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어 수업 - 매일 20분 논어 읽기, 우리 아이들 삶이 바뀐다
이도영 지음 / 비비투(VIVI2)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올바른 관계, 도리를 가르치는 경전을 어린 시절부터 배워 왔습니다. 어린이는 명심보감, 동몽선습, 소학 등을 배웠고, 성인이 되어서는 4대 경전, 즉 논어, 대학, 중용, 맹자를 익혔습니다. 이 중에서도 <논어>는 공자의 말씀을 제자들이 결집한 책으로서, 유가 가르침의 핵심을 이루며 공동체 운영 원리의 최상위 원리로 존중되던 고전입니다. 지식 전수에만 골몰할 뿐 인성 교육이 아쉽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요즘, 사람의 됨됨이를 가르치는 오랜 지혜의 보고를 어린이들에게 읽힌다면, 바른 행동과 사고의 지침도 배우고, 옛 현인들과도 지면으로 소통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될 듯합니다.   

<논어>의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이 책은 그 이상입니다. 사실 고전을 아무리 평이하게 풀어 봐야, 요즘처럼 즐기고 놀 것이 많은 세상에선 아이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선생님과 학생들, 가상의 캐릭터들(아마도 실제 인물들에 바탕을 두었겠지만)이 등장하여 대화를 주고받으며 마치 실제 수업의 재현, 녹취록을 읽는 느낌으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학생들은, 21세기 어린이, 청소년들이 고전 <논어>에 대해 당연히 품을 수 있는 의문과 궁금함을 표현하며, 선생님들은 고전의 깊은 뜻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여 성실하게 답변을 해 줍니다. 사실 모든 질문에 대해, 딱 떨어지는 답,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설명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완벽한 답에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이를 통해 종전의 내면을 발전시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활동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게 아니라 인간 정신의 본질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논어>의 첫 구절이 다름아닌 學而時習之 不亦悅乎인지도 모릅니다. 학(學)은 그만큼,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데 필수적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정말 즐거운가요? 학생 여러분들은 공부 시작 전 한숨부터 쉬지 않나요?" 선생님의 아주 솔직한 질문입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학생만 선생님께 질문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소크라테스도 산파법을 통해 제자들을 깨우쳤듯, 지식을 그저 주입하는 교육은 장기적으로는 그리 좋은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질문을 해 봐야 과연 지식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점검할 수 있고, 그 지식이라는 게 정신에 제대로 통합되어 인격을 잘 형성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p24에 나오는 아이들은, 읽으면서 성인 독자가 깜짝 놀랄 만큼 똑똑합니다. 저 질문에 대해 이런 현명한 답이 나올 줄은 미처 몰랐는데, 이 독후감에 굳이 옮겨 적지는 않겠습니다(궁금하면 직접 찾아 읽어 보기). 

p51을 보면 의 고을의 관리가 공자를 찾아뵈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타는 아니고 儀封人이라 하여 원문을 정확하게 옮긴 것입니다(책에서 바로 다음 페이지에 원문도 나옵니다). 이 땅에 도가 사라진지 오래이나 선생의 탁월한 덕성이 세상을 다시 밝힐 것이라며 제자들을 격려합니다. 德不孤 必有隣이란 구절, 이 고전 이인편에 나오는 말도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p48에서 경민이는 말을 살짝 잘못했는데 사이불학즉태가 맞습니다. 고전이란 과연 영원한 진리를 담은 책이라서, 생각만 하고 배우질 않으면 위태로움에 들기 쉽다는 저 지적이 얼마나 타당합니까. 반대로, 지식을 배우기만 하고 제 생각이라는 게 없는 사람 역시 잘못된 길을 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온갖 가르침들이 다 출현하여 추종자들을 모으고 세력을 얻으려 각축했습니다. 그 중에는 사람의 능력, 국가의 실력(주로 무력)을 최고로 치는 흐름도 있었고, 백성을 그저 법으로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인, 어짊,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대하고 국민을 이끄는 것이, 만 년 세상을 다스리는 올바른 길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인배나 악당들은 단호하게 물리치고 응징하여 이들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공동체의 물을 흐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무작정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게 아니라 능호인 능오인(能好人 能惡人)하며 선과 악을 분별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추상 같은 엄격함을 유지하는 게 우리 동아시아 전통의 덕목 아니겠습니까. 조상들께서 이런 멋진 신조에 따라 사셨고 또 그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도 이 뜻깊은 고전을 열심히 읽고 익혀서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시민으로 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가다듬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