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한 과학자의 위대한 꿈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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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패러다임만으로도 물리계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다들 생각했을 무렵 아인슈타인은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전세계에 증명했습니다. 물론 뉴턴 고전역학 체계로 해명이 안 되는 난제가 많았으나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턴 이론의 더 정교한 적용 방법을 우수한 두뇌들이 계속 찾아냄에 따라 해결이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너무도 혁신적인 새 이론은 그 빈 구석 상당수를 더 우아하게 채웠을 뿐 아니라 아직 그게 난제인 줄도 모르던 걸 혼자 찾아내어서 깔끔하게 설명까지 해 냈습니다. 천재란 천재는 다 모여서 절대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체계에 대해 처음으로 의심도 해 보고 더 잘 작동하는 대안까지 새로 제시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며 이런 사람이 다시 나타나려면 앞으로 몇 백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책에서도 말씀하시지만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은 아인슈타인과 개인적 접점은 없었습니다. 1879년이면 p34에 나오듯이 맥스웰이 사망하고 공교롭게도 아인슈타인이 태어나던 해이며 한국(조선)에서라면 백범 김구 선생, 이승만 등이 태어나고 몇 년 후이겠습니다. 이때로부터 십 년 후면 아돌프 히틀러라는 괴물이 세상에 나옵니다. 여튼 이 설명은 적절한 게, 전자기학은 현대 문명 건설 토대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학문이며 맥스웰이 이 분야에 끼친 공적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전자기학과 무슨 관계일까 싶을 수 있으나 책은 우리 독자를 위해 최대한 쉽게 맥스웰 체계를 풀어 주며 아인슈타인의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지점을 마련합니다. 

"빛도 전자기장의 일부이며 그래서 전파와 자기파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 사실 전기와 자기를 통합적으로 본 것만으로도 인류 지성의 지평을 무한히 넓힌 대 업적입니다. 그런데 빛과 전자기의 본성이 같기까지 하다니! 지금은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19세기에만 해도 이런 발상은 너무나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이 충격파에 버금갈 만한 게 나오려면 아인슈타인이 평생 꿈꾸었던 통일장이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p64에 나오는 조지 가모(가모프라고도 하죠)는 알파베타감마 이론의 세 축 중 하나인 그분입니다. 여튼 그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빚기도 한 드브로이 공작님(ㅋ)은 빛뿐 아니라 어떤 물질이라도 결국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지닌다는 물질파 이론을 내세웠는데 이로써 수백 년 전 빛의 본성을 놓고 그토록 치열히 벌어지기도 했던 논쟁은 이론의 여지도 없이,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빛은 고사하고 모든 물질이 다 그렇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단지 눈에 보이는 걸로만 편의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판단할 뿐이죠. 

이미 맥스웰 방정식만으로도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점은 충분히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상상해 보면, 이 물체로부터 일정 속도로 공을 던지면 두 속도는 합성됩니다. 상식에도 부합하고 학교에서도 초보 벡터 이론을 그리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광원끼리는 속도 합성이 안 되는가? 왜 빛에 한해서는 맥스웰 법칙이 안 통하는가? 놀랍게도 이 모순을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는 상태에서는 공간 자체가 변형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해결했습니다. 공간(거리)이 줄어드니 속도가 늘어날 수 있겠습니까(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 등속일 때는 특수 상대성이론, 가속일 때는 일반 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데 훨씬 설명력이 높은 일반상대성 이론도 아인슈타인은 "자유낙하 중인 사람은 자신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같은 간단한 발상으로 해결했습니다. 마치 삼백 년 전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방정식을 고안해 낸 것과 비슷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잘 못 다루었다는 평판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이는 난다긴다 하는 천재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며 일반인에 비하면(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만) 수학의 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109에 나오는 마르셀 그로스만은 아인슈타인보다 한 살 위였는데 텐서 해석(=텐서 미적분)을 일러 주어 시공 방정식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천재는 확실히 자기 스타일이 따로 있는 건지, 1915년에 과감히 이를 폐기하고 새 방정식을 찾아 이론을 완성합니다. 이런 걸 보면 당시 주류 수학 도구를 동료들에 비해 서투르게 다뤘다는 거지 수학 실력도 귀신이었겠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머리가 어디 다른 데로 가겠습니까.  

에테르설은 지금 와서 보면 허무맹랑한 미신처럼 느껴지지만 19세기 후반만 해도 과학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올바른 신 학설이 에테르 존재라는 가설에 위배되어 거꾸로 폐기되는 판이었습니다. 이종호 박사는 로런츠의 상대성이론은 에테르를 가정한 후 전개된 이론이라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그것과 근본의 결이 다르고 따라서 아인슈타인만의 독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광양자설이나 상대성 이론만으로도 아인슈타인은 인류 지성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뤘지만 그 외에도 다른 과감한 이론을 많이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당대에 큰 비판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게 양자이론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무리한 반론이었습니다. 이 이슈에 한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진영에 가루가 되도록 깨졌고 현재까지도 그 평가에 변함이 없습니다. 즉 이 문제에 한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명백히 오류를 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통일장이론이라든가 암흑 물질 아이디어는 당대에 역시 큰 조소를 받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최근 연구와 관측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다시 그 타당성이 주목받는 추세이니 천재의 통찰력이라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성인뿐 아니라 중고교생들이 읽기에 좋은 과학 머티리얼입니다. 용어 설명이 쉽게, 또 많이 서술되었으며 인용문헌들이 대중서에서 고전, 학술서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인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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