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도넛문고 3
민경혜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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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은 혼자서 지낼 수가 없습니다. 누구건 타인에게 기댈 어깨(p53)가 필요하고, 또 누구든 간에 그를 지켜 줄(p25, p133) 다른 사람이 필요합니다. 소설 제목을 저는 그렇게 새기고 싶네요.  

처음에 책 소개글을 읽고 주인공(구태여 꼽자면)이 백단아라고 생각했는데 읽어 보니 그렇게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중반 이후로 갈수록 김재하의 비중이 커지고, 김재하를 수제자로 삼은, 사실상 아버지나 마찬가지인 수호태권도(p64) 최 관장도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백단아와 김재하는 어려서부터 친한 사이였는데 그저 친구이기만 한 게 아니라 (위에 썼듯이) 서로가 서로를 지켜 주는 사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소 초자연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귀신 들린(p42) 듯 이상한 꿈을 꾸는 단아가 꿈에서 뭘 보면 재하가 현실(p81)에서 실제로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누군기가 있다거나 하면 말이죠.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꼭 슈퍼히어로의 힘 같은 걸 필요로 하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나이는 어리지만 재하는 최 관장한테 태권도도 잘 배웠다고 하니.  

음... 백단아나 김재하나 둘 다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인데, 후자는 그 친어머니가 남편(즉 아빠죠)에게 구타당해 죽는 걸 직접 본 끔찍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아빠는 감옥에서 복역 중입니다. 백단아는 김재하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상류층 가정 출신이지만 폭력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는 아빠에 비해 학력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무식한 년"이라는 욕을 맨날 듣고 무시를 당합니다. 소설 속에 구체적인 묘사는 없으나 딸인 단아 역시 아빠로부터 언어 폭력을 상시 당하는 걸로 짐작됩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아빠가 딸바보인 척 위선적인 연극을 하니 더 역겹겠고 상처도 깊어지겠죠. 두 아이 엄마들 모두 술을 달고 사는데(살았었는데) 남편들로부터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서입니다. 

할아버지 대(代)부터 법률가 집안이고 아빠는 현직 검사이며 엄마는 엄청 미인이다...  이런 세팅들이 소설 속에서 딱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구체적이니, 작가님이 아마 특정한 누구를 주변에서 보고 모델로 삼은 게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백단아가 김재하한테 수호천사 노릇을 하지만 항상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 듯 보입니다. 예를 들어 p69에서 단아는 재하에게 "난 네가 그 사람 용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커칭을 실천에 옮겨 p148 이하에서 재하는 아빠를 면회하러 갑니다. 그리고 용서해 줄 것을 애원하는 아빠에게 의절의 취지로 잘라 말합니다. 물론 그런 반응은 현실에서라면 당연합니다. 자식과 아내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해놓고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겠습니까? 전 이런 사람한테는 사형이 즉시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용서를 하는 것도 부자연스럽지만, 소설의 진행을 과연 단죄와 증오로 치닫게 해야 하는지, 어린 청소년의 마음에 영원한 원한을 이렇게 새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로서 강력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그처럼이나 단정적인 유죄 선고문(길기도 하더군요)을 낭독하고 나와서 과연 자신에게 좋은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일을 나중에 새기면 새길수록 자신의 마음은 더 지옥이 되지 않을까요? 백단아는 물론 자신의 아버지도 질이 나쁜 사람이기에 친구 재하한테 이런 걸 충고랍시고 하는 거지만, 이런 식으로는 자신의 상처도 더 키우는 결과만 낳지 않을까요? 이들이 청소년이기에 저는 읽으면서 마음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싸구려 용서를 권하는 건 아닙니다. 

단아가 꿈에서 만난 소녀는 결국 같은 동네 살던 치매 할머니였다는 건데... 이 단아에게 폭력아빠 검사님이 한 짓을 동백 할머니에겐 한국전 때 미군이 저질렀다는 뜻 같습니다. 상처는 물론 치유되어야 하겠으나 그 방법이 이런 샤머니즘(?)이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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