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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션 - 발명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다!
바츨라프 스밀 지음, 조남욱 옮김 / 처음북스 / 2023년 5월
평점 :
발명은 우리 인류가 문명 생활을 누리고 그 수준을 높이며 보다 편하고 부유하게 사는 데에 꼭 필요한, 혁신 경제 활동의 일환입니다. 발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 원시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대단히 가난하고, 불편한 삶만을 영위했을 것입니다. 영국에서 18세기에 가장 이르게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도, 일찍부터 발명가가 자신의 업적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받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특허 제도를 정비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한국에서 발명에 전념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생업으로 이를 영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발명에 대한 별의별 희한한 이야기가 다 나옵니다. 예를 들어 p20에는 관(coffin. burial case)에 사다리를 달아서 혹시 매장자가 의식이 회복되었을 경우를 대비한다거나, 사람 얼굴에 보조개를 만들어 주는 장치 같은 게 언급됩니다. 빌 게이츠가 사랑했다는 이 책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이런 발명들을 두고 실용성이 의심되는 경우라고 말하지만, 독자로서 저는 그렇게 생각되지도 않았습니다. 우선 앞의 사다리 관 같은 것은, 그게 정말로 망자의 부활(?)을 대비했다기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혹시 죽은 이가 가족들에게 돌아왔으면 하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죠. 화장품이나 가벼운 성형 시술도 물리적으로 확실한 효과가 나서라기보다 사용하는 이의 심리적 안정, 만족감 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듯이 말입니다. 특허가 난 발명이라면 적어도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뭐라도 효용이 있어서 고안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p28에는 퇴출된 발명의 예도 나옵니다. 유연(有鉛) 휘발유는 "내연 기관의 부드러운 운행"을 위해 발명되었으나, 인체에 해롭다는 게 알려지면서 퇴출되었다고 책에 서술됩니다. 유연이라는 말 뜻이 납을 함유했다는 건데, 납이 사람 몸에 얼마나 해롭겠습니까. 단순히 가솔린이 배출하는 매연만으로도 악영향이 심각한데, 그 안에 납까지 들어 있었다니... 사실 지금은 탄소연료로 작동하는 모든 자동차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할 가솔린 자동차 자체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는 건, 발명의 시대적 의의라는 게 생각외로 무상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p33에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CEO의 핸드폰이라고까지 불렸던 블루베리가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도 나옵니다.
우리는 보통 자동차의 발명자를 다임러와 벤츠만으로 알고 있지만 자동차가 오늘날과 같은 꼴을 갖추기까지는 그들 외에 많은 발명가, 혁신가들의 기여와 품이 들었습니다. 요즘도 강가나 바다 같은 휴양지에서 작은 모터보트 시동을 처음 걸려면 손으로 막 잡아당기는 장치를 쓰기도 하는데 이걸 리코일 스타터라고 합니다. 그만큼 모든 vehicle은 초기 시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큰 관건인데 p50에는 찰스 케터링이라는 사람이 만든, 손으로 크랭킹하는 방식을 개선한 최초 전기 스타터를 만들었다고 나옵니다. 차 시동 걸 때 마치 소형 모터보트처럼 손으로 운전자가 어떤 두껍게 감긴 코드를 막 잡아당겼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발명이란 이처럼 인간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주는 것입니다.
이 책 2장은 그 대부분이, 20세기 초 가솔린 자동차가 어떻게 안티노킹 이슈를 해결했는지에 할당됩니다.엔진 노킹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엔진을 얼마 쓰지 못하고 결국 자동차 값을 엄청 높이게 됩니다. 앞에 나왔던 찰스 케터링은 억지로 유연첨가제(TEL)를 에틸 가스라고 우겼다는 서술도 이 책에 나오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초기 자동차는 대중성과 실용성을 높여야만 했겠습니다. 물론 유연 배기물이 사람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이처럼이나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데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초기에 인체에 해로운 TEL을 써서라도 대중에게 자동차 소유의 장벽을 낮춘 것도 발명가이며, 마침내 납 성분을 퇴출한 것도 발명가들과 엔지니어들의 기여입니다.
생전에 리콴유 싱가포르 수상은 "인류 최고의 발명은 바로 에어컨"이란 말을 남긴 적 있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조건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합니다만 에어컨이 큰 하자 없는 완결된 발명품에 이르기까지도 사실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지구온난화 이슈, 냉매로써 프레온 가스의 대체 등이 큰 문제로 대두했고, p109에도 나오듯 문제의 CFC를 완전히 몰아낼 천연냉매가 언제나 등장할지에 대해서도 발명가들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비행기가 지금처럼 실용화되기 전까지는 독일에서 만든 비행선이 미래의 교통 수단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우리도 영화나 다큐에서 간혹 보듯이 통통하고 귀여운 외관을 한 탈것이었죠. 안전성 면에서 낫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고 비행선에 보다 특화한 화물 운송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비행선은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발명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마치 호화 여객선처럼 새로운 교통 수단으로 다시 등장할 비행선을 기대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 외에도 핵융합을 통한 청정에너지 등 반드시 근미래에 이뤄졌으면 하는 발명 여럿을 설명합니다. 전기차 안전에 필수인 전고체 배터리 같은 것도 하루빨리 나와야 운전자들이 "결코 꺼지지 않는 화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겠고, 이 모든 가능한 미래의 성과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발명가들의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