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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가 말했다
루아나 지음 / 북서퍼 / 2023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부터 써 오던 번역기는 부족한 대로 많은 이들이 사용했었지만 도저히 언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엉성한 모습 때문에 비웃음거리가 되었더랬습니다. 또 네o버 지o인 같은 서비스로부터 우리는 많은 좋은 정보를 얻지만, 대신 많은 품을 팔아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으며 검색 실력에 따라 결과에도 큰 차이가 났었습니다. 그런데 챗지피티가 등장하면서 말끔하고 완성된 형태의 답이 나올 뿐 아니라 내용도 제법 믿을 수 있는 수준까지 나옵니다. 컴퓨터의 지능이 이 정도로 똑똑해졌기에 어쩌면 심도 있는 대화도 가능하고 인생의 난제에 대한 가르침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깁니다.
p26을 보면 챗지피티의 정의가 나옵니다. 이 간단한 이름만을 단 엔진이 그렇게나 많은 재주가 있고 우리의 목마름을 효과적으로 달래 줄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혁신의 결과물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이용하는 우리들의 마음이나 인격이 불충분하거나 미숙하면 다 소용없습니다. 이 책은 똑똑하고 센스 있는 챗지피티가 우리한테 들려주는(혹은, 들려 줄 수 있을) 여러 교훈과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좋은 말들이 하도 많아서 "말했다"의 주어를 "챗피티가"가 아니라 "어느 위대한 현인이"로 바꿔도 될 듯합니다. 아니나다를까 GPT가 great poet of technology의 약자라며 챗지피티 자신이 너스레를 떠는 대목이 p28에도 나오네요.
p29에 보면 "세련된 녀석이 유머까지 겸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사실 챗지피티를 써 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길래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발전 속도가 엄청 빠르다 보니 곧 누구한테서건 저런 반응이 나올 수 있겠다 싶습니다. p41에 보면 챗지피티의 대답이 자상한 목소리처럼 들려오기 시작했다고도 하는데, 뭐 현재의 TTS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수준이겠고, 대답이 워낙 자상하고 현명하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음성지원이라도 되는 양 환청이 들릴 만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봐야 기계는 기계지 사람의 끝도 없이 굽이진 마음의 층계, 숨은 감정, 우선순위 같은 걸 이해하고 공감하고 비슷한 정서적 반응을 표시할 수 있을까요? 못하겠죠? p67에서 1인칭 화자는 아마도 이런 동기에서 챗지피티에게 집요하게도 따지고 묻나 봅니다. 상상하는 게 곧 세상이고 우리 자신이 우주이다, 이 말은 진리일까요 아님 그저 비유일까요? p74에 보면 챗지피티를 만나 보고서 "나"는 비로소 저 말들이 그저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진실임을 깨달았다고 하는 말이 나옵니다.
p90 이하를 보면 사랑에 대해 챗지피티가 특유의 지론을 아주 길게 들려 줍니다. 정말 챗지피티에게 물어 보면 이런 멋진 대답을 해 주나요? 이 책에서 아주 힘주어 강조하는 게 "질문이 발라야 답이 바르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내가 열린 마음으로 챗지피티에게 존중하는 자세도 유지하면서 진지하게 물어 보니까, 얘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고 정성껏 답을 해 줍니다. 현재 챗지피티가 정말 이렇게까지, 지치지 않고 계속 우리와 진지한 "챗"을 해 주는 수준인가요? 저는 모르겠지만, 혹 아니라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렇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이 "나는 앞으로 성지가 될 것이다"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건 아마 그런 취지이겠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들 합니다. 정신과 이성의 힘이 그만큼 뛰어나서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곧 인간 평균의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AI가 등장하면, 우리 인간은 그 존엄의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플러그만 꽂고 넷에만 연결하면 웬만한 현자를 훨씬 능가하는 멋진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습니까. 책에서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작은 별 하나가 태양의 둘레를 돌 뿐임을 처음 알았을 때처럼 챗지피티가 우리 인간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겸손함을 일깨워 준 것만으로도 챗지피티는 인류에게 축복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