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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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의 규범에 대한 합의입니다.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를 읽어 보면, 이건 SF가 아니라 1년 뒤라도 바로 겪을 수 있는 리얼리티입니다. 현재도 자율주행은 기술적 난관의 상당수가 해결이 되었고 그 일부는 도로에서 시행중입니다. 2차전지 전고체는 앞으로 한참을 더 기다리거나 아마도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겠지만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진척이 크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의 충돌을 법적으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과연 언제 전면 시행이 가능할지가 오리무중이죠. 인격 AI 책임 소재를 하청사(협력 업체)에 돌리기 위해 그런 방식을 쓴다는 이야기가, 현재 국교부나 국회 입법 전문가들이 토의 중이어야 할 사항이며 작가의 머리 속에 머문다면 납세자로서 상당히 갑갑해지는 대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시를 다 없애고 정시로만 간결하게 뽑았으면 하는 생각인데, 이 소설 <이십 프로>를 읽으면서 대체 "사통"이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괜히 한 게, 바로 다음 페이지 p78에 뜻이 나오네요). 이렇게 들어가 봐야 또하나의 낙인("솎아낼 애[p75, p86])만 생길 뿐이며 또하나의 불평등에 지나지 않습니다(누군 공부해서 들어오고 누군 환경 나빠서 그냥 들어오고). 혹 당사자가 잠재력이 충분하다면, 이건 그런 아이한테 유인을 박탈할 뿐이라서 모두가 손해 보는 결과입니다. 과연 이런 제도 하에서 지금처럼 반도체, 전자 제품 등을 개발할 인재가 배출이 되겠습니까?..라고 생각하는 인간들 보라고, 대오각성하라고 전직 특목고 교사이셨던 작가님이 최나정을 페르소나 삼아 이런 소설도 쓰셨겠지만 저는 작중에 나오는 악마 같은 학부형이나 교감, 경쟁상대 솎아낼 생각에만 눈이 벌건 학생들한테 더 공감이 가는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죄송합니다. 

쓸쓸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져 오는 느낌을 <영의 존재>를 읽고 받았습니다. 특히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인생 어느 단계에서 남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꽃피고 싶을 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인생이고, 잠시나마 같이 지내던 친구 역시 그렇다면, 슬프기까지는 않더라도 쓸쓸해지는 게 사실입니다. 나와 관계 없는 분들 상황을 뜻하지 않게 엿볼 때에도 그렇습니다. 사실 공영(空零은 아니겠지만)이라는 이름은 (그 보유자의 개성과 무관하게) 거꾸로 왠지 쿨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이선주란 이름은 정말로 흑백으로만 보입니다. 유년이건 청년이건 정말로 아름다웠다고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 같습니다. 

<돌아오지 않는다>의 주제는 "엄마의 세상은 불변한다"이겠습니다. 사실 청성교, 제프 씨 같은 사람들이 어떤 시커먼 속셈으로 사람을 속이려 들었든 간에, 사람의 마음이 그것을 보고자 하면 그건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머무는 것이며 그렇게 보고자 하는 사람의 착한 시선을 탓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이비 종교의 악마 같은 매력이 여기에 있겠으며 용케도 착한 사람들의 약한 구석을 그런 식으로 찌르고 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머리 위에,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한 은하수를 이고 다닐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것은 비밀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란 간데없이 사라지고 남는 건 나밖에 없습니다. 여자건 남자건 간에 별 차이도 없고 누군가는 여자가 여자한테 더 잔인하다고도 하지만 그건 처음에 기대치가 높아서일 뿐이고 결국은 내 이해와 쟤 것이 충돌할 때 가차없이 갈라서는 잔인함 그 강도는 남녀가 아무 차이 없습니다. 지안의 아주 한심한 삼촌(끔찍한 범죄자죠) 이야기는 과연 진짜였을까요 아니면 혹 아이들이 지어낸 환상은 아니었을까요. 물론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저는 잠시, 영악한 최연이가 두 아이를 가스라이팅한 결과는 아니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들 나이때 둘도 없이 친하고 없으면 죽을것같아도 사실은 속으로 서열을 재고 따질 걸 다 따집니다. 어디 아이들 뿐이겠습니까? 화자 조윤영 엄마가 하는 행동을 보십시오. 한국 중년 여성 서열은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자녀의 학교 등수가 결정합니다. 하나가 삐끗하면 그 사모님은 밤에 잠을 못 잡니다. 

"찾아야 할 사람들이 있고 해야 할 임무가 있어(p175)." 근데 이게 이 행성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면 어떤 다른 세상에서 다른 방법으로 실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시간 차원이 어디로 사라진, "진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짜라고도 할 수 없는(p182)" 하지만 언니, 엄마, 혹은 그 두 사람이 합쳐진 누군가가 남겨 놓은 메시지를 해독해야 그들과 합일할 수 있습니다. 해탈 혹은 천국에의 입장이 알고 보면 어떤 시스템에 업로드(동시에 이 행성으로부터는 증발)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락 같은 건 사실 거들 뿐으로, 중요한 건 우리의 각성이지 어떤 주관자가 따로 있어야 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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