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2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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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연인으로서 100세 나이를 넘기는 것도 대단히 진귀한 일인데 여전히 젊으셨을 때나 마찬가지로 지혜를 발휘하고 왕성한 활동을 펴나가시는 모습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김형석 연대 명예교수님은 1970~80년대 여러 권의 깊이 있는 에세이집을 베스트셀러로 쓰신 인기 작가로도 유명하신데 아직까지도 저술 활동을 이어가시며 독자들과 소통하신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 책도 여전하신 통찰력, 우아한 문장, 가슴을 울리는 교훈과 감동이 가득한 수필집이어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동양에서는 가정(家庭)이라는 말을 써 왔다. 집은 머무는 곳이고, 뜰은 일하는 고장이다(p46)." 확실히 우리 동아시아는 농경 위주의 사회를 유지해 왔기에, 그저 머물고 몸 눕히는 공간만 있어서는 안 되며 일하는 터전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게 온전한 가정이 되는 건데... 특히 철저히 아파트 위주로 재편성된 한국에서는 이 가정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감이 있습니다. 저자께서는 특히 지금의 가정이, 식구들 사이에 정(情)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일 위주로 재편된 조직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꿰뚫습니다. 할 소리는 아니지만, 요즘은 불륜도 사업 타산이 맞는 사이에 잘 생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마냥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비즈니스 위주(?)의 가정도 사실은 자녀 양육의 성공을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로 삼기 때문입니다. 2세의 양육은 사회 성원으로서 큰 의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미래의 역군을 기르는 과제이기에 사회는 그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마땅합니다. 지금 우리가 체제로부터 혜택을 입는 것 중에는 미래 세대가 대신 부담할 부분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국민연금 등). 

자, 그런데 여기서 김 교수님은 예리한 포인트 하나를 짚으십니다. 요즘은 환경 오염 탓인지 노산 탓인지 난임과 불임 부부가 또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서, 혈연에 집착하지 않고 입양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의 사정으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좋고,  무자녀 부모들은 아이가 생겨 좋습니다. 외국에서는 예쁜 아이는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인데 우리는 그놈의 유교식 혈통주의에 아직도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골치입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전향적인 생각을 갖는 젊은 부부들이 많죠. 

사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이 유전보다 더 큽니다. 문제 부부한테서 문제아가 나온다고 하지만 그건 성장 과정에서 그런 나쁜 꼴을 본받아서 그런 거고 웬만해서는 사랑을 듬뿍 받고 큰 아이들이 커서도 훌륭한 아이로 성장합니다. 혹 아이를 어려서 버린 무책임한 부모의 소생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람의 존귀한 점은 DNA의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데에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 MZ세대가 문제가 많다 개인주의다 집단에 융화하지 못한다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만 저자께서는 따뜻한 눈으로 보십니다. 일단 요즘 젊은이들은 합리적이고, 감정에 치우치는 태도를 싫어합니다. 저자는 해방 직후 모 학교 교감직을 맡을 당시를 회고합니다. 이때면 아직 저자의 연세가 서른이 채 되지 않으셨울 때인데, 물론 요즘도 드물게 사립학교에 젊은 교감샘(그래봐야 사십 정도)이 있긴 합니다만, 요즘이면 사회 초년생 시절인데 벌써 교감을 다셨다는 점부터가 놀랍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우리 나라 청년들이 의무징집대상이 아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상관이 행여 자신의 집에서 무슨 나쁜 일이 있어서 당장 자기 기분이 어땠든 간에 이걸 부하직원들에게 분풀이하듯이 표현하는 건 조직윤리상 용납이 인 되는 행동일 뿐 아니라 어른으로서 미숙한 행동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심기"까지 살펴야 했고 이걸 날씨라든가 고기압 저기압 등으로 돌려 표현했다는 게 책에 나옵니다. 상당히 미개한 풍조이며, 21세기 직장에서는 이런 잘못된 문화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사내에서 고통당하는 일이 없기를 노교수께서는 희망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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