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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아빠이고 싶어서 - 정치컨설턴트 윤태곤의 아이 키우는 마음
윤태곤 지음 / 헤이북스 / 2023년 6월
평점 :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드물지 않게 얼굴을 뵐 수 있는 정치컨설턴트 윤태곤님이 쓴 육아와 가정 이야기입니다. 냠편으로서 아빠로서의 모습은 일반 시청자들이 그간 알 수 없었기에 책이 흥미롭게 읽혔으며, 그 와중에도 역시 곳곳에서 인문, 사회적 통찰이 엿보여 고개를 끄덕여가며 일독을 마쳤습니다.
"여기는 소로의 월든도 아니며,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도 아니다(p40)." 사회를 위해서는 욕망의 수위를 끌어올리며 충족 수단을 제공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씀이 참 맞습니다. 600여년 조선이 건국되었을 때 사치 풍조를 억누르고 행정질서의 공정성, 청렴성을 제고하려는 지배층의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후 사림이 향촌에서 성리학 질서를 보급하며 인륜을 바로세우고 강력 범죄를 방지하려는 시도 역시 대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성공적이었기에 수백 년 동안 정의감, 공동체의식이 면면히 상속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치안유지만큼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거죠.
다만 사람들이 마치 집단 거세된 양 살다 보니 국부가 축적이 안 되고 마침내 최소한의 자기 방어 능력까지 퇴화하여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되었죠. 사람은 고차원적, 형이상학적 욕구만 충족해서는 살 수가 없고, 평범한 사람 99%는 아예 그런 욕구를 품지도 않습니다. 아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저거 한 번 해 보고 죽어야 되겠다, 이런 동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나 산업은 어느 사회, 국가에나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즘은 노산 때문인지 어떤지 마음이나 몸이 아픈 채 태어나거나 좀 커서 아픈 게 드러나는 아이들이 주변에 참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빠 입장에서는 일단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준 것만 해도 너무나 고맙고 행복합니다. p69에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 방송에 나오시는 저자님 모습을 보면 이런 감개무량한 상황에서 눈물을 왈칵 잘 쏟으실 것 같은 느낌을 평소에도 받을 수 있었어요. 여튼 이런 장면은 제3자인 독자 입장에서 봐도 같이 흐뭇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 에피소드 앞에 인용된 타이슨의 명언은 사실 몰트케(프로이센 육참총장)가 약간은 다른 맥락에서 한 말이 변형된 것인데 저자님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네요. 책은 이런 지적인 맛이 있어야 집중하게 됩니다.
p83을 보면 딸 이진양이 "아빠는 운동하는 사람"이란 대답을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운동이라는 게 참... 아이는 과연 운동이란 개념을 어떻게 갖고서 그런 답을 했을까요? 스포츠?(책 후반부를 보면 저자분이 건강을 위해[따님의 권고를 받아] 운동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니면, 뭐라고 답은 해야겠고 그냥 어른들이 평소에 하던 말 중 자주 들리던 걸 그냥 복사? 알 수 없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 역시도 너무 사랑스럽고 대견한 모습일 것입니다. 자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려면, 본인 역시 부모님께 그런 사랑을 받아야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책에 그런 언급이 좀 뒤에 나옵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고 그런 분들은 역시 또 그 나름대로 위대한 거죠.
p119 이하에 육아하는 부모님들의 현실적인 고민으로써 무슨 책을 읽힐 것인지 이슈가 나옵니다. 이 대목도 참 생각할 게 많았고 역시 저자분이 머리가 참 좋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다 싶었습니다. PC 이야기는 저자분도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서 저도 이 독후감 중에 길게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민감한 주제고). 만약에 어떤 책이 그 시점에서 가장 호평받는 베스트셀러인데 부모인 내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을 담았다면 읽혀야 할까요, 어떨까요? 저 같으면 애는 독립된 인격체이고 앞으로 나와는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겠기에, 또 내가 평생 걸려 낸 결론에 오류가 없다고 자신 못 하기에,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일단은 읽히고 보겠습니다.
확실히 요즘은 학군이 중요합니다. 단지 좋은 학교를 잘 보내는 학원만 중요한 게 아니라 발레, 피아노 등 양질의 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 시설도 두루 접근 가능해야 하죠. 이 대목에서도 저자는 어떤 지사 같은(?) 경직성을 구태여 표현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바를 체험하게 해 주겠다는 원칙이 최우선순위인 듯합니다. 사실 TV에서 뵌 모습에서는 이런 육아 태도가 잘 연상이 안 되었는데 저한테는 너무 의외여서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