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그리고 리더십 - 개인과 조직을 이끄는 균형의 힘
김윤태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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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윤태 대표는 이 책에서 조선 시대의 여러 왕들을 살펴 보고 그들의 리더십이 무엇일지를 분석합니다. 조선은 당시 그 생명력을 다해가던 고려 왕조를 대신하여 들어선, 그 나름 시대정신을 집약하여 탄생한 혁신 체제였기 때문에 그 군주들의 풍모와 비전에도 범상치 않은 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겠습니다. 

태조 이성계에 대해 저자는 "대업을 이뤘으나 불행했던 왕"으로 규정합니다. 저자는 그가 인정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그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숨죽이던" 고려 잔존 세력들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강한 세자(후계자)를 세웠어야 했다고 비판합니다. 사실 그는 무공도 초인적이었고 인격도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개국 초기에는 하루빨리 강한 리더십이 자리를 잡는 게 개혁주도세력, 나아가 모든 백성을 위해 좋은 결과였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정도전만을 개혁가라 여기지만 실제 백성들의 삶을 위해 진짜 큰 업적을 남긴 이는 태종 이방원이었습니다. 물론 명나라에 신종한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가뜩이나 왜구와 홍건적 때문에 큰 곤란을 겪는 백성들을 다시 북벌에 동원할 수 없었음을 감안하면 이 역시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아마 건국 초기의 혼란상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돈과 장인 집안에 가혹하게 한 것도 그 사람들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거기에 빌붙거나 부추기는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겠습니다.  

본인도 능력 하나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었던 만큼 세자가 기대에 못 미치자 바로 셋째 충녕으로의 교체를 검토한 것도 역시 태종의 과단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우의정 남재의 발언에 대해 관대히 넘어간 사실을 사료로부터 지적하는데, 이것만 봐도 그가 의심병 환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불온하게 해석될 수 있는 언행에 대해 일일이 과민반응하지 않은 게 벌써 대국을 통찰하는 지혜로움의 증명입니다. 

한때 세조는 어린 군주(그의 조카) 밑에서 일어났던 정국 운영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당대에 필요한 개혁을 완수한 능력자로 재평가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시 평가가 안 좋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유는 유교 윤리 뭐 이런 걸 떠나서도, 오로지 권력욕에 의해 움직였고 밑에 거느렸던 인물들도 대부분 부패성향이 짙었던, 수준 미달의 리더였음이 드러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p155를 보면 신숙주의 부인 윤씨가 변절한 남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자진한 야사가 소개되었는데 물론 저자께서도 지적하는 대로 이는 사료에 드러난 바와 맞지 않는 민간의 창작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저자의 평가대로, 당대 민심의 심판이 이 이야기 속에 드러났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전쟁에는 경제적 동기가 개재하며 그 주체들이 선전해 댄 바와 달리 중세 십자군 원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에서 적절히 지적하듯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시 당대 국제 화폐였던 은(銀)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게 맞아 보입니다. 우리가 마음 편할 대로 왜곡하듯 사실 정명가도가 아니라 저쪽에서 들고나온 말은 정명향도라는, 충격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선조는 쉽게 서울을 포기하였고 신립을 지나치게 믿어 전략을 그르쳤으며 이순신에 대해 끝까지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는 협량을 노출했고 무엇보다 원칙이라는 게 없이 이중적이었다고 저자는 비판합니다.  

영조의 국정철학은 균공애민(均貢愛民), 절용축력(節用蓄力)이라는 문구에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균역법도 실시하고 혹형도 폐지하는 등 업적이 적지 않습니다. 책에 축 자는 한자가 오타인데 畜이 아니라 蓄입니다. 물론 가축의 힘도 아껴쓰면 좋긴 합니다. 세심하게 백성의 삶을 살핀 건 확실히 그가 국량이 뛰어나고 시야가 넓은 인물이었음을 증명합니다. 박지원이 등과한 것도 영조 대의 일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즉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나라를 이끌고 자기를 희생하는 면모를 보였다면 아래에서도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등장했을 시 조선은 민심이 하나되어 번영했으며 그렇지 않고 혼군이 나라를 망치면 반드시 퇴보했습니다. 이런 이치는 현대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입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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