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여 회계하자 - 왜, 회계를 알면 모든 업무가 쉬워질까
서은희 지음, 최기웅 감수 / 이비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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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상식은 이제 일반인들도 최소한의 소양을 갖춰야 할 만큼 필요한 지식입니다. 일반적인 회사 업무를 볼 때에도 회계를 모르면 일단 문서의 소화가 안 됩니다. 보고서 작성 시 그 내용 안에 각종 재무제표라든가 회계 정보를 녹여내지 못하면 그 보고서의 퀄리티라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외관, 아니 차라리 본질이자 뼈대인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이해 못 하면 그건 경제 문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문맹으로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존이 어렵습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회계지식을 가르쳐 주는 내용이라기보다, 공무원으로서 업무 중 특히 회계처리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가르쳐 줍니다. 한국은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험 공부에 열을 올리고,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공무원이 된 후에는 이제 실제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을 또 거쳐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분들이 읽으면 큰 도움을 받을 것 같고, 현직 공무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분들도 그런 분들이지만, 일반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로서 잦은 대관(對官) 사무, 즉 관공서를 자주 상대해야 할 분들의 경우, 주무관과 이야기가 더 잘 통하고 서로 시간 낭비가 없게 하려면 먼저 이 책을 읽고 필요한 부분만이라도 미리 공부를 해 놓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네요.  

p19에서 저자는 스스로 회계 마니아라고 밝힙니다만 그런 자신에게도 회계보다 중요한 게 예산이라고 합니다. 실제 공무원 교육 과정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고 합니다. 사실 이 대목은 새삼 숙연해지기도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모여 관공서에서 쓰는 예산이 형성되기 때문이죠. 물론 그 예산 중 절대적 비중은 국민, 주민의 효익을 위해 다시 쓰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공적 섹터가 꼭 아니라 해도, 회사는 물론, 우리 일반 시민들의 평범한 삶조차, 일일이 자기 예산의 제약을 받는다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예산의 제약이라는 게 있기에 우리는 계획을 짜서 규모있게 살림을 하고 합리적인 지출,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p43을 보면 긴 자리 숫자 읽는 법이 나오는데 사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저자께서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건, 일일이 뒤에서부터 일십백천만 하고 세어올라올 게 아니라, 쉼표가 있는 곳에서 즉시 백만! 십억! 조! 이렇게 나오게끔 평소부터 훈련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업무를 처리할 때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또 업무 상대방에게도 한눈에 척척 숫자를 읽는 모습이 더 믿음직하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비슷한 예로, 부동산 관련 일을 많이 해 본 사람은 제곱미터 수치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평수로 환산해 내는데 현장에서 얼마나 믿음을 주는지 모릅니다. 아 이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다 하고 말이죠. 

이 책 제목을 보고 윤정용 작가의 베스트셀러 <직장인이여 회계하라>가 떠오른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 책 작가님도 p47에서 그 얘기를 합니다. 사실 이 책은 건조하게 공무 관련 회계 지식만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의 공직 생활에 얽힌 소감이라든가 깨달음, 자기계발을 위한 팁 같은 게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 저자의 풍부한 독서 경력을 반영하듯 다양한 책들로부터의 인용구가 많이 수록되었습니다. 

예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세 가지인데, 특별회계와 기금은 여러 목적에 전용될 수 없고 처음에 정한 특정 목적에 한해서만 쓰여야 합니다. p81에 통계목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저 뒤 p199를 보면 "영어는 단어 공부, 회계는 통계목 공부"라는 내용도 나오네요. 예산과 회계에서 무슨무슨 비(費) 하는 다양한 항목들이 통계목입니다. 통계목은 그저 외우는 게 아니라, 이 항목 하나하나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걸 외우고 나면, 이제 장부나 계획서, 품의서를 보고 아 이건 통계목 중 어디에 해당하겠다 하는 생각이 척척 떠오르고, 그때서야 아 내가 회계 좀 하는구나 같은 성취감이 솟을 만합니다.   

p102를 보면 출장비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건 비단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한테도 두루 해당되는 내용인데, 출장비 회계처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시말서를 쓸 수도 있고 좋지 않은 평판이 퍼집니다. "증빙은 사소하지만 중요하고 디테일에 의미가 있다"는 말을 곱씹어 봐야 하겠습니다. 소모품/비소모품의 구분, 나아가 비용/자산의 구분 역시 중요한데 책에서는 이걸 "닭이 먼저냐 달걀이..."에 비유할 만큼 난제로 평가하죠. 비용/자산 구분도 회계학의 영원한 딜레마인데 한 번 쓴 비용이 그냥 일회성 지출에 그치면 그건 비용이고, 이후에 두고두고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건 자산입니다. 이게 회계를 공부 안 한 일반인에게는,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자체가 이해 안 되곤 합니다.  

이 책의 3장은 구체적인 사례가 많이 소개됩니다. 공무회계뿐 아니라 모든 회계 개념과 원리가, 전형적인 사례 문제를 풀어 보면 한 방에 정리되는 수가 많습니다. 쉬우면서도 업무 중에 많이 부딪히는 사례가 많아서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있을 경우 출장비가 0이 될 수 있다 같은 건 전형적인 공무원 회계 특화 사례입니다. 반면 법카로 결제할 걸 개인카드로 결제했을 시 대처요령 같은 건 일반 회사원들도 자기 사례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정도입니다. 자기 업무를 제대로, 확실히 이해하고 처리해 나가는 사람은 사무실에서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언제나 당당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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