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균형육아 - 엄마와 아이의 심장은 함께 뛴다
고정희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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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의 심장은 함께 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고 이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었고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구실하며 살아 왔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미 낳아 키우는 입장이건, 그럴 예정이건 간에)도 앞으로 이만큼이나마 잘 자립하게 키우려면, 변화한 시대에 맞게 발전한 육아법이 무엇인지 깊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고정희 선생님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경쟁육아, 즉 남을 밟아야 내가(혹은 내 아이가) 잘살 수 있다는 그릇된 육아관을 지양하고, 미래 사회에서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이웃에 기여하는 인재로 키우는 육아법이 무엇인지를 책에서 짚습니다.  

아이를 올바로 키우려는 동안, 오히려 어른들이 무엇인가를 새로 배우고 몇 뼘 더 성장하기도 합니다. 저자께서는 p62에서 과거 "컨투어 드로잉"을 학습하셨던 경험을 회고(p62)합니다. 책의 설명을 따르자면, 사물(오브젝트)의 윤곽선을 끊지 않고 하나의 선으로만 이어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저자는 이 기법을, 자녀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에 적용해 보았다고 합니다. 여러 개의 선으로 적절히 지우고 고쳐 가며 그릴 때에는 간과하고 넘어가던 부분이, 이제는 하나하나가 다르게 눈에 띄며 다가오더라는 것입니다. 내 아이의 생김새에 대해서 미묘한 점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예를 들어 입꼬리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각도로 올라가는 걸 보고 그 성격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를 넓히게 됩니다. 아이를 가르친다는 건, 어른이 먼저 자신도 여태 채 몰랐던 무언가에 대해 성찰하고 배워 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내가 배워야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그다지 유o브 컨텐츠나 채널 영향력에 기대지 않는데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사정이 그렇지 않나 봅니다. 김정태 배우가 했다는 말, "우리가 낳았지만 o튜브가 키웠다."는 말(p80)을 통해, 변화한 세상 뉴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몇몇 스마트 TV의 경우 출시 때 인터넷에 바로 연결하여 유o브를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무척 홍보하던데, 그때만 해도 "그게 뭐 대단한 장점인가?" 정도로 넘겼으며 그런 장점이 (아이를 둔 가정에) 어느 정도로 호소력이 달라지는지 실감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오히려 그런 세상의 변화에 압도되거나 끌려다니지 말고, 거꾸로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화 안 되는 게 있음을 잊지 말자고 합니다. 스마트함의 핵심은 "인간다움"이라고도 하십니다. 

어느 도시 어느 블럭에 가도 눈에 띄는 광고가 "중고 전집 매입합니다"라고 쓴, 예를 들면 횡단보도 시작선 같은 데 붙여 놓은 전단입니다. 괜히 거금을 써 들여 놓았다가 애가 크고 나면 처치곤란이 되는 게 전집류입니다. "독서 교육은 곧 전집 구매(p123)." 일단 큰 돈 썼으니 뭔가 할 일을 해 줬다는 느낌이지만 애가 정작 읽지를 않고 장식품으로만 모셔졌으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생각 외로, 전집 구매 결정은 하나하나 섬세하게 따지고 들면서 뭐가 우리 애한테 최적일지 골머리 싸매며 해 내야 하는 일입니다. 고가(高價) 여부나 출판사 유명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 명심하라고 하십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체험이나 발걸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나 봅니다. 저자는 아이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책에 나오듯이(p152) 제주도는 오름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의 도드라진 지형을 가리키는 말이 꼭 그 뜻은 아니지만 어원은 같을 텐데, 인생에 있어 대부분의 여정은 무엇을 향해 오르는 과정으로 채워집니다. p156에서 저자는 호메로스의 고전 <오뒷세이아>로부터, 오뒷세우스가 그 현명한 아내 페넬로페에게 했던 말을 인용합니다. 고난이란, 이 정도면 다겠거니 싶어도 크고작은 것들이 끝도 없이 밀려옵니다. 오뒷세우스의 말은 인생의 동반자, 배우자에게 한 말이지만, 어른의 스승인 아이한테 넌지시 건넬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너를 키우는 엄마(아빠)도 어렵고 잘 모르겠고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지레 넘어지지 말고 힘 닿는 데까지 같이 가 보자." 엄마와 아이의 심장이 함께 뛴다는 말씀 속에는 아마 이런 뜻도 담기지 않았을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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