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612 입속사용 설명서
공정인 지음 / 늘푸른봄 / 2023년 5월
평점 :
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었고 그만큼 챙겨봐야 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 번에 읽어내기에는 양이 많고, 곁에 두고 수시로 참조하며 도움을 받아야 할 책이었습니다. 성인도 입 안에 탈이 나면, 워낙 신경이 많이 모인 곳이라 다른 데 집중을 못 할 만큼 아픕니다. 하물며 6~12세 아동이야 말할 것도 없죠. 물론 치과나 이비인후과, 소아과에 가면 선생님들이 잘 돌봐 주시겠지만, 아이들은 역시 그 부모가 뭘 알고 곁에서 세심히 케어해 주는 게 또 다릅니다. 아이를 돌보려면 정성된 마음에 덧붙여 체계적인 지식도 중요하니 말입니다.
p86 이하를 보면 아이 양치시키는 방법이 일러스트와 함께 나옵니다. 치아가 처음 났을 때이므로 그림만 봐도 아주 어린 아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번째 그림에서 엄마는 아기와 눈을 맞추며 "자 이제 맘마 먹었으니 깨끗이 닦자"라고 말해 주라는 인스트럭션인데, 참 이런 그림 하나에도, 또 동작 하나에도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눈을 맞추는 동작에 진정성이 표현되고, 뭔가 처음에는 입 안에 싸한 느낌의 이상한 게 들어오니 아이가 당황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게 결국 나한테 좋은 거다, 이런 안심되는 느낌을 주는 게 결국 엄마의 저런 동작과, (아직 말은 정확히 못 알아듣겠지만)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기 입이 작아서 과연 어떤 칫솔을 쓰며 어떻게 닦아 줘야 효과가 날지 궁금했는데, 역시 다음 페이지에 상세한 설명과 그림이 나옵니다. 최소 20회 이상 칫솔질을 해 줘야 하며, 치약은 좁쌀 크기만큼 짜라고 하는군요(저는 제 양치질할 때 퍽퍽 짜서 하는데ㅋ). 아직 아기라서 잇몸이 안 난 부위도 있는데 여기도 잘 닦아 줘야 합니다. p94 이하에 불소 도포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불소는 물론 충치 예방에 아주 효과적인 물질이지만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과학적 설명도 이어집니다. 양치 시 아이가 입을 조금만 다물어도 칫솔은 (당연히) 옴짝달싹 못하는데, 생각해 보면 참 어려운 케어입니다. 저 뒤 p186 이하에 더 자세한 칫솔질 방법이 입 안 설명도와 함께 나옵니다.
이런 일은, 내 배 아파서 낳은 아기한테가 아니고는 아무도 대신해 주기 어렵다고 생각이 됩니다. 귀한 아이라서 보모가 대신 돌보거나, 반대로 시설에 위탁된, 어려운 형편의 아이라면 과연 이렇게 케어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에게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또 엄마한테서 이렇게 직접 양육을 받은 이들은 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운아인 줄 알고, 어머니한테 감사한 마음을 제발 좀 가져야 합니다. 사랑 담뿍 받고 큰 애들은 길에서 봐도 벌써 남 눈에 그 분위기와 생김새, 용모, 남들과 대화 할 때 쓰는 말씨와 행동거지부터가 다릅니다.
어제 제가 개인적으로 읽은 다른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오던데, "우리(=엄마)들은 육아에서 그 누구도 완벽하기 힘듭니다"라는 구절이 p136에 나오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게 저자님의 취지인 듯합니다. 또 19~31개월 아이들에게 입은 "감염의 창(window of infectivity)"라고 하네요. 이래서 어머니들이 이런 책을 보고, 어린 자녀들의 입 건강을 특별히, 특별히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생후 24개월이면 유치(乳齒)가 완성된다(p162)고 합니다. 幼齒가 아니라는 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말로 "젖니"죠. 만 6세까지 이 상태로 지내며, 이 중에는 영구치도 있는데 행여 손상이 안 가게 주의하라고 합니다. 충치가 아예 안 생기게 예방해야 아이한테 고통이 없으며 비용도 들지 않고, 워낙 이 관련 고통이 심하다 보니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가 제대로 아프면 성인한테도 고통인데 이 어린 아이한테 왜 트라우마가 안 생기겠습니까. 이 책에는 8단계로 표시된 그림이 수시로 나오는데 책 진도가 나감에 따라 진하게 강조되는 칸도 점점 오른쪽으로, 밑으로 밀려옵니다.
성인 여성 중에는 앞니가 너무 커서 고민이다, 앞니 사이가 벌어져서 걱정이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p274를 보면 아이 때에는 이게 정상이고, 서서히 다른 영구치가 나오면서 간격은 줄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를 미운오리새끼 단계(ugly duckling stage)라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손가락 빨기, 구호흡, 혀로 치아 밀기 등의 습관은 위턱이 튀어나오는 부정교합 문제가 생긴다고도 지적합니다. p282 이하에 턱 부정교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아마 자녀의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제법 있을 갓입니다. 일러스트가 많아서 이해가 아주 쉬울 것입니다.
p147 이하에는 특히 충치 예방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합니다. 충치원인균은 뮤탄스라고 부르는데 이게 당분도 먹고 치아를 부식시키니 당분 섭취 조절이 아주 중요하며 불소 도포도 무한정 당분 섭취 앞에 효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 아이를 낳기 전, 직후 임산부의 건강 역시 몹시 중요한데, 이 책은 앞부분에서 그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놓고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라야, 밝은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화가 깃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