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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고 싶었던 너와 - 레이와소설대상 대상 ㅣ 토마토미디어웍스
유호 니무 지음, 박주아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아직 어린 나이의 청춘 남녀 간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면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나며, 여성 쪽이 시한부 생명인 이야기라면 개인적으로 십여 년 전쯤에 읽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떠오릅니다. 둘 다 지금 이 작품처럼 직접적으로 천체 관측을 소재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후자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한 구절을 패러디한 거죠. 살면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났을 때는 별들에게 물어 보라고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말이 그렇다는 건데, 이 소설은 정말로 별들에게 물어서 답을 찾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와시가미 슈세이이며 아직 대학생입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타이요 씨로부터 천문 관측 시설과 별들에 대한 애정, 열정을 물려받았습니다. 안타까운 건 할아버지께서 열심히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힘을 입어 신천체를 발견했는데 이 성과를 히로세 카즈야스라는 자에게 빼앗긴 것입니다. 그는 부정한 방법으로 와시가미의 시스템에 침입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 슈세이에게는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 새하얀 소녀와 우연히 만나며 이름은 특이하게도 고토사카 나사라고 합니다. 나사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은 p71에 나옵니다.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 그 천체에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 소녀는 유독 별에 누군가의 이름이 붙는다는 사실에 설레어합니다. 슈세이가 "그럼 고토사카라고 이름이 지어지면 좋겠네?"라고 하자 소녀는 성 아닌 이름 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 페이지 각주에 "일본에서는 처가 남편의 성을 따른다"고 나오는데 이 사실이야 다들 아는 바이지만 소설에서 중요한 복선이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나사는 첫인상이 대단히 사교적이고, p246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은 것 같았다"는 게 슈세이의 느낌입니다. 물론 슈세이를 좋아하고,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기에 무엇에든 열정을 쏟고 싶었겠지만 장비 다루는 방법을 집에 돌아가서도 이미지 트레이닝(p146)으로 익히고 빨리 따라왔다는 건 머리가 좋아야 가능하죠. 이미지 트레이닝은 운동 선수들도 즐겨 쓰는데 머리가 좋아야 몸에 익히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p211에도 나오지만 이런 타입은 홈스쿨링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책 앞날개에도 나오듯이 작가가 천문학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이른바 천체 헌터들의 삶에 대해 엄청난 디테일을 작품에 녹여내는 게 가능했겠습니다. 실제로 천체 관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부수적으로 묘사된 절차만 따로 추려내 따라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p154에 보면 "일주운동으로 인해 별은 동쪽에서 서쪽으로..."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동쪽은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팔이 있는 쪽입니다. 오른팔 방향이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이 이치는 북반구나 남반구나 같은데 남반구라고 해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p183에 보면 "일본 대학에는 천문학부가 없다"는 구절이 있는데 한국이라면 과거 서울대에 천문학과가 있었고 지금은 물리학과와 통합되었습니다.
음... 역시 사람은 꼼꼼해야 합니다. 범죄를 잡아내려면 평소에 대비를 할 필요가 있겠는데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서 이 독후감에 적을 수 없겠네요. p101에 아키타 히사이, 나가노 슈이치 두 거물(작중)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이 두 사람은 p203, p265에서 각각 나와 한몫 단단히 해 줍니다. 역시 상황을 뒤집으려면 원로들이 나와서 거들어야 합니다. p149에서 슈에이가 "좋아했다. 그리고 무서웠다"고 할 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도 그의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죠.
몇 백 광년의 거리에 떨어진 별의 모습이 여튼 몇 백 년 후라도 우리 눈에 도착한다는 건 우리와 저 별 사이에 가로막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냐? 나사의 이 말은 p83에 처음 나왔고 p267에 또 나옵니다. 우리와 온 세상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p267 말고 앞 p95에도 나왔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이 소설을 읽기 며칠 전에 국방TV에서 방영하는 진중시네마 중 한 편을 보았는데 거기서도 여친이 백혈병(여기 나사는 심부전이지만)을 앓던 중 군내 방송네트워크에 사연이 소개되어 골수 기증하려는 군인들이 줄을 선다는 감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나사 말대로 이 세상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