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 0에서 1을 만드는 생각의 탄생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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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이후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입니다. 이들이 새로운 미국 사회 주류로 자리잡았기에 정치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고, 다른 나라에서 좀처럼 따라하지 못할 참신한 발상과 세상을 보는 남다른 눈으로 혁신 경제를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이들의 말과 행적을 주의하여 살피면, 평소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보일지, 신선한 영감이 새로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리텍콘텐츠에서 몇 년 전부터 펴오던 포맷대로 아포리즘을 엄선하여 원어, 한국어 번역을 함께 실었고 이번에도 인문학자 김태현씨의 작품입니다. 여러 번 언급했었지만 영어(경우에 따라 다른 외국어)가 함께 실렸기 때문에 어학 공부에 좋은 교재로 쓸 수도 있고, 일단 책에 실린 말들이 모두 귀한 지혜를 담았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고 힐링효과가 있습니다. 또 책이 (언제나처럼) 이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책장에 꽂아 놓거나 들고 다니거나 뭔가 보기에 좋습니다. 최근에 나온 아포리즘 시리즈보다 판형이 좀 커졌는데 이 부분은 찬반이 좀 갈릴 듯합니다. 

책에 실린 명언을 발화한 위인들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 쟁쟁한 25명의 거인들입니다. 또 명언의 개수는 1010번까지 일련번호가 매겨졌고 길이는 꼭 일정하지는 않으나 아포리즘이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 독자들이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중간에 책을 펼쳤거나 했을 때 아 지금 내가 읽는 게 누구의 말이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하단에 장 제목이 찍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쉬운 독자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책 맨앞의 목차로 가면 페이지 수를 확인하며 발화자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명언에 번호가 매겨진 점은 어떤 식으로든 독자가 나중에 재활용할 때 편리합니다.    

"잃을 게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젊었을 때를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잡스뿐 아니라 누구라도 젊었을 땐 잃을 게 없습니다. 설령 금수저라 해도 뭘 잃는다면 그건 부모의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므로 이 점에서는 공평합니다. 이 "잃을 게 없었음"을 바탕으로 잡스는 직접적으로 네 꼭지의 명언(이 책 기준)을 빚었고, 어쩌면 이 책 제1장의 모든 그의 명언이 결국 그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들이여,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 혹 얻는 게 있다면 그건 온전히 그대의 것이 된다."   

p49에 보면 세르게이 브린(3장의 주인공)이 잡스(1장의 주인공)와 직접 만났을 때를 기억하며 한 말이 나와서 흥미롭습니다. 아포리즘 번호는 0116인데, 잡스는 브린과 그의 동료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하긴 우리들은 때때로 지나치게 의욕만 앞서서 한 번의 기회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고 일을 다 망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잡스의 저 말, 한 번에 하나씩만 하라는 게 젊은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충고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그에 대한 세르게이 브린의 반응입니다. "그(=잡스)는 한 번에 한두 개의 일을 하는 데 적성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고 여러 개의 일을 해치우는 걸 잘했다." 이것도 멋진 말이지요. 이렇게 하는 사람은 이렇게 하고, 이미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저게 맞다고 확신이 선 사람이라면 대선배, 우상, 상사, 롤모델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자기의 다른 길을 또 자신있게 가는 겁니다. 잡스 스스로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잃을 게 없으니 그냥 해 보는 거다."  

7장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Zack Dorcey)의 아포리즘입니다. "창업자는, 직업이라기보다 역할이나 태도입니다.(p117)" 아포리즘 번호는 0329인데, 이 말의 본지는 창업이 하나의 일, 하나의 과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늘도 창업 내일도 창업 하는 식으로, 창업자 본인에겐 매일같이 마주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건 말그대로 여러 개의 기업을 계속 창업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안 믿어지지만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창업한 기업이 한번 창업했다고 알아서 굴러가는 게 아니므로 "끊임없이 창업한다는 각오와 자세로" 이미 창업한 기업을 혁신하고 또 혁신하는 걸 가리킵니다. 이걸 원어로는 something that can happen again and again and again이라고 말하네요. 잭 도시가 무슨 영어에 서투르기라도 해서 초등학생처럼 again만 계속 되풀이하는 게 아닐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모르는 이들도 있는데 커리어 중심의 소셜미디어라면 링크드인이 해외에서는 유명합니다(링크트인이 현지 발음에 맞겠지만 여튼). 우리는 익명소통이나 일반 직원 중심 커뮤가 발달하는 경향이라서 재직회사 이름만 노출되는 블라인드 같은 게 인기지만 외국은 경향이 다르긴 하죠. 이 링크드인 창업자가 리드 호프먼인데 Reid Hoffman이라고 쓰네요. 이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그저 유명인의 명언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매 장 앞마다 위인의 삶을 요약하고 아포리즘 안에 새겨진 그의 정신이나 원칙 같은 걸 저자 김태현씨가 요약하고 분석하는 페이지가 꼭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깊이가 있고 정보가 되는 대목입니다. 

"삶의 의미를 만드는 건 사람들이다(What makes the meaning of life is people)." 그러니 아무리 참신하고 혁신적인 발상을 한 천재, 혁신가라고 해도 이를 현실로 만들어 주는 건 그 주변의 사람들, 공동체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CEO들이 이런 말을 하니 그 말이 신뢰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포리즘 앞에 마음이 겸손해지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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