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게 말을 걸다 - 행복을 그린다면 무슨 색깔일까?
강석태 지음, 강석태 외 그림 / 비비투(VIVI2)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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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쁘고 아늑한 책입니다. 강석태 박사님과 그 배우자인 이은경 작가님, 따님인 강하린 어린이 등 일가족 세 분이 함께 만든 책인데, 생떽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삼고 행복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강 박사님은 어려서부터 <어린 왕자>에 깊이 몰두했었고 관련 작품도 다수 창작해 오셨다고 나옵니다. 어쩌면, 사람에게는 정말로 환생 같은 게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한 사람이 특정 주제, 캐릭터에 이처럼 거의 일생을 두고 꽂힐 수 있을까 생각도 들기 때문입니다. 비단 강 박사님뿐 아니라 우리 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딱히 어떤 큰 계기도 없었는데 그 생각(사람마다 제각각으로)이, 그에 대한 애정과 동경이 마음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 사람만의 소소한,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행복이 작게나마 실현되는 것이겠고 말입니다. 

제주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난 곳이고, 30여년 전 미국 대통령과 구 소련 서기장이 회동도 가진 후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이곳 지자체에서 작가분들을 지원하는 저런 프로젝트(p19)를 추진한다는 건 예술가들에 대한 후원도 되고, 배금주의 물신주의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각박하게 사는 한국인들에게 두루 간접적인 혜택도 베푼다는 점에서 참으로 뜻깊은 사업 같습니다. p25를 보면 강 박사님의 <언제나 내 곁에>라는 작품이 나오는데 따뜻한 색감 속에 뭔가 꽉 찬 행복감이 표현되는 멋진 작품입니다. 초록색 별 안에 푸른 머플러를 두른 어린왕자가 약간 멀리 보이고, 건물 위에는 초승달을 배경으로 노란 여우가 반가운 표정을 짓습니다. 

요즘 말로 롱디 연애를 한 강 박사님 이 작가님 부부는 교통비 통신비를 많이 쓰시면서(p31) 비싼 연애를 하셨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7만원 이상 요금제를 쓰면 무제한 통화가 가능하지만(대략 십 년 전부터), 저 당시에는 연인 간에 조금만 오래 대화를 나눠도 다음 달에 요금 폭탄을 맞곤 했죠. 신혼 여행도 제주도로 가셨다고 하니 제주도라는 곳이 두 분께 각별한 의미를 갖는 듯합니다. 베토벤도 청각, 귀로 행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직분이었는데 예술가들에게는 이상하게도 특정 감각 기관의 이상이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p39에 돌하르방을 주제로 한 이은경 작가님의 작품이 나옵니다. 

"내 귀는 하나의 소라 껍데기/그리운 바다의 물결 소리여(장 콕토)" 우리가 여름 해변가에 놀러갔다 오면 조개나 소라 껍데기를 기념으로 간직하기도 하는데, 정말로 이걸 귀에 갖다대면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들 해서 어렸을 때도 따라해 봤는데 한 번도 그 비슷한 체험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강하린 어린이는 감수성이 남달라서인지 이게 되나 봅니다. 저는 회백색 소라 말고는 본 적이 없는데, p52을 보면 빨강 보라 파랑 등 온갖 색이 다 보여서 원래 이런 거였나 하고 놀랐네요. 본문 을 읽어 보니 세 예술가들께서 채색을 한 작품인 듯합니다.     

p88을 보면 미래에 다시 이 카페를 찾을 우리들(작가님 가족)에게 편지를 남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건 제주도의 특정 명소에서만 가능한 건 아니고 당장 서울 어느 핫플이나 노포, 혹은 대학교 근처의 어느 소소한 가게에서도 가족과 연인이 시도해 보곤 했던 행동입니다. 연인의 경우 끝까지 잘되질 못하면 다신 그곳을 못 찾게도 되지만 말입니다. 제주 카o리아힐(p85)을 저는 몰랐는데 제가 지금 이 독후감을 쓰면서 자동완성이 되는 걸 보니(키보드 추천단어에 들어 있다는 뜻) 꽤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p115의 사진을 보면 어느 올레길에서 토끼와 강하린 어린이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뭐라고 하는 중일까요.   

이 책에는 특히 조천읍이 자주 언급됩니다. 제주도 하면 워낙 관광지로 잘 개발된 곳이다 보니 읍 단위(사실 이런 곳도 꽤 큽니다) 행정구역이 없을 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고 오히려 아직도 읍면 단위가 다수입니다. 제주도 일대가 의외로 역사에서 군사 요충지로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벙커도 아직 남았다고 하는데 저자는 다크 투어리즘을 거론하셔서 마음이 어두워지네요. "혹시 저 산 안에도 코끼리가 살고 있을까?(p145)" 그 답은 마음의 눈으로 봐야 도출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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