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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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은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감동적으로 설파한 행동가이자 사상가입니다. 제인 구달이라는 이름은 그 힘있고 명료한 문장과 메시지 덕분에 국내에서도 폭 넓은 지지자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책은 더글러스 에이브럼스 대표와 작가 게일 허드슨이 합류하여 집필했습니다. 모두 지구의 미래와 인류의 각성, 화합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애 써 온 분들입니다.  

다소 마음 아픈 말이지만 많은 경우 "희망"은 불행한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 수단이나 자체 환각 기제의 발동일 수 있습니다. 현재 멸종 동물이 점점 늘어나고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유엔에서 선언되는 등 환경 문제도 날로 악화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희망을 마음에서 손에서 놓아 버릴 수 없으며, 바로 이 책의 제목도 <희망의 책>입니다. 제인 구달 여사 역시도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큰 희망을 두었기 때문에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그 명저들을 계속 써 왔으며, 지금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1인칭 화자로 더글러스 에이브럼스 대표가 오랜 지인이기도 한 제인 구달 박사를 인터뷰하는 형식입니다. 무엇이 (참된) 희망이고, 낙관주의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비록 인터뷰가 메인이기는 하나 에이브럼스 대표는 이 분야 운동에 오래 종사해 온 자신의 소회와 불안, 전망을 곳곳에서 표현하며 독자를 공감의 식탁으로 계속 이끕니다. 중세 이탈리아의 성자, 비둘기 등 동물과도 소통했다고 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에이브럼스 대표는 그 성인에다 제인 구달 박사를 비유(p26)합니다.  

개체 레벨을 떠나 유전자가 과연 독자 의지(?)를 가졌는지의 논의는 그전부터 많은 흥미를 끌며 화제를 모아 왔습니다. "가족을 돕다가 죽는 경우, 여튼 유전자는 보존 가능성이 높아지니 개체의 이타주의는 유전자 전체를 위해 매우 유익하다(p88)." 같은... 에이브럼스 대표는 이미 1970년대부터 구달 박사가 저런 식의 주장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냐며 박사의 회고를 이끌어냅니다. 구달 박사도 동의허는데 그 연구 자체가 곤충을 대상으로 제한적 검증만을 거친 연구이며, 인간은 개체 유전자 보존 목적 범위를 훨씬 벗어나 이타적(순수한 의미의)인 행동을 때때로 벌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희망의 근원이자 바탕이 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피력되는 것입니다. reciprocal altruism(호혜적 이타주의)에 대한 그녀의 간명하고 심오한 견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책 2부에서 제인 구달 여사의 희망 그 네 가지 이유(근거)가 하나하나 설명됩니다. 첫째로 여사가 거론하는 건 인간의 놀라운 지능입니다. 이는 고립적 개체의 이익만 폐쇄적, 근시안적으로 고려하는 영악함이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 구성원의 반응과 속내를 미리 읽고 모두가 윈윈하는 전략을 취할 줄 아는 인간의 고차원적 지능을 가리킵니다. 이른바 "통수질"이라고 하는 배신의 경우 평판의 악화라든가 피해자의 복수 같은 후과를 예상치 않는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패착인데, 관계가 고도화한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이 알아서 이런 행동을 회피하죠. 

다음으로 구달 여사는 자연의 회복탄력성을 듭니다. 인간은 자연을 일방적으로 파괴, 수탈해서는 안 되며 이런 행태가 지속될 수도 없습니다. 자연의 회복탄력성은 물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이 우리 인간을 언제나 배려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 파트(혹은, 이 책의 다른 여러 대목)에서 에이브럼스 대표와 구달 여사는 탄자니아 공화국에서의 여러 추억과 성과를 되새기며, 특히 줄리어스 니에레레 당시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도 흥미롭게 읽힙니다. 세번째로 그녀가 희망을 품는 근거는 젊은이들의 힘찬 기상과 도덕성인데, 이는 근원적으로 인간 본성의 선함과 "회복 탄력성"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세대가 혹여 타락하고 과오를 부끄럽게 저질렀어도 그다음 세대는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양심과 결의를 발동하려 든다는 것, 퇴행과 수구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게 젊은이들이라는 점에 여사의 마음은 희망으로 부풉니다.   

인간의 정신력은 불굴입니다. 전염병이나 재난을 그렇게 거치고도 해결책과 돌파구를 반드시 찾아왔으며 생활 수준의 향상과 형이상학적 목표, 욕구까지 기어이 달성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전진과 발전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지금의 자연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욕망을 자제하고 숭고한 연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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