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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마사노리의 매니지먼트
간다 마사노리 지음, 김수연.이수미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회사를 올바르게 경영하는 방법은 아마도 대학 학부 과정의 경영학에서 어지간히 배울 수 있겠습니다. 그 내용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며 난도도 높은 편입니다(재무관리, 회계, OR). 그런데 정작 경영 일선에서는 이런 교과서에서 터치하는 부분 외의 다른 요소가 회사 장래를 좌우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뒷면의 매니지먼트라 이름을 붙이는데, 실제로 위대한 창업을 이뤄낸 사람들은 이런 뒷면 경영을 효과적으로, 능숙하게 해 낸 분들이 많았습니다. 창업의 성패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런 책의 형식으로 펴낸 저자분의 용기(?)에 대해 감탄하고, 또 고마워하게 되네요.
우리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저 단기간에 돈만 보고 가자며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이고, 어떤 인간적 가치를 희생시키며 질주 내지 폭주하는 수가 많습니다. 한때는 저래야 성공한다며 비인간적 경영을 무지성으로 찬양하는 풍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거의 반드시 하락세를 탄다고 경고합니다. p40에는 간다 마사노리씨 특유의 경영관을 반영한 그래프 두 개가 나오는데, 인적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단기 이익에만 치중한 기업들이 결국에는 성과가 좋지 않게 나옴을 저자 나름의 실증 데이터(?)에 의해 보여 줍니다. 물론 이 중에는 "마음챙김, 행복" 같은 추상적인 가치도 있으므로 너무 맹신할 것은 아닙니다.
샐러리맨 같은 방식으로는 창업, 신분야 진출, 신상품 개발 등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오랜 지론입니다. 샐러리맨 같은 방식이 뭐냐면, 정해진 일만 아주 성실하게, 궤도 이탈 없이 해 내는 걸 말합니다. 창업자가 기발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었고 소비자들도 호응합니다. 초기 판매도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반품 요청이 쇄도합니다. 막상 써 보니 원래 기대했던 품질이 아니더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런 도입기에서 창업자들이 곧잘 마주치는 좌절을 두고 "제1의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이런, 소위 제1의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게 말해, 영혼을 갈아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안 팔릴 상품도 소비자들이 사장의 저런 열성을 봐서라도 하나는 사 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품질이 정말로 뒤처지면 안 됩니다. 품질 이슈의 극복도 결국 사장이 영혼을 갈아넣을 정도로 집착하고 매달려야 해결이 가능하단 소립니다.
"자녀의 병을 고치려면 먼저 그 부모를 교육하라." 참 맞는 말입니다. 부모의 문제를 고치면 자녀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수가 많습니다. 이 말을, 현재 기업 경영 문제를 논하는 저자가 왜 꺼내느냐, 바로 가정의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발단이 되어 기업 경영에까지 심대한 해를 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남편(사장)은 회사가 잘되는 걸 아내 앞에서 자랑합니다. 아내는 겉으로는 호응하지만 속으로는 서운해합니다. '내가 가정을 이 정도로 돌보니 당신이 회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몰라?' 그러면서 더욱 육아, 가사에만 치중하는데, 사장은 자신의 성공에 공감 못 하는 듯 보이는 아내를 향해 더욱 노여움을 품게 됩니다. 이러다가 자신의 업무 사소한 데까지 공유가 가능한 회사 여직원과 급기야 바람이 나는데... 과연 이런 과정을 겪고도 일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이게 저자가 말하는 제2의 함정입니다.
새로운 걸 배우는 능력은 대뇌신피질이 훨씬 빠르며, 변연계는 감정을 주관하는 터라 배움이 느립니다. 그런데 관리자로서 지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려면 이 변연계에서 마음을 확실히 먹어 줘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장은 첫째 쉬는 시간이건 뭐건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달래기도 해서, 사장 자신의 마인드를 변연계 레벨에다가 심어 주는(...) 것입니다. 이게 첫번째 방법이고, 두번째 방법은 창업자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방법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창업자라고 이게 다 되는 게 아니라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책에서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예를 드는데, 우리 나라라면 정주영, 김우중, 이건희 등이 비슷한 경우이겠습니다.
이 책에는 기업의 생애주기라는 개념에 바탕을 둔 논의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p237을 보면 각 생애 단계에 걸맞은 활동이 정해져 있어, 이 단계에 맞지 않은 기업 활동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무척 어렵다는 결론을 냅니다. 또 시대의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정 기업의 현 단계가 부적합하다면 아예 기존 단계를 버리고 다른 생애주기로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p191 참조). 창업자는 대체로 대담하고 창의적인 인물들이지만 그 역시 어떤 패턴에 지배되기 쉽습니다. 책에서 내리는 중요한 결론은, (자기) 패턴을 알고 있는 경영자라야, 그 패턴으로부터 초월할 수도 있다(p124)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