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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
이지나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5월
평점 :
인간은 누구나 낯선 곳을 방문하고 체험하며 한 뼘의 키가 자랍니다. 그래서 나만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어디든 타지, 이국, 이방을 다녀 보는 일은 무엇이 되었든 유익합니다. 어린이도 어려서부터 다양한 감성 체험을 시키고 견문을 넓혀 주려면 엄마 아빠가 함께 여행을 다녀 주면 좋을 텐데, 뭐 꼭 그런 교육적 목적이 아니라 해도 어차피 여행 좋아하는 분들은 (아기가 있다면) 어린 아기와 동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의 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해도 아이와 함께 차를 탈 때는 엄마 아빠가 안고 타는 것보다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p35)." 사실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데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무시합니다. 아무리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강해도 사람인 이상 그 자세로 오래 버틸 수가 없는 데다, 만에 하나라도 돌발 상황시 매우 위험해집니다. 가격이 부담될 수 있겠으나 어차피 아이의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이므로 이런 걸 아끼면 좀 그렇죠.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무수히 많은 생의 방식을 배워 간다는 의미다." 저는 책에 나오는 이 말이 참 좋았습니다. 그 구체적인 뜻은 저 문장 뒤에 나오는데, 전에는 어른 눈높이에 맞춰 당연하게들 쓰던 것을, 이제 아이까지 대동하다 보니 그 시설의 불편함, 불합리함, 이기적인 특징 같은 게 그대로 눈에 보이더라는 거죠. 아이는 세월이 지나면 어른으로 장성하지만, 만약에 장애인이라면 어떻겠습니까?(책에 이 말이 그대로 나옵니다) 아이를 키워 봐야 아이의 시선에서 다시 세상을 보게 되고, 나와 다른 처지의 시민들에 대해서도 비로소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부모가 못 되어 본) 어떤 어른들은 이런 인식까지 못 이르러 본 사람이 태반일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님들께서도 우리를 낳고 키우시면서 아직 젊은 나이에 이런 단계를 다 거치셨겠다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나기도 하네요.
저자께서는 이미 전작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로 성공적인 반응을 얻은 작가입니다. 이 책 p70에 그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본업은 디자이너이며 남편분은 음악가입니다. 같은 페이지에 보면 "자기들 좋자고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주변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 독후감 앞부분에서도 제가 말했지만 이 부분이 사실 미묘한 데가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다 틀리다 쉽게 재단하기 힘들다는 거죠. 다만, 요령이 늘고 상황마다 아이를 잘 케어할 수만 있으면 저는 참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이유는 앞에서 말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참 좋은 환경입니다. 꼭 비싼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방송이나 각종 매체에서 실어 보내는 영어 컨텐츠에 사람들의 귀와 눈이 노출될 기회가 아주 많기 때문이죠. 이걸 활용 못 하는 건 사실 본인이 게을러서이고, 아이들은 어려서 체험하는 걸 스폰지처럼 잘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른이 잘만 이끌어 주면 얼마든지 능력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p96에 보면 엄마인 저자가 아기(이름은 얼이)와 함께 영화 <그린북>을 본 얘기가 나옵니다(물론 본지는 그게 아니라 소수자를 배려하자는 쪽이지만). p82를 보면 저자가 전에 공부했던 스페인어를, 여행을 다니면서 실전에서 겪고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p173을 보면 역시 남편분께서 음악 전공자이므로 이탈리아어를 잘 이해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요즘은 쿠바 여행 다녀 오는 분들이 참 많은데 아주 예전부터 사실 특급 여행지였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로부터 하바나까지의 거리가, 울산에서 제주도까지의 물리적 거리와 비슷할 만큼 가까운 데다, 기후 조건과 천혜의 풍경 덕분에 마피아들이 세워 놓은 유흥 시설이 그들에게 꿀단지 노릇을 했었죠(그러다가 공산 혁명이...). 쿠바는 관광객 화폐와 내국 통용 화폐 둘을 분리해 운용한 적도 있는데 그무렵에 가셨나 봅니다. 책에도 나오듯 이 정책은 2021년에 폐지되었고 사실 중남미에는 이처럼 같은 통화가 이중삼중의 벽을 치고 혼란스럽게 유통되는 예가 적지 않은데 참 막장이죠. 얼이에게뿐 아니라 누구한테도 쿠바는 사실 (좀 덥다 뿐)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입니다. 세상에는 온갖 혜택을 다 받고도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그 호조건을 제대로 못 발휘 못하는 땅들이 있죠.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려면 우리 어른들부터가 더 성숙하고 사려 깊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