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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 개인적 성찰 - 청년,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갈등하고 고민하며 사는가? ㅣ 청년, 대한민국에게 희망을 쓰다
곽희수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5월
평점 :
윤정 소장님의 책을 지금까지 두 권 읽고 리뷰를 쓴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청년 곽희수님이 윤 소장님의 지도를 받은 후 저술했다고 나옵니다. 읽으면서 20대 중반의 청년이 대한민국 안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열띤 찬반의 대상이 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이렇게나 치열한 고민을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여태 개인적으로 두 권의 저서를 읽었던 윤정 소장님의 평소 지론, 사상이 이 청년의 저서에 어떻게 스며들어갔는지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자가 책을 힘들여 쓴 만큼, 독자 역시 그만큼의 성의는 읽으면서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사랑의 공감이 흐르는 시냇물이다(p17)." 실제로 아무리 사회에서 성공한 삶을 살아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여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그 부모가 진정으로 사랑하여 맺어지지 못한 경우입니다. 남녀 당사자 두 사람이 서로 더없이 사랑하여 맺어져야 그 애정을 본받아 자녀들도 사랑 가득한 심성을 지닐 텐데, 가문 사이의 정략 결혼이라든가, 배우자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게 돈만 보고 접근했다든지 하면, 이런 가정에 참된 행복이 깃들 리 없습니다. 조건이나 외형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고 사람의 심성이나 영혼이 서로 통하는 결합이 다시 대세가 되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p76)" 사람을 어떤 규격화된 틀 안에 넣고 그 안에서 순위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제 배우자를 찾을 때 속물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어떤 여자(남자)는 몇 등급, 누구는 몇 등급 하는 식으로... 그런데 사람이 세상에 똑같은 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니 그때부터 영혼의 빛깔을 찾아 짝이 맺어질 수 있는 것이죠. 또 자신의 가치를 이런 속물적인 척도로 정한 사람이, 배우자를 고를 때에도 자신에게 결핍되었다고 여기거나, 자신이 평소 열등감을 느끼던 걸 상대에게서 보상을 찾으려 합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질 않고 자신의 결핍을 메우려는 수단으로 삼으려 드니 그 결혼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육아 환경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p45)." 이 부분은 윤정 소장님 평소 지론이 표현된 곳입니다. 자크 라캉이나 프로이트, 존 볼비 등의 이론이 종합된 견해입니다. 7~9개월 사이 분리불안의 애착 기간이 자아 형성의 토대라고 하는데 포유류 공통에게 중요한 기간이며 심지어 코끼리나 침팬지, 강아지조차 분리불안의 애착 기간을 잘못 보내면 평생을 정서 불안으로 고생한다고 하니 사람의 경우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니 아이에게 특히 엄마의 강한 애정을 수용하고 느끼고 듬뿍 접할 수 있는 기간을 배려하는 건 한 가정의 책무일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장려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소장님 특유의 지론인 정신분석학 이론이 알고보면 이 책에서도 곳곳에서 절묘하게 스며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창 나이 때의 청년이다 보니 결혼이 중대 관심사이겠으며, 그에 대한 고민이 책 곳곳에 표현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2030 청년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짝을 찾을까요? 직업? 학벌? 가문? 외모? 기존의 윤소장님 지론으로 이 역시도 개인의 선택과 그 동기에 대해 심층 분석이 가능합니다. 정신분석학은 타인의 취향 분석이나 정신병자의 치료를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의 바르고 행복한 미래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지식이었던 셈입니다. 윤소장님 전작에도, 배설의 성행위와 쾌락의 성행위를 구분하고 어떤 쪽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한 논의가 있었지요.
"모든 삶은 순교다(p110)." 아침 식탁에 차려진 각각의 메뉴만 봐도 이는 죽음의 흔적이라고 합니다. 그렇죠. 달걀 요리는 병아리의 죽음, 장조림은 돼지의 죽음, 하다못해 각종 나물류도 모두 채소의 죽음을 통해 얻어졌습니다. 이 많은 생명의 죽음이 있었기에 나의 삶이 가능했습니다. 죄의식을 느끼기보다, 나 역시도 다른 생명 다른 가치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자연친화, 공동체 지향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