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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시장 인베스트
김태선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이 책은 투자에 관한 책입니다. 책 제목만 보면 잠시 환경보전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하지만 책 제목에도 "인베스트"라는 말이 들어 있죠), 그렇지 않고 탄소배출권이라는 권리가 시장에서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알기 쉽게 풀어 주는 책입니다. 마치 주식이나 채권, 혹은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의 투자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과도 성격이 같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2015년 1월 12일 이미 한국에서도 이 탄소배출권 시장이 개장을 했다고 책에 나옵니다. 탄소배출권이란, 어떤 국가나 기업이 탄소를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는지를 표시한 권리입니다. 공장이나 시설이 생산 활동 중 아예 탄소(오염 물질)를 배출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힘드니, 돈을 내고 배출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탄소를 좀 더 배출하고 싶으면, 탄소를 배출할 일이 없거나 적은(따라서 탄소 배출권이 남아 도는) 다른 기업 다른 나라한테서 이 권리를 사서 배출하면 됩니다. 물론 환경에 너무도 치명적인 오염 물질이라면 이건 배출권으로 상품화할 수 없습니다.
어떤 기업에 대해 그 장래가 유망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 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유망하다고 보는 기존 주주(보유자)한테서 주식을 사 들이면 됩니다. 이게 주식 시장의 본질입니다. 한국에는 규모가 크고 사회적 신뢰가 확고한 기업의 주식이 주로 거래되는 코스피가 있고, 지금은 이익을 미미하게 내거나 적자이지만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기업은 코스닥에서 거래됩니다. 전자를 공식 명칭을 따라서 "유가증권시장"이라고도 부르는데,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도 엄연히 유가증권을 거래하는 곳이므로 이 명칭은 식별력이 떨어집니다. 탄소 배출권에도 이 원리가 적용되게 하려는 게 탄소배출권 시장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탄소배출권은 이 기업 저 기업 다양한 개성을 지닌 주식처럼 다양성이 있는 게 아니라 단일한 권리이므로 현실적으로 저런 유가증권시장, 선물 시장 만한 활력이 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시장에 내가 먼저 진출하면, 비교적 덜 연구를 하거나 실력이 타 플레이어에 비해 출중하지 않아도 이익을 좀 쉽게 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2016년 코인 시장 같은 게 그 예인데, 코인의 종류도 적었고(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유리) 코인의 원리가 뭔지 전혀 몰라도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별의별 코인들이 다 나온데다 고수들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거래에 임하니까요.
탄소배출권의 상품성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들은 이 책 p142를 먼저 읽어 보십시오. 탄소배출권이라는 게 실제 어떻게 거래되는지 사례가 나와 있기 때문에 이해가 더 쉽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례가 실제 있었을 듯한데, 탄소배출권이라는 게 기업, 국가별로 기본으로 공평하게 분배되는 것도 있습니다만, 이 사례에서처럼 환경 보호에 혁신적인 기여를 하는 제품,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과 개인에게 유엔에서 특별히 탄소배출권을 부여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걸 그 기업(혹은 개인)은 시장에다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1주 단위(요즘은 소수점 단위로 쪼개기도 합니다)로 거래되지만, 탄소배출권은 1톤 단위로 거래됩니다. 주식, 채권, 선물, 현물은 물론 차트를 보고 그때그때 짧게짧게 적절히 먹고 빠져나올 수 있지만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밸류에이션이라는 걸 중시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 나름의 근거를 갖고 계산한 적정가 이하에는 팔지 않는 걸, 혹은 적정가 이상으로는 사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A사가 톤당 15유로를 자체 적정가로 삼고 투자 전략을 짭니다.
코인 시장(플랫폼)을 보면 이 나라 저 나라에 다양한, 각자 독립된 시장이 있는데(대부분 민간 조직입니다) 같은 비트코인이라고 해도 한국의 거래소에서 좀 비싸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싼 시장에서 사다가 한국에서 비싸게 팔면 되겠다 싶은데(이런 걸 arbitrage라고 하죠) 외환거래 규제가 각국마다 있는데다 수수료 문제도 있으므로 쉽지는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 A사는 ACX에서 주로 거래를 한다고 나옵니다. 한국 플랫폼이 거래액도 적고 재미가 덜하다고 여기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p160에 보면 이월제한제도란 게 나와서, 모 매체에서 이에 대해 비판한 아티클이 나옵니다. 아마도 주식 채권 시장에서 이월제한이라는 건 아예 개념상으로 상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뭐 아예 안 될 건 없겠지만). 이 제도가 있는 이유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서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유효기간이 없다면 세월아 네월아 어느 시절에 이 권리가 거래될지 모를 지경까지 갈 것입니다. 그런데 이월이 제한되니 가격변동폭이 너무 커져서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가격변동폭이라는 게 좀 커야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이월제한이라는 게 있다는 건, 이 권리가 소멸의 위험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책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이 위험이 현실에 접근했던 분위기를 전합니다(p178). 그러나 책에서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탄소배출권이 그 가치가 0이 되는 일은 없으리라고 전망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좀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환경 오염의 덫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날이 없으리라는 뜻도 되니 말입니다.
탄소배출권도 일반 투자상품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전제 하에 파생상품 투자 방법론이 알기 쉽게 설명되었습니다. 이 대목은 일반 투자론으로 받아들이고 공부할 교재로 활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