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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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무척 폭력적인 종이라고 합니다. 그전에 인류의 조상으로 지구에 흔적을 남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공존했던 네안데르탈인에 비해서도 난폭하고, 심지어 동족에 대해서까지 살상을 일삼거나 노예로 삼는 습성이란 다른 동물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고도 하죠. 이런 폭력적 습성에 대해 하늘에서, 혹은 외계에서 어떤 천벌마냥 교정의 수단 같은 게 유입된다면? 하긴 우리 지구에는 본래 이 땅에서 유래하지 않은 물질이 많다고도 합니다. 언제, 이 소설에서처럼 그런 게 지상에 낙하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드레스덴이란 지명은 실제 독일에 소재한 공업도시이며 2차 대전 말 연합국측의 지독한 폭격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등장인물 드레스덴(p30, p91 등)에 그런 이름이 붙은 건 실제 역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겠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보면 이 소설에서 그의 어떤 행보에 묘하게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UN에서 기후 온난화에 대해 각별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요즘이고 보면, 이 소설에서 묘사한 해수면 상승(p43) 같은 대목에서 더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엄마, 온몸이 새파란 사람도 있어?(p10)"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답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모조리 잡아 바다 한가운데 있는 감옥에다 가둔단다.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얼마 전 한국에서도 강력 범죄가 발생했고, 어떤 시민의 반응이 TV를 통해 전해졌는데 역시 상습범에 대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뇌, 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뇌입니다. 이스터도 파라에게 말하지 않습니까(p50).   

사방팔방에서 CCTV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물론 강력범죄를 막으려면 다른 도리가 없겠으나 그만큼 시민의 자유도 제한됩니다. "뭐야, 내 뇌 어디 있어?(p78)" 키클롭스가 불안하게 소리치자, 블라인드가 특유의 여유 있는 자세와 태도로 분위기를 통제합니다. 한편, 이 사태에서 중요한 몫을 떠맡은 한결은 좀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듯합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탈옥수들의 신원이 모두 밝혀졌습니다.(p106)" 

상황은 꼬이고 또 꼬입니다. 클로주어라는 시스템이 따로 마련되었나 본데, p160에 설명이 나오듯 이것은 사람이 특정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게 한결의 머리 속에 마련되어, 그저 한결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정 요원을 통제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기 짝이 없죠. 게다가 수색 영상이 조작되기까지... 정말 탈출구가 없는(no way out) 기막힌 판국입니다. 이제 드레스덴은 초월동아시아 연방 연구소의 잔해로 향합니다. 왜 2년 전에 이곳이 그리 되었겠습니까. 

폭탄의 처리도 간단치 않습니다. 모든 핀을 뽑아야 그게 터진다니!(p218) 이 소설은 고비를 넘으면 또하나의 고비가 기다리는, 끝도 없는 시쉬포스의 시련 같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은 인류로서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연대책임의 일종입니다. 이 난관을 극복해야, 아마도 이 행성의 새로운 미래 한 장이 바르게 열릴 듯합니다. 많은 희생이 있었고 인류 또한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교훈을 배웠으니 다시는 아포칼립스가 열리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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