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 - XR은 어떻게 디지털 전환의 미래가 되는가
제레미 돌턴 지음, 김동한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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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AR, MR, 그리고 xR... 이 약어들은 모두 R로 끝난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센서와 그래픽, 연산 시스템과 네트워크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현실에 각종 판타지를 입혀 새로운 분야의 오락을 줄기게 하거나, 너무 복잡해서 이해할 수 없던 각종 정보를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이 모든 게 전적으로 가상이나 환각의 영역에서 일어나면 안 되며, 어디까지나 그 한 발은 현실(reality)에 디디고 있어야만 합니다. 모든 기술은 우리가 현실을 올바르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보조 수단에 그쳐야 하며 테크놀로지가 현실을 압도해서는 안 됩니다. 저 많은 R들 중에, 제레미 돌턴 대표가 앞으로 우리 삶의 중추를 형성하며 존재를 규정하고  표준을 형성하리라 예측하는 R은 확장현실, 즉 eXtended Reality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xR, 즉 확장현실이지만 책에는 다른 R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의 개념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줍니다. 각각은 생산 현장에서, 또 유저의 체험 속에서, 맡은 역할들이 다 다르고 자신만의 강점과 약점을 지닙니다. 특히 이 책의 제2장에 그 사항들이 잘 요약되었는데, 아무래도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의 설명이다 보니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흔한 정보보다는 훨씬 서술이 박력 있고 명료하게 뜻이 전달됩니다. 그리고 개념 정의가 기능 중심으로 서술되다 보니 훨씬 구체적으로 뜻이 다가옵니다. 사실 여태 다른 정의들은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서로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각각의 기술이 쓰이는지 감이 잡히는 듯했습니다. 

특히 VR은 사회 성원들의 일체감 증진과 공감 확산에 기여한다는 재미있는 예시가 책에 실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그 타고난 계급상의 이점 덕분에 실제로 노숙자나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없다면, 본인이 애써서 그런 타인들을 이해해 보려 해도 그저 머리로 상상하거나 관련 다큐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슬럼가나 노숙자 출몰지에 가서 뭘 체험해 보려다가는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았다 해도) 병에 걸리거나 (다툼 끝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생짜 현실이란 원래 녹록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럴 때 VR을 교육, 체험 도구로 활용하면, 어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소정의 목적(공감, 현실의 심각성 체험)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같은 걸 시청할 때, 볼이 라인에서 인인지 아웃이었는지는 과거에 심판 재량에 전적으로 맡겨졌습니다. 지금은 체계적인 비디오 판정이 이뤄지며 공이 라인에 어느 정도까지 붙었는지 시청자나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그래픽으로 바로 제시됩니다. XR은 이처럼 데이터의 시각화에 큰 기여를 하는데(p77), 특히 3차원 이상의 데이터를 유저에게 이해하기 쉽게 가공하는 단계에서 탁월함을 보입니다. 보고서 스캔 등에서는 이제 추가 소프트웨어 설치의 필요 없이 AR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도 합니다. 

XR은 사람의 이해를 돕고 관심을 유발하는 효과적인 기술 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광고채널이기도 합니다(p119). 모든 광고인들의 꿈은 개별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어필을 도달시키는 것인데, 마이클 코어스 선글래스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XR, AR로 소비자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아이템 착용을 체험하게 하는 등, 안경 같은 개인적 체험 차가 클 아이템에 대해 궁극의 만족도를 시도합니다. 사실 같은 인종, 민족이라 해도 얼굴형이 천차만별인데 공장에서 천편일률로 찍어낸 제품이 과연 얼마나 두루 만족을 주겠습니까. 

과거에나 지금이나 영화, 드라마 촬영은 엄청난 위험이 수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애써 촬영한 작품, 컨텐트가 기록 매체의 보관, 운송상의 실수 때문에 한순간에 무(無)로 화하기도 합니다. 제작에 투입된 그 막대한 자본이 자그마한 프린트 안에 다 담겼을 뿐이니 말입니다. 혹 누군가가 실수라도 하면 처음부터 그 많은 장면들을 다시 찍는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해집니다(p164). 360도 동영상, 또 볼류메트리 포맷에서는 아무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던 걸, CG 컨텐츠는 일부 수정, 첨가가 가능할 뿐 아니라 여러 참여자가 다양한 단계에서 전체의 진행도, 협업 수준을 개관할 수 있으니 단지 비용만 절감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의 완성도까지 높입니다. 또 이 책의 제10장은 Alex Rühl 대표, 크리에이터(여성분입니다)가 따로 집필했는데, 360도 동영상만의 장점을 (돌턴 저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서술했으니 책 중의 책으로 별개 참조할 만합니다. 

노인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보면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애플리케이션 추가 설치 여부에 따라) 혈당이나 간수치 등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도 통계적으로 잘 정리하여 표시해 줍니다. 이 모든 성과는 센서의 발전에 주로 의존한 것인데, 수사 기관이 주로 쓰는 걸음걸이 분석 도구의 경우 99.6%의 정확도로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p174)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다만, 데이터가 이처럼 민감한 수준에서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연결되다 보니 보안 이슈가 다시 등장합니다. 시스템 공격은 PC 레벨뿐 아니라 헤드셋 등 독립실행형 기기에서까지 이뤄질 수 있으니 이 분야에서 보완 노력이 시급할 듯하며 유저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책을 읽어도 XR이라고 하면 영화를 더 실감나게 만들거나, 특수 게임방 같은 데서 신 나게 즐기는 도구로만 인식하는 게 또 대다수의 독자들 반응일 것입니다. 그걸 미리 예상했는지 저자는 11장 이하에서 XR이 얼마나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하여 사는 방식 자체를 슬금슬금 바꿔 놓고 있는지 알려 줍니다. 예컨대 월마트에서는 직원 교육에 VR을 적극 도입하여, 직원들에게 그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만큼만 교육을 시켜 교육 비용도 절감하고 이직률도 줄였다고 하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좀 비정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업은 물론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지 교육기관이 아닙니다만, 여튼 그의 사회적 기능 중에는 직능의 숙련도 향상을 통해 사회 전체와 성과를 간접 공유하는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p293에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XR을 적극 활용하여 어떤 성과를 내었으며, 어떻게 이 분야에 후원하고 기여했는지가 잘 정리되었습니다. 결론은, XR을 잘 활용하고 회사 운용의 핵심 모듈로 일찌감치 삼은 회사가 미래를 먼저 장악하고 앞서나간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곳곳에서 XR이란 도구가 이미 1990년대부터 산업 현장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그 초창기 모델부터 회고하는데 기술서라고 해도 이처럼 시계열로 짚어 줘야 독자가 전체를 보는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p348 이하에서는 the Cave라고 하는 복합 프로젝터 시뮬레이션 장비가 소개되는데, 이 장비는 이미 현장에서 널리 쓰이기에 사람들이 딱히 그 존재를 인식 못 할 정도라고도 합니다. 그만큼이나 XR은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거나 곳곳에 녹아들었습니다.  

책 말미에는 용어 추가 정리와 참고 문헌 소개가 실려 관심 있는 독자의 추가 공부를 지원합니다. 한 권으로 깔끔하게 확장현실을 공부할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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