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 <혼찌툰>의 이별 극복, 리얼 성장기
남아린 지음 / 마시멜로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만남은 설레고 벅찬 감정으로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그 소중했던 사람과 (내) 생일에 헤어졌다면, 그래서 지인들에게서 발송되는 수많은 축하 톡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내어야 한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요. "나는 죽고 싶었습니다(p13)." 책을 보면 그 만남은 여태 6년 동안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람은 아끼던 전자제품이 고장 나서 스티커 부착 후 갖다버릴 때에도 뭔가 마음이 아픕니다. 하물며 남친(여친)입니다. 젊은 시절 그 깊은 감정을 교류했던 상대는 평생 동안 기억에 남고 그래서 여성들이 구글 드라이브 등에 끝까지 그 흔적들을 간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여성들의 마음을 남자들은 이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쉽게 말하기엔 뭔가 좀 마음에 걸리긴 하네요. 

"이렇게 달려와 준 고마운 사람들을 제가 평생 잊지 않게 해 주세요.(p19)" 누구라도 그 곁에 누가 있어도 있어 주기 마련이며 정말로 아무도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있어 줌, 달려와 줌"을 너무 자주 쉽게 잊으며, 그 이유는 배은망덕함이나 건망증이 아니라 대개는 "편안함, 익숙함"입니다. 우리가 우리 주변의 고마운 이들을 그저 펀안하게만 여기지 않기, 이런 자세만 유지해도 꽤나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주변에 나쁜 사람으로 찍혀 손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는데, 웬만해선 이런 일은 잘 안 생깁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는 걸 무척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추억이 계절마다 있어. 짜증나게(p92)" 재채기가 날 때 양쪽 콧볼을 누르면 멈추나요? 일단 재채기를, 어떤 엄숙한 자리나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멈추려고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정말로 참아 줘야 할 상황에서는 써야겠다 싶어서, 책의 이 가르침(?)을 기억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는 재채기는 그냥 나도록 놔 두는 게 기분도 시원하고 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추억도 마찬가지라서 갑자기 감정이 왈칵 나를 덮쳐 와도 이를 응급처치로 억제할 방법은 (아마) 없고, 또 그럴 이유도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센치해진다고 죽을 지경까지 가진 않습니다. 다만 당장은 몹시 힘들긴 합니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빛이 납니다(p153)."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 바쁠 때 혼자 자판기 커피 앞에서 가오 잡는 사람은 대개 얄밉더라는 기억입니다. 그 사람의 느긋함이 내 똥줄 탐으로 이어진다는 피해의식 때문일까요? 내가 발악(책에 나오는 표현입니다)할수록 그 사람은 빛이 더 나더라... 이게 저자의 고백입니다. 모두가 어떤 합의(?) 하에 잠시의 간격을 갖는다면, 근거없는 피해의식은 동시에 청산되고 모두가 여유를 풍기는 멋쟁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안전장치(p204)라는 게 있습니다. 더 큰 일로 번지기 전에 멈춰 주는 장치입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 자신의 감정에만 너무 충실해서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폭주합니다. 이 폭주의 난장판은 결국 남이 치워줘야 합니다. 자기 말에 책임을 못 지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내 욕구가 나를 결국 지배한다느니 뭐니 한심한 소리를 하는 사람은 무책임한 인간, 안전장치가 고장난 인간입니다. 시한폭탄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그런 민폐덩어리는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결국 잘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p268)" 참 슬픕니다. 처음에 그 설레는 순간,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 슬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감정은 더 성숙해지고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나 혼자서도 잘살았어(p306)." 혼자 보냈던 크리스마스가 대체 몇 번이었나요? 그만큼 더 튼튼하고 성숙한 내가 되어 가는 겁니다. 

사실은 다 심각한 이야기들인데 그림이 귀여워서 마치 별 것 아니었던 상황처럼 잘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매우 슬펐던 순간들입니다. 누구에게나 다 있었던.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