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에세이
이경창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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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봐도 벌써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미성년자, 청소년이라고 하면 으레 어른보다 생각이 부족하거나 두루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겠거니 짐작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감성은 어른보다 더 섬세하고, 그들의 아직 때 타지 않은 마음씀은 어른들이 미처 가늠치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지점까지 미쳐 배려하고 어루만집니다. 그래서 시인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그의 시 <My Heart Leaps Up>에서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는 영화 하나를 봐도 느끼고 받아들이고 감수성이 공명하는 정도가 어른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시간여행 영화치고는 좀 슬픈 분위기인 <어바웃 타임>을 보고 이경창 저자는 "이것은 능력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해석합니다. 사실 시간여행 같은 거창한 것뿐 아니라 모든 크고작은 능력, 작게는 숨 쉬고 걸어다니고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하나하나가 축복입니다. 그 능력을 나쁜 의도로 쓰고 불순한 마음을 품는 순간 능력은 능력이 아니라 저주가 됩니다. 저자는 참으로 속 깊은 말을 합니다. "그저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어른들도 바로 나오기 힘든, 뜻 깊은 다짐이자 고백입니다.   

제가 아는 몇몇 하이틴들은 명품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어린데 왜 명품에 관심을 갖지?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이었습니다. 그(그녀)가 명품에 관심을 갖든, 사치를 하든 그건 당사자의 취향이요 결정일 뿐이지 남이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겉꾸밈에 가장 민감한 나이가 본래 그 나이대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예를 들어 p41 같은 곳에서 인o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온갖 허세와 가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이들을 비판합니다. 나이도 어린 분이, 삼촌 이모뻘 어른들이 한참 몰입했던 싸oo드에 대해서도 압니다. "가상의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진짜 나 자신을 찾아 보자." 얼마나 어른스러운 말입니까. 자기 취향 개성 확실한 10대도 물론 멋있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말을 하는 10대는 고맙기까지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그럴 만한 역량이 되건 안 되건 내 판단, 내 지각(知覺), 내 센스가 최고이며 다른 사람들 의견이 다르면 그건 그들이 틀린 탓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고교 입시를 준비하며 평생 처음으로 밤을 새워 공부를 해 봤다고 합니다(그러니 몇 년 전이겠죠). 내 자신이 이런 고생도 이겨 내고 뭔가를 해냈는데, 이 정도면 나 자신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p82). 이런 말을 합니다, 얼마나 기특합니까. 그 정도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최소한의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겸손의 표현이죠. 

요즘은 대체 뭘 믿고 나대는지 모를, 주제 파악이 안 된 얼치기 무자격자 사기꾼들이, 그 자격 없음과 무능에 비례해서 더 설쳐댑니다. 그저 목소리만 큰 사람, 남한테 주목만 받고 싶은 인격미숙자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습니다. 자신감 있게 사는 것도 좋지만, 과연 자신이 남한테 민폐는 안 끼칠 정도로 최소한의 자격이나 갖춘 후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지, 저자분 말씀처럼 자신을 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고2때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p143). 세상은 다 내가 잘나서 사는 것만 같아도, 보이게 안 보이게 이웃들의 도움이 있어야, 사소한 일이라도 지장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스페인 현지에서, 어린 학생들이 여행 왔다고 아마 많은 분들이 배려를 했나 봅니다. 우리도 외국인 청년,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남의 호의를 그저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그 안에서 인생의 가르침을 이끌어내는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가 참 좋습니다. 여행을 참 좋아하는지 뒤 p182 이하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에는 한때 물의를 빚었던 어느 유명인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읽으면서 제가 다 낯이 뜨거워졌는데 그런 방송사고를 내보낸 방송국 또한 문제입니다. 그건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작업이죠. 저도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만 적어도 저는 제가 못 해 본 일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경솔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나 하지 말라는 법도 없죠.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미안하고 고마웠던 대목은 저자께서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화생방 훈련 같은 힘든 경험을 털어놓는 파트였습니다. 그들이 일촉즉발의 전선에서 총을 들고 큰 수고를 해 주고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저자님의 책을 읽고 선한 영향력 잘 받아가는 고마운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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