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2 : 아제로스의 새로운 맛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식 요리책 2
첼시 먼로 카셀 지음, 최경남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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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게임이 WoW입니다. 저자들 중 첼시 먼로 카셀이란 분은 이 책 전에 <왕좌의 게임> 공식 요리책도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든 사람이라고 나오네요. 하긴 이 정도로 정성이 들어갔으니 테마가 GoT, WoW 혹은 그 무엇이든 대중의 환영을 받을 만합니다. 이 책을 보고 새삼 WoW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나올 수 있겠네요. 

와라버지라는 말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보니 와우+할아버지라고 나오네요. 하긴 제 주변에 와우 하는 유저들이 별로 없긴 했지만 이용자 연령대가 그 정도로 높을 줄은 몰랐습니다(농담입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2030도 와우 많이들 합니다. "사람이 이동하는 것보다 더 멀리 이동하는 게 바로 요리 레시피이다(p9)." 요리도 옷차림과 같아서 맛 자체보다 TPO에 맞는 활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정말로 사회의 최고 시니어들이 노인정에서 바둑, 장기가 아닌 와우로 소일할 만한 미래에는 이 책에 나온 레시피들이 색다른 의미를 지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축제를 버프하라(p12)." 버프라는 말은 아마도 게임 때문에 이제는 한국인들도 널리 씁니다만 (예: ooo 버프를 받아서 요즘 핫하다라든가) 이 속어는 원래 역사가 오래된 것입니다. 맛을 페어링한다! 맛과 맛을 페어링할 수도 있고, 맛과 상황, 혹은 맛과 맥락을 페어링하는 게 어쩌면 진짜 예술, 혹은 인문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의 특정 단계에서 나왔던 그 요리, 사실은 이렇게 만든다... 물론 작가의 너스레나 익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는 그 이상의 무엇, 즉 해당 컨텐츠에 대한 열정(enthusiasm)이 적어도 촉매로서 포함되었다고나 할지. 

위안의 국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고된 여정 중 잠시 쉬어가는 객잔에서 촌로가 지어 주는 한 그릇 죽이야말로 세상 시름을 다 잊게 하는 solace입니다. 아니, 설령, 남은 라면 스프 1포를 뜯어 대충 수돗물에 끓여 먹는다 해도(몸에 좋지 않습니다) 본인이 그리 느낀다면 부활의 넥타르입니다. p25를 보면 이 수프에 미소된장도 한 줌 들어간다는데 저쪽 사람들도 미소된장이라는 걸 안다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월계수 잎은 구하기 힘들 듯하지만 강황가루, 생강, 다진 마늘은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들은 가상(예: 고양이 눈곱 2큰술, 박쥐의 사타구니 비듬 1mg)의 소스, 절차가 아니라 우리들이 현실에서 구할 수 있는 원료들, 배합 가능한 방법에 의존합니다. 

p29에 보면 티굴과 폴로르의 딸기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나옵니다. 와우 유저들은 모를 수가 없겠는데 이게 만약 현실에서 먹는 디저트라면 이런 레시피이다... 아이스크림도 많은 경우 파인트 당 1/6핀치(꼬집이라고 번역했네요)의 소금을 넣습니다만 이 페이지에 나온 조리법을 보면 재료들 자체는 평범합니다. 다만 배합, 숙성 방법이 꽤 복잡합니다. 정말 이렇게 따라해 보면 Emmithue Smails가 판매하는 그 맛이 나올까요? 두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딸기와 바나나입니다. 

참 이 책을 보면 작가의 너스레가 대단한데... p157을 보면 다크문 축제에서 저자가 Sylannia에게 대접 받은 게 퐁당주였으며 기억을 더듬어(!) 이 레시피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p29에 나왔던 그 아이스크림도 여기에 부분 재료로 활용된다고 하네요. 여기서 사르사파릴라(sarsaparilla)는 꽃이나 재료 이름이 아니라(그렇기도 하지만) 루트비어 브랜드입니다. 루트비어에 아이스크림을 타먹는다니 맛이 대략 상상이 됩니다.  

스틱형 추수절 빵은 저도 친구가 이 게임할 때 옆에서 봤습니다. 이 책에도 나왔을까 싶었는데 있더군요. 그 정도 유명한 아이템이라면 공식 쿡북 1권에 벌써 포함되었을 만한데 나중에 1권에는 어떻게 나왔는지 한번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아무튼 p61에 나온 방법은 디테일이 대단한데, 와우 유저가 아니라 해도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좀 들었습니다. 

어떤 종류든 간에 닭강정을 실제로 만들어 본 적 있을까요? 예의 그 다크문 축제에는 꼬치에 꿰어 들고 다니며 먹는 닭강정이 인기라고 합니다. "숟가락 끝부분에 거품이 생기면 충분히 뜨거워진 것이다(p151)." 닭강정 아니라 제가 그냥 혼자서 막 만들어먹는 근본 없는 요리도 이런 식으로 팬 온도를 대충 가늠합니다. 온도계를 들이대며 175℃를 측정하기보다. 완성 후 그냥 먹어도 될텐데 저자는 다크문 분위기를 내려면 꼬치에 꿰라고 합니다. 하긴 장맛보다는 뚝배기...는 아니고 같은 음식이라도 역시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이미 마음은 아제로스의 장터 한복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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