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 스포츠는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박성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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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는 과거 재벌기업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 사기 진작(?)이나 자사 이미지 개선 등에 간접 활용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리그 운영에 참여하던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경제의 활기가 왕성한 나라는 스포츠가 사업적으로 이윤을 크게 창출하며, 대중의 참여 열기도 매우 높습니다. 한국도 프로 리그가 갈수록 국민적 주목을 받고 열성 팬들이 늘어나면서 그저 간접 홍보 수단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이를 통해 쏠쏠한 이익이 생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선수들의 연봉 협상을 대행하거나 상품성 향상, PR, 법적 분쟁 대응을 전업으로 삼는 에이전시(agency)업도 따로 성행하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저자께서는 이 단계를 넘어, 한국의 스포츠 비즈니스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예측합니다. 사실 지금 단계에서도 이미, 한국의 스포츠 산업은 대중의 짐작 범위를 훨씬 벗어나서 정교한 영역 개척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연고지 이전은 아주 미묘한 이슈입니다. 뉴욕 브루클린을 연고로 뒀던 다저스 구단의 LA 이전은 대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톰 베린저와 찰리 신이 주연한 <메이저 리그>는 바로 이 연고지 이전을 소재로 삼아, 구단주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어떤 코믹한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재미있게 터치합니다. 한국에서 연고지 이전을 감행한 구단은 인기 면에서 심각한 고충을 겪는데, 베어스(충청도 → 서울), 레이더스/와이번스(전북→인천), 유니콘스/히어로즈(인천→서울) 등이 그 예이며(독자인 저의 개인적 생각이고, 구단 법통 계승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라이온스 구단도 한때 대구에서 수도권으로 연고지 이전을 고려하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습니다. 책에서는 p63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전한 예를 들어 자세히 분석합니다.   

최근 서울시장이 잠실 마이스센터와 연계하여 새 야구장을 돔 형식으로 새로 짓겠다고 발표하여 여러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 사정이 반영된 서술은 물론 아니겠으나) p47을 보면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 관관에서 "경기장"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다양한 산업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체험." 아마도 이 비슷한 관점을, 몇 년 전 모 야구단을 인수하여 화제가 되었던 모 경영인(p46)도 공유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책에는 구단명, 구단주명이 모두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이승엽 선수가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워 나갈 때 잠자리채까지 등장하여 기념비적으로 남을 공을 획득하기 위해 관중들이 경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p31을 보면, 레전드 투수 로저 클레멘스의 300승을 추억할 사진 한 장이 3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소개되는데, 프로야구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 있을 법한 일입니다. 또 미키 맨틀은 2만 개의 사인볼로 275만 달러를 벌었다고 하니 아직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속도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들어 WBA, WBC 등 메이저 복싱 리그는 헤비급 바로 밑에 크루저급이라는 체급을 신설했는데, 보비 치즈는 자신이 멘사 클럽 회원임을 과시하기 위해 멘사 로고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상대인 에반더 홀리필드를 맞았습니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만약 이 경기가 1996년이 아닌 지금 열렸다면 그 티셔츠 자체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기념품이 되었으리라고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 경기에서 보비 치즈는 홀리필드에게 5회 KO로 졌습니다. 저자가 이 사례들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스포츠 파생시장의 볼륨과 역동성"입니다. 

FIFA 월드컵 대회에서, 2018년 이래로 경기장 펜스를 온통 중국어 간판이 주름잡고 있는 모습을 TV 중계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 시청자는 피파에 귀한 고객이며, 중국 기업들은 피파의 든든한 돈줄이 된지 오래입니다. p171에서 피파가 왜 중국에 그토록 호의적인지 저자분의 자세한 분석이 나오는데, 우리가 그저 예사롭게 보곤 하는 스포츠 행사에서 사실은 그 막후에 얼마나 거액을 놓고 치열한 계산이 오가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3월의 광란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미국에서 대학 농구 대회는 프로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모으는 빅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p200 이하에서 저자는 이 화려한 행사의 이면에, 사정 없이 유린당하는 아마추어리즘과 부정부패의 흑막이 있음을 개탄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찬란하게 발전시킨 것도 스포츠이지만, 그 스포츠의 아름다운 정신을 무참히 훼손하는 것 역시 자본의 논리임을 저자는 안타까운 어조로 지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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