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따위 필요 없어 특서 청소년문학 3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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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의 작은 힘만으로 도저히 극복이 안 될 것 같은 커다란 장애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아무리 그 의지가 굳센 사람이라고 해도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고 빌기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해서 어떤 목적이 달성된 적이 있을까요? 결국은 사람의 강력한 의지로 현실의 어려옴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혹 어떤 불가해한 섭리가 있다 해도 그 역시 불굴의 신념을 갖고 분투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도 베풀지 않겠습니까. 만사가 다 사람 마음 먹기 나름입니다.   

암은 각종 나쁜 습관을 몸에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아직도 불치병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표적치료, 면연력 증대 등 차세대 어프로치가 나오긴 합니다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항암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p40)." 저는 민아 성격이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보통 의지력이 뛰어난 타입은 처음부터 곤경을 외면하지 않고 대뜸 부딪히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도망가고 보는 사람은 끝까지 도망만 다니죠. 그런데 민아처럼 일단 런 쳤다가, 안되겠다 싶을 때 오히려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건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통하는 거고요. 

병원 냄새가 좋은 사람도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아서 병원 신세를 자주 졌다면, 아 그래도 이 병원에서 내 고통이 덜어지겠구나 하는 기대감, 의존 심리가 있어서 그 특유의 냄새가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면, 병원 특유의 그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파질 만합니다. p14에 나오는 혜주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물론 혜주가 만났던 간호사들이 유독 활력 있는 이들이어서 그 좋은 기(?)에 영향을 받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혜주가 지금 놓인 그 취약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상태가 그녀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런 혜주한테까지, 좀 과하다 싶은 짓궂은 농담을 건네는 동수(p58). 민아는 이제 혜주에게 어떤 결단을 촉구합니다. 2차 항암, 물론 아프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어떤 미지의 결과가 생길 줄 모르는 버튼을, 아무리 힘든 항암치료가 눈 앞에 닥쳤다 해도 과감히, 혹은 무모하게, 누를 수 있을까요? 물론 의도는 좋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혜주를 몰아가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혈액암이군요. 치료 가능합니다.(p73)" 진단도 빠르고 시원시원하며, 처방도 얼마나 명쾌합니까! 소설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통쾌해진 대목 중 하나였습니다. 암은 이미 정복된 병이라는 미키의 말이 믿음직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어느 세계의 사람들인지는 스포라서 언급 자제)이 토마토, 바나나 같은 말을 모릅니다. 그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아마도 현재의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그 일이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는 뜻이지만, 여튼 혜주들이 여기 온 목적은 확실히 달성될 듯하여 마음이 놓입니다.   

시(詩)를 읽은지 2년이 넘었다는 현준(p111). 그렇습니다. 시는 아무 효용이 없는 듯해도, 이처럼 우리 척박한 마음에 단비를 뿌려 주며 우리 영혼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지 않게 미리 막아 주기도 합니다. 지금 민아가 손에 쥐고 있는 게 괜히 생수병이 아니겠죠? 그러나 시는... 이 세상에서 들켜선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휴... 현준과 민아는 이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워치를 버리고 "도망"가기로 결심합니다. 원래 제대로된(?) 도망을 잘 치는 건 민아의 주특기이기도 했죠. 구태여 초반부터 충돌하는 건 예측불허한 위험을 부를 수 있으니 일단 피했다가, 더이상 도피가 무의미해지면 그때부터는 과감히 맞선다, 용감하고도 현명한 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은 본디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합니다. 시련과 환난도 누구에게나 닥칩니다. 이를 이겨내는 건 개인의 의지와 신념입니다. 주위에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와 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소원을 빌 사람이 정말로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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