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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윌리엄스 좋은 주식은 때가 있다 - 세계 투자 월드컵에서 11,000% 수익 신기록 세운 전략
래리 윌리엄스 지음, 강환국.김태훈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8월
평점 :
나에게 예전에 수익을 안겨다 준 종목이라고 해도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큰 손실을 끼칠 수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이치를 사람들은 곧잘 잊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합니다. 학부 3학년 수준의 재무관리 교과서에도 이 원리가 나옵니다. "감마(γ)로 통상 표시되는 타이밍 요소이야말로 사실 포트폴리오의 중핵이다." 주식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언제 사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투자는 실전이고 실적이란 점 감안하면, 계좌를 까서 인증하기 전까지는 누가 고수라는 말 믿어서는 안 됩니다. 투자의 고수들이 지향하는 바가 다 다르며 물론 가치투자라는 원칙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다시피한 현자도 있습니다만 밸류에이션 스킬은 일반인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영역이라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밍의 미덕을 최우선으로 치는 이 래리 윌리엄스의 지침이 어쩌면 개미투자자에게는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채권시장 사이즈가 주식보다 훨씬 큽니다. 보통 채권 동향과 주식 흐름은 별개로들 알고 있지만, 래리 윌리엄스는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시장 약세가 초래된다고 합니다(p96). 그건 당연한 상식 아니냐, 당연히 채권과 주식이 대체재 관계이니 이리로 돈이 쏠리면 저기서 돈이 빠지는 것 아니냐, (채권 시장 다이렉트는 아니지만) 지금도 미국에서 고금리 기조이니 증시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래리 윌리엄스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조금 다른 뉘앙스입니다. 우선 주주는 (물론 회사의 주인이지만) residual claimant, 즉 잔여재산청구권자입니다. 이 말도 여러 뜻이 있으나 원칙적으로 회사에서 채권자가 주주보다 우선이라는 말도 됩니다. 고금리는 회사가 우선 갚아야 할 이자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러니 주주한테 가는 배당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증시 약세가 예상된다는 게 그의 주장 핵심입니다. 뭐 읽기 따라서는 당연한 명제의 반복일 수 있으나, 우리들은 이 당연한 원칙을 너무 자주 망각하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는 진 할러의 잘 알려진 주장, "금리가 1% 하락하면 하락장이 상승 전환하는 데에 충분하다."를 인용합니다. 뭐 주식에는 변수가 워낙 많으니 저 말도 그저 참고용으로만 유념해야 합니다.
"역사는 자신을 반복한다." "대중은 언제나 어리석게 행동한다." 전자도 잘 알려진 명언이지만 때로는 크게 어긋나기도 합니다. 래리 윌리엄스는 후자에 더 방점을 두고, 자신은 "대중이 거의 언제나 상승기의 중반에 (겨우) 진입하여 고점에서 대량 매수한다(그래서 물린다)."는 믿음을 따르며, 그를 역이용할 것이라고 호언합니다(p118). 또 대중이란 결국은, 처음에야 가치주에 집중하는 것 같아도, 나중에 가서 투기성 주식에 몰린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뉴스에서 어느어느 종목에 몰린다고들 하면, 이는 폭락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시그널로 봐도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03년, 거의 20년 전에 쓰였지만 적어도 이 지적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고 적용되는 듯합니다. "The fundamental things apply." 이 시점 한국 증시에서도 대번에 어떤 종목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세상은 언제나 호황과 불황을 거듭해 왔습니다. 1920년대에도 1차대전이 끝난 후 대호황이 찾아왔고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누가 좋다고 선동하는 주식을 (하필이면 너무 늦은 시점에) 사들이다가, 약은 사람들이 재빨리 팔아치우고 나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20세기 전반의 공황은 그렇게 찾아왔는데 거기서 쓰디쓴 교훈을 얻은 후 각국 정부(혹은 그와 유사한 책임 당국)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애를 씁니다. 현재 뜻밖에도 고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는 기색인 미 연준도 한편으로 거품이 잘못 터질 것을 우려하고, 한편으로 중국산 저가품과 절연하려는 장기 비전으로 저러는 듯합니다. 이 와중에 증시의 향방이 과연 어디를 향할지는 정말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겠는데, 대세는 하락장일 수 있지만 장세는 개별화할 수 있겠습니다. 이럴 때 인덱스를 사는 건 현명하지 못하겠기도 하겠고요. 책에서 래리 윌리엄스는 1980년대 여피족의 부상(浮上)을 회고하는데 자신이 젊었을 때(초년생 때) 겪은 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만 어느 시대인들 저처럼 젊은이들이 확 들어왔다가 피 보고 나가는 일이 어디 없었겠습니까. 21세기 초 닷컴버블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앞시대도 마찬가지였고 말입니다.
"구경제가 (곧) 신경제다.(p173)" 참 이상하게도 경제는 스케일을 길게 잡고 보면 과거의 일들이 자주 반복됩니다. 사기를 쳐도 이처럼 패턴이 자주 반복되면 아무도 안 속을 듯합니다. 한편, 주가는 "그 회사가 과거(현재 포함)에 한 일들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무슨 일을 할지에 따라 정해진다."는 말도 절대 진리입니다(앞의 말과 모순되는 것 같아도). 단지 미래를 정확하게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지만.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장기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말도 단기적으로는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또한 "주가상승의 첫째 요인은 '인기'"라고도 말합니다. 인기라는 건 특히 주식에서 불가사의한 요소인데, 어떤 회사는 내용이 몹시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회사 이름이 잘못 달렸다고 해서 잘 안 오르기도 한다는 지적도 개인적으로 들은 적 있습니다(oo약품인데, 하는 일은 여느 우량 제약회사와 같지만 이름이 마치 화학약품만 만드는 회사 같다고 해서 - 그렇다고 이 업계에서 쌓은 평판이 있는데 쉽사리 바꾸기도 어렵죠).
버릴 부분이 하나도 없는 명저이지만 그래도 혹 시간이 없을 이들을 위해 제11장에 투자원칙 총정리 코너가 따로 마련되었으니 이 부분만 정독해도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런 명저를 읽어도, 오히려 정독을 하면 할수록 서로 모순되지 않나 하는 명제들이 나옵니다. 증시 자체가 원래 모순투성이인데다가, 고수의 말은 원래 겉으로 모순되는 듯 보여도 다 그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므로 형식논리를 따지기보다 그 깊은 뜻을 곰곰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겸허한 태도를 취할 때 눈에 새로이 보이는 게 많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