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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ㅣ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5월에 1학년 1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교재를 리뷰했었습니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고 2학기를 준비하게 되니 때맞춰 교재가 나왔습니다. 교재에서는 정확하게 받아쓰는 일뿐 아니라 "소리내어 자신 있게 큰 소리로 읽기"까지 강조합니다. 언어 학습은 종합적인 활동이므로 듣기, 말하기, 읽기, (아직은 저학년이므로) 받아쓰기 등이 다 함께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p19를 보면 "가방을 쌌다", "연필을 깎았다" 같은 문장들이 나옵니다. 가방을 싼다는 말은 가방 안에다가 필요한 물품, 책이나 공책, 필기구 등을 준비하여 꾸려넣는다는 뜻인데 예전에 책보(책보따리, 책보자기)를 싼다는 말이 변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통은 하교 시간이 되면 "가방 싸서 집에 가!"란 담임쌤의 허가(?)와 함께 굉장히 신나는 학생들의 동작이 이어지죠. 싸다, 깎다 등은 겹자음, 된소리가 쓰이므로 1학년 2학기를 보낼 학생들이 어려워할 만한 학습 내용이겠습니다. 바로 밑의 "섞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꺽다" 같은 표기를 하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오죠. 사실 이 부분은 합리적인규칙에 따를 뿐 어려운 내용이 전혀 아닌데도 말입니다.
다만 p18의 "끈을 묶는다" 같은 문장은 좀 어렵습니다. 일단 말음법칙에 의해 "묶"은 "묵"으로 소리나고, "묵"과 "는"이 만나 자음동화, 그 중에서도 상호동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뭉는다]로 소리나는데, 이 부분이 초등학생에게는 대단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죠. "잠을 잤다"에서도, 발음은 [잗따]로 나기 때문에 이 원리를 잘 알아듣게끔, 그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게끔 잘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받아쓰기 이슈는 아닙니다만, "맛있어요"도 발음이 [마디써요], [마시써요] 두 가지가 허용된다는 점, 원칙적으로는 전자가 옳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한 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칭찬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교재의 받아쓰기 란 바로 밑에는 "잘했어요, 훌륭해요, 최고에요" 등의 평어로 학업 결과를 평가하게 유도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교재는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는 활동도 학생들에게 장려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반짝반짝이라든가, 다닥다닥, 주룩주룩, 살랑살랑, 벌렁벌렁 등의 의태어들(p23)은 소리내어 읽을 때 더욱 학습 효과가 좋겠습니다.
p31을 보면 "가엾다"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 단어도 발음시 [가엽따]로만 소리날 뿐이므로 아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뜻이 완전히 같으면서도 "가엽다"라고 쓰는 다른 말이 있으므로 더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p48을 보면 "창밖으로 던져 놓았어요"라는 문장을 원고지 규격에 맞춰 쓰게 하는데 이 문장은 띄어쓰기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창밖"이라는 게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우지 않습니다. p54의 "윷가락" 역시 초등학생이 어려워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p71을 보면 "이야기를 엿듣던 도둑", "궁궐로 숨어들었어요" 같은 문장은 원 출처가 무슨 이야기(설화)였기에 이런 구절이 나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가라앉다" 같은 단어도 어떤 원리로 저런 받침을 쓰는 건지 아이가 궁금해할 수 있습니다. p83의 "단춧구멍" 같은 단어도 사이시옷이 적용된 첫 예일 수 있으므로 잘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사실 받아쓰기, 띄어쓰기를 정확히 해 내는 게 예상 외로 어렵습니다. 어른들은, 본인들도 제대로 못하면서 함부로 아이들을 다그쳐 학습의욕을 꺾는 일이 없게 주의해야 하겠네요. 편집이 시원시원해서 아이들이 보기에 편한 점이 최고의 장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