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 권지안 에세이
권지안(솔비) 지음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미출간


저자 권지안은 대중이 "솔비"라는 예명으로 알고 있는 가수이자 화가입니다. 이 책은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려고 애썼던 시간의 기록(p13)"이라고 저자가 스스로 밝힙니다. 확실히, 열성 팬이 아닌 무심한 대중의 시선으로 보더라도, 그녀는 이런저런 다양한 과제에 참 자주 도전하며 매번 일정한 성취까지 이뤄내는 매력적인 공인인 듯합니다. 같은 페이지에서 그녀는 예술을 정의하길 "공감 공유 공헌"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때로 이해 불가인) 현대미술의 본질을 그 나름대로 잘 짚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술 창작뿐 아니라 이를 매개로 그녀는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었다는데 남 보여주기 식인 봉사는 그 봉사를 받는 입장은 좀처럼 고려하지 않는 특징이 있죠. 그러나 저자는 p29에서 "첫 방문 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고 밝히는데 이런 솔직한 반응이 다 그녀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내 자신이 뭔가 나를 향해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면 그 좋은 기운이 계속 이어지질 않습니다. 저자는 어떤 경우든 나 자신에게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이분이 성공적으로 첫 전시회를 마쳤을 때 제 기억으로도 뉴스에 보도가 많이 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의 생각 없는 악플뿐 아니라 미술계의 많은 인사들도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내었습니다. 저자는 공연히 남의 눈치를 보느라 망설이고 뒤로 뺄 게 아니라 일단 저질러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의 경우 "저지르기" 전에 이미 많은 준비가 되었던 분 같으며 다만 그 준비라는 게 제도권에서 이뤄진 게 아닐 뿐이겠습니다(이를테면 p60이하에 나오는 <공상> 창작 과정). 저지르기만 한다고 누구나 이렇게 성공하는 건 아니겠죠. 

"스스로 경계를 만들고 기준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p71)." 연예인, 공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도 소셜 미디어에 요즘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또 집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통상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감정을 소모하며 때로는 관계의 파탄이 일어나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그렇다고 인스타나 페북을 아예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니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정 선에서만 사이버 소통을 하게끔 스스로가 어떤 선을 만들고 이를 지켜야 하겠네요.  

"한 곡의 음악에는 그때 그시절의 내가 담겨 있다(p77)." 저자는 데뷔 무렵 많은 방송에 출연했는데 SBS R 남궁연씨 프로그램에 나와 그 달변가 앞에서 기 안 죽고 당당히 자기 말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아니네"라며 고개를 흔들던 진행자 모습이 떠오르네요. 매 순간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야 과거 어느 시점이든 자랑스럽게, 자신의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회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분이 부업이나 어떤 컨셉으로 예술을 하시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담뿍 담아서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므로 책 곳곳에는 그런 창작의 고통이 피력되고, 또 대중 상대로 하는 일이다 보니 반응에 상처를 크게 받기도 하는 듯합니다. 특히 p94 이하 같은 곳을 보면 문제가 때로 심각해지는 것 같아 독자 입장에서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서 "그래도 다 이게 창작 과정에서의 고통이려니 여기시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시길" 같은 한가한 덕담을 하기가 망설여지네요. 

"클래스. 하이클래스(p108)." 다분히 속물적으로 들리기도 하면서 역시 예술가에게는 또 영원한 과제 같은 걸 던지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이 키워드가 영감처럼 다가온 건 로마 여행에서였다고 합니다. 역시 여행이란 그저 외적인 자극이나 체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소를 옮겨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되는 근본의 재구성 과정입니다. 하이퍼리즘 레드, 블루 등 연작을 만들며 저자는 인간의 본질, 가치에 대해서까지 보다 성숙한 통찰을 하게 됩니다(p113).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으면서 비로소 시작된 것(p137)"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신은 사랑을 모르겠다고도 합니다(같은 페이지). <하이퍼리즘 바이올렛> 작업을 마치고 그녀가 찾은 곳은 파리였는데 사실 그녀는 본래 k-pop 가수였으니 이 파리지앵들과 더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었겠습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여러 작품들이 컬러로 실려 있어서, 그녀가 여러 감정(예: 허무함. p186)을 토로할 때 그게 어떤 색깔인지 조금이나마 독자가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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