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스톤 매혹의 컬러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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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보석은 그 자체로 어떤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를 착용, 보관, 감상, 세공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의 소중한 매개로 삼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보석을 연구하다 보면 사람의 심리와 본성까지도 짐작하게 되는 부수적 효과가 생깁니다. 저자 윤성원 대표님의 이 책을 보면, 간혹 속물적 취향으로만 여기기 쉬웠던 보석의 외양과 실질에 이처럼 큰 인문학적 의의가 담겼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혹 보석류를 선물할 일이 생긴다면, 이 책을 읽고 참조할 바가 많을 듯합니다.    

이 책의 본문은 모두 열 파트로 나뉘었는데 흰색, 붉은색, 핑크색, 오렌지... 보라, 멀티컬러 등 색채에 맞춰 장이 나뉘었습니다. 또 책 옆면에도 컬러별로 인덱스가 찍혔기에 색깔만 보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책 두께도 제밥 두꺼운데 폰트도 큰 편이 아니라서, 컬러 도판이 이렇게 많은데 읽고 챙겨야 할 내용까지 많습니다. 보석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다이아몬드는 보석 중에 가장 강한 모스 경도를 지닌다고 합니다. 유명한 첩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데 괜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구절이 있는 게 아닙니다(p37). 중국과 더불어 인도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이런 귀금속류도 고대 일찍부터 발견되어 거래되었습니다. 흔히들 19세기말부터 남아공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되어 귀금속으로 대중화했다고 하지만, 이 책에도 나오듯이 보석으로 평가받고 거래된 건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책에는 다이아몬드에 대해 권위 있는 지식이 수록되었고 보관시에도 특히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자세히 안내됩니다.  

세종대왕께서 지은 <월인천강지곡>의 한 구절은 외로운 달 하나가 천 개의 강을 비춘다고 노래하며 저자께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라고 합니다(p65). 이 뜻은 훌륭한 임금의 선량한 정치가 행해지면, 그 은덕이 나라 곳곳에 끼쳐진다는 의미이지만 모든 빼어난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표현 그 자체로 기막힌 효과를 풍깁니다. 책 p65 이하에 소개되는 보석은 문스톤(월장석)인데 얘도 다이아몬드처럼 흰색과입니다. 윌키 콜린스가 지은 유명한 미스테리물 제목도 여기서 따왔습니다.   

루비도 한국인들이 무척 좋아라하는 보석입니다. 저는 특히 이 파트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여태 제가 읽은 다른 보석 관련 서적보다 훨씬 많고 내용면에서도 새로운 사항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권위 있고 공신력 충분한 근거와 설명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마음 놓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미얀마라는 나라가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굉장히 넓고, 이 책에도 나오듯이 루비(를 비롯한 여러 천연자원)가 풍부한 까닭에 예전부터 서양 여러 국가들이 주목한 땅이긴 합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에서 광맥이 슬슬 고갈상을 보인 후에는 동아프리카가 새로 주목받는 상황인데 이 역시도 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였습니다. 

1장에서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설명되었지만 4장 옐로 파트를 여는 아이템은 옐로 다이아몬드입니다. 이 부분은 특히 저자 개인의 경험담(여행 체험)이 서술되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갠지스(강게스)강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본 그날의 체험은 잊을 수가 없었다(p183)." 저자는 이 보석의 색상인 메이골드, 화가 고흐의 해바라기, 떠오르는 태양의 색 등을 모두 연관하며 마침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온 배우 오드리 헵번(고라이틀리 배역)까지 언급합니다. 비록 역은 한심한 인생이었지만 태생이 거귀한 덕에 뭘 연기해도 귀족처럼 빛이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 게 옐로 다이아몬드였죠. 

에메랄드 역시 그를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탐욕을 불태운, "그린 아이스"라는 별명을 가진 보석입니다. 나폴레옹은 비록 작은 섬 코르시카의 귀족 가문 태생이었다고 하나 대륙의 귀족, 왕족에 대면 아주 한미한 출신이었습니다. 개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혁명이라는 코인 바람에 올라탔지만 속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명분을 지킬 생각이 과연 있었을지 의문이 들죠. 여튼 부르봉 왕조도 내심 어려워했던 합스부르크 황실에서 새로 배우자를 맞아들였으나 나이, 외모, 품격 등 모든 면에서 미스매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위엄을 과시할 때 이 에메랄드 세트를 선사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어떻게 광물에서 이처럼 생기가 솟을 수 있을까!(p213)"라며 감탄합니다. 머리만큼은 천재였던 그였기에 천재 특유의 활어처럼 날뛰는 생기를 지닌 보석을 좋아했지 싶습니다. 

곧 새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도 하지만 푸른 바다를 상징하는 보석이 아콰마린이며 책에는 "인어의 물빛 보석"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일삼았던 로마노프 황실의 나라였으나 케렌스키, 레닌 등 혁명가에 의해 순식간에 수백 년 제정이 무너지고 마지막 황제와 그 가족들은 1917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니콜라이 2세의 황후가 알렉산드라였는데 이 둘의 비극적인 최후를 다룬 영화도 있습니다. 저자는 직접 런던에서 만났던, 알렉산드라의 저 아콰마린 브로치애 대해 이 책 p171, 또 전작 <세계를 움직인 돌>에서 재미있는 경험담을 털어놓습니다. 저도 그 전작을 읽은 독자입니다.     

블루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p293에 나오듯 파스텔블루의 대표격 보석이 바로 터키석이겠습니다. 어제 터키(=튀르키예)에서 대통령 선거도 있었는데, 주인이 여러 번 바뀌기는 하였으나 아나톨리아 반도는 지중해와 아시아, 유럽의 관문이어서 사연도 많고 땅이 넓은 만큼 자원도 제법 다양합니다. 그런데 정작 터키석은 책에도 나오지만 17세기 프랑스가 강성한 오스만 제국의 비위를 맞추던 시절 커피 끽다 등 선진 풍습과 함께 짐짓 터키풍이라며 과장해 들여온 수입 사치 품목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투르크가 유럽의 병자로 전락하자 이름도 잘못 붙었던 터키석은 이제 권위가 아닌 약간의 불명예 뉘앙스를 이름에 달게 되었지만 보석 자체는 그 고유의 매력이 자리잡힌 상태였죠. 고기에 마블링이 있듯 터키석에는 매트릭스가 있는데 개성은 개성이지만 지나치면 보석 가치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멀티컬라 보석 중 대표격이 알렉산드라이트라고 하는데 저자께서 보석학계의 MIT라 할 수 있는 뉴욕 GIA를 다닐 때 특히 관심가졌던 게 이 보석이라고 하네요. 보석계의 지킬과 하이드라고도 별명이 붙은 이 보석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색이 변하기에 더욱 고유의 가치를 더합니다. 설명도 충실하고 찾기 편하게 편집되었으며 도판도 많아서 책 자체가 보석처럼 매력적이었고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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