모두뇨가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불러 유명해졌고 딘 마틴 버전으로도 알려진 칸초네 <볼라레>라는 노래가 있습니다(원제는 "볼라레"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통함). 그 동사는 "날다(fly)"란 뜻인데, p103을 보면 그것과 꽤 비슷하게 생긴 volere라는 동사가 나옵니다. 이 동사는 교재에 나오는 대로 "~을 원하다"라는 뜻인데, 조상인 라틴어에도, 서로 비슷하게 생겼고 하는 일도 닮은 velle가 있죠. 특히 1인칭 단수형인 voglio[볼리오]는 발음에 조심해야 하는데, [보글리오]가 아닙니다(p21 참조). 이것 때문에 현 로마 가톨릭 교황의 원 이름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인 적이 있죠.
p27의 산뜻한 지도, 또 교재 곳곳에 나오는 사진을 보니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어를 초보 딱지는 뗄 정도로 배우고 나서 이 나라로 여행 가고 싶어집니다. 그런 날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